2022. 5.29.해날. 맑음

조회 수 290 추천 수 0 2022.06.24 10:39:35


빈들모임 끝자락이었다.

빈들이라 하지만 식구들끼리 한 모임이었다.

마을로 들어오는 낮버스에 논두렁 한 사람이 가방 싸들고 찾아들었다.

뭐 대단한 가방까지는 아니고 표현이 그렇다.

물꼬 교육일정을 보며 와도 되겠는 시간을 가늠하고서.

아이랑 하고 있는 갈등이 결국 자신의 문제이더라는,

그런데 어찌 안돼서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그러고 나니 올 곳이 물꼬밖에 없더라는.

아무렴 갈 곳이야 없었을까, 그렇게 마음을 부리러 온.

그저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내가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이 거개 그렇듯

밥상을 차렸다, 온 마음으로.

그 밥 먹고 힘내서 잘 돌아가라고.

 

아이는 물꼬에서 여러 차례 상담을 해왔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자연적인 성장도 한몫했을 게다. 시간이 많은 걸 해결해주지 않나.

하지만 늘 문제는 어른이라.

어른들은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었다.

아이는 변했는데 어른들은 달라지지 못한.

어제도 아이랑 엄마의 갈등이 시작이었지만

결국 아이와 아비의 갈등, 어미와 아비의 갈등이 배경에 있었다.

아이와 아비는 아이와 어른의 다툼이 아니라 아이끼리 다투고 있었다.

아비가 자기 안에 든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이제 열쇠는 아비가 쥐었는데,

그 아비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아비야말로 상담이 필요하다.

저러다 아이의 사춘기에 얼마나 서로 거칠까 조마조마하기까지 하다.

이 먼 물꼬까지 올 것 없다. 아비의 상담을 권하다.

가방을 다시 들고 마을을 나가서는 저녁버스를 타고 그가 떠났다.

 

다저녁 나무들에 물을 주었다.

어제도 주었고 그제도 주었다.

달골 모든 나무를 한 번에 주는 건 아니고 돌려가며.

마른 땅으로 물이 밖으로 금세 흘러내려

스밀 시간을 들이느라 더뎠다.

내일 저녁에도 물을 주고 있을 풍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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