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부터 시작된 가뭄이라고 여겨질 만치 애가 탄 날들이었어요.
선물처럼 창대비가 막 다녀가고 있는 통에 대낮인데도 책상 앞에 잠시 앉아요.
물꼬는 지난 19일 저녁부터 넷으로 연어의 날 준비위가 꾸려져 돌아가고 있답니다.
그래 보아야 풀매는 일인 걸요. 매고 뽑고 자르고 밀고.
올해 내는 책의 저자 소개에는 '풀 매는 사람'이라고 쓰고 싶어요. '엄마'도 넣고 싶군요.
당연히 청소가 또 많은 시간을 들이게 하지요.
아무리 윤을 내도 윤은 안 나지만 하지 않으면 금세 표 나는 안타까움.
자정이 다 돼서야 방으로 들어오는 날들이어요.
연어의 날 신청이 마감된 뒤에도 신청자가 줄을 이었어요.
'영혼 참가'하는 이들도 있었답니다.
"참여 인원은 마감되었다고 게시글 보았습니다.
그래도 ‘영혼 참가’합니다...
요즘 자기가 응원하는 영화나 공연이 있을 때
직접 관람 못하더라도 표를 구매해서 마음으로 지지를 표현하더라고요.‘
서현샘과 용욱샘이 보내온 등록비였지요.
마감 뒤 신청하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계획한 규모보다 참가하려는 분들이 갑자기 쏟아져
도저히 자리가 어렵겠습니다.
기억해주셔서, 그리고 소식 주셔서 고맙습니다.
거듭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좋은 날 꼭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강건하시기.
- 자유학교 물꼬 절
마감 뒤 신청한 분들한테 이런 답메일을 보내놓고
그래도 미안함과 아쉬움으로 몇 자를 덧붙여요.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면 오십사 왜 못하겠는지요.
무슨 뜨내기도 아니고
연어의 날이란 게 대개 물꼬의 기억이 깊은 사람들이 모이는 걸,
이 깊고 먼 곳까지 어려운 걸음들을 하시겠다는 걸.
그런데 그리 또 다 더하자니 열도 넘어요.
그러면 인간적인 규모, 하룻밤이지만 모두가 서로 눈을 바라보고 말을 나눌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눈 질끈 감고 그리 결정을 내렸어요.
물꼬는 계속 되고,
우리 다른 일정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까요.
정했던 규모보다 참가하는 이들도 훨 늘었어요.
고백하자면 가족 가운데 하나를 더하게 된 이나, 연인과 같이 오고 싶다거나
그런 분들은 포함하게 되었어요.
무에 대단한 걸 한다고 가족을 떼어 놓고, 연인을 떨어뜨리겠는지요.
‘샘아, 내가 글쎄 지인찬스 학부모찬스 넘치도록 써서
마지막쿠폰까지 다 써
사람이 너무 많아져버렸다.
그러고도 받지 못한 신청자가 열을 넘는.
미안.’
하지만 나중에는 그런 문자까지 보내야했지요.
‘열화와 같은 성원’이라는 구절을 생각했어요.
이 자리 아니어도 우리 만날 수 있도록 정성껏 잘 살아내고 있겠습니다.
고맙고, 미안합니다.
부디 우리 강건키로, 그래서 뜨겁게 만나기로.
선한 방향으로 살아내기로, 그래서 만남이 힘이 되기로.
사랑합니다.
- 자유학교 물꼬 옥영경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