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1.물날. 맑음

조회 수 319 추천 수 0 2022.06.25 02:20:59


딸기 따먹고

오디 따먹고

볼똥 따먹는 날들.

그리고 블루베리 알을 솎았다.

늦은 감은 있었다.

그래도 다른 일을 밀고 할 만치 농사가 1순위가 아닌 물꼬 삶이라 이제야.

그렇다고 농사라 부를 만치 많은 것도 아닌 겨우 스물 못 미치는 블루베리나무.

이틀 전부터 했다고 하지만 오가며 두어 그루 하다

오늘도 그저 서너 그루 하며 지날까 했는데,

한 그루만 더, 한 그루만 더, 그러다 댓 그루 남으니 마저 해야지 하게 된.

조밀한 속에 벌써 보랏빛을 띤 것들이 있다.

이 바글거림 속에 어여 익겠다 했겠지.

나의 말로 그리 쓴다.

하지만 그들이 사람의 말을 어찌 알까. 수천 년 지난다고 알까.

내가 섬기는 어떠한 낱말도 그들을 헤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사람의 마음일 뿐이다. 짐작일 뿐이다. 듣고자 애씀일 뿐이다.

잘디 잔 보라 열매를 버리지 못하고 입에 넣는다. 그저 시다.

하지만 그 목숨에 대한, 살아준 시간에 대한 예의 같아서 먹었다.

알솎기가 그렇다. 저 알아 다들 밀도를 조절하겠거니 하지만

큰 것들한테 힘 몰아주기.

작은 것들을 솎아내는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더 많이, 크게 먹자는 짓이려니 싶어.

그러다 곧 그게 네 생명의 양이려니 하니 자연으로 받아들인다.

이것도 살리고 싶고 저것도 남기고 싶고,

솎다보면 더 자주 망설이게 되고 자꾸 더 많이 남기게 된다.

그 마음만이 또 다가 아니다.

떼어내다 보면 청소하는 것 같은 무슨 후련한 마음 같은 것도 있어서

마구 속도를 내며 솎기도 한다. 그러다 앗, 송이채 꺾기도.

복숭아도 아니고 자두도 아닌,

다 자라보아야 직경 10mm 겨우 되는 걸 키우는 마음도 이리 많은.

그런데, 한 나무의 열매는 온통 쪼글쪼글하다. 크지 못하는 다른 나무도 그렇지만

이 나무는 유독 물이 많이 모자라나 보다.

그 곁에도 또 그 곁에도.

세 그루가 특히 심했다.

가뭄은 모르는 사이 곰팡이처럼 모든 것에 번져있다.

내일은 이곳부터 물을 주어야겠다.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식구들 모두 지난 27일 사전투표를 했다.

해서 대처 나가있던 식구들도 들어와 모여 밥 먹는 날.

늦게 들에서 돌아온 이웃도 둘 밥상에 앉다.

엄마들은 별을 이고 들에서 돌아와서도 밥상들을 차리지.

저녁 9시가 다 돼 들어와 무슨 밥을 차릴 마음이 있으려나,

예 와서 드십사 한.

 

내게도 격려가 때로 필요하다.

오늘은 아들이, 군대 간 물꼬 식구 하나한테 위문편지를 쓰는데

'물꼬에선 요새'를 옮겨서 보내주었다지. 덕분에 자기도 잘 읽어보았다며.

1. 이번 글이 참 좋고

2. 엄마가 꾸준하게 글 쓰는 게 새삼 대단하고

3. 엄마 작가 맞구나 싶었네

4. 엄마가 여러 매체로 다양한 사람들한테 전해도 좋겠다 싶었네.

물론 물꼬에선 요새 덕분에 사람들이 물꼬 홈페이지에 들어오긴 하지만.

열심히 써보겠다!

 

오늘부터 5일까지 보은취회.

물꼬는 4일에만 합류한다.

보은취회 마당인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들살이들 중이고

청수를 모시고 절을 하는 장면들을 전해온다.

작은 약속을 위한 오직 한걸음’, 이번 취회의 주제다.

그래, 한걸음 내딛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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