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2.나무날. 맑음

조회 수 329 추천 수 0 2022.06.25 02:21:44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요새는 거기 생각이 깊이 머문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민음사).

 

이른 아침부터 블루베리 물을 주다.

물을 줄 곳이 날마다 는다. 가뭄은 먼 조선시대부터 흘러온 역사만 같다.

블루베리 둘레들 풀을 뽑아 치우지 않고 나무 아래를 덮어주었다, 몹시도 가문 날들이어.

한 나무의 열매가 유달리 쪼글쪼글 꼬실거렸다.

거기부터 적셨다.

곁의 두 그루도 그 못지는 않지만 역시 쪼글거린다.

다음은 그 나무들도 물호스를 옮겨간다.

준 물이 스미길 기다리며 다음 물을 줄 때까지 마른 가지들을 잘라주었다.

그곳에 가면 그곳의 일이 기다리는 멧골 삶이다.

달골 햇발동 앞에 있으니 또 이웃 경계 울타리 쪽이 어수선하다.

나무 가지를 좀 치고, 풀을 베거나 뽑거나 매고,

그러다 이웃에서 떨어진 대추로 여기저기 마구 난 어린 대추나무들을 베다 찔리기도 하고,

풀과의 전쟁에서 정말이지 선전하고 있다.

매 놓은 풀더미와 훤해진 공간을 보는 일은 제법 자랑스럽다.

맬 풀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나는 풀을 본다.

그러다 정히 안 될 땐 일어서서 팔을 활짝 펼치며 외친다, “, 이 모두 나의 정원이라!”

물과의 전쟁에서도 나는 아직 지치지 않았다.

오후에 살펴보니 블루베리가 탱글탱글해졌다. 고마워라.

 

저녁에는 다섯 시부터 물을 주러 나갔다.

날마다 세 시간여 주는 물, 오늘은 한 시간을 더 줄 참이다.

아침뜨락의 꽃그늘길 위쪽 잔디도 드디어 물을 주었다.

이제 제 힘으로 자랄 수 있으리라 둔 잔디였다.

아고라 둘레 잔디들은 절반은 죽었지 싶은데,

그래도 생을 붙잡은 것들이 제 삶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한 마음을 껴안고 있을지도 몰라

물을 주고 또 주었다.

달못 둘레도 주었다. 제법 실하게 영역을 넓혀가 고맙기도.

하지만 못 안쪽 비탈의 잔디는 풀에 잡아먹히거나 가뭄에 말라있었다.

그래도 물을 준다. 그것 한 모금에 한 생명 살 수도 있으리라 하고.

물을 받아다 은행나무와 큰 광나무 넷에도 물을 준다.

이미 스러져간다 싶은 한 그루는 더욱 듬뿍 준다.

살아라, 살아라, 살자, 살자, 살아보자.

사이집 마당 잔디에도 물을 주었다. 흠뻑 주었다.

아침저녁 세 시간씩 혹은 더 많이 움직이는 사이 내 삶이 반짝거리고 있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1차 원고검토를 전해오기로.

그런데 그곳도 이번 주 인쇄 넘기는 책이 있어 일이 밀리나 보다.

한 주 뒤 통화하기로.

글이 참 그러그러해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맞는 매가 나중이라니 일단 턱 마음이 놓이는.

덕분에 보내놓고 쳐다도 보지 않던 글을 다시 좀 보기로 마음먹다.

어차피 세 차례는 출판사와 오고가며 수정 과정이 있기도 할 것이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14 2022. 7. 6.물날. 후덥한 속에 몇 방울 소나기 옥영경 2022-07-29 343
6213 2022 겨울 청계 닫는 날, 2022.12.25.해날, 맑음 옥영경 2023-01-06 343
6212 2023. 6.23.쇠날. 맑음 옥영경 2023-07-26 343
6211 2020. 5.14.나무날. 엷은 먹구름 너머 해 옥영경 2020-08-09 344
6210 2021. 7.2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1-08-10 344
6209 2021. 9.15.물날. 맑음 옥영경 2021-11-14 344
6208 2021. 9.24.쇠날. 맑음 옥영경 2021-11-24 344
6207 2021.10.18.달날. 맑음 / 힘이 나서 뭘 하는 게 아니라 옥영경 2021-12-09 344
6206 2021.12.16.나무날. 짧은 해 옥영경 2022-01-08 344
6205 2022. 6.21.불날. 가끔 먹구름 드리우는 옥영경 2022-07-11 344
6204 2022.10. 5.물날. 비 흩뿌린 오전, 갠 오후 옥영경 2022-10-19 344
6203 2023. 3.29.물날. 맑음 / 남을 자꾸 때리는 아이 옥영경 2023-04-26 344
6202 4월 빈들모임(2020. 4.25~26) 갈무리글 옥영경 2020-08-04 345
6201 2020.12.28.달날. 살짝 흐린 속 가끔 해 옥영경 2021-01-17 345
6200 2021. 3.19.쇠날. 흐림 옥영경 2021-04-27 345
6199 2021. 5.21.쇠날. 비 살짝 옥영경 2021-06-22 345
6198 2021. 5.26.물날. 보름달, 구름에 설핏 가린 옥영경 2021-06-22 345
6197 2021. 6.14.달날. 흐림 옥영경 2021-07-07 345
6196 2022. 4.29.쇠날. 흐림 옥영경 2022-06-09 345
6195 2022. 7.27.물날. 몇 차례 먹구름 / 경제적 이유 때문에 못 보낸다 하셔놓고 옥영경 2022-08-07 34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