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6.달날. 비 오락가락

조회 수 322 추천 수 0 2022.07.06 23:47:31


어제 제법 비가 들었고, 오늘도 오락가락은 하는데

아주 흠뻑 젖지는 못하는 땅.

가뭄 해갈은 어림없을.

그래도 비 덕에 쉬고 먹고 졸고.

내일도 비 소식 있으니 오늘도 물을 주는 일을 밀어놔 보자.

 

식구가 늘었다.

사이집 현관 처마에 곤줄박이가 깃들었다.

마른 이끼류며 마른풀들로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지었다.

박새만큼 흔한 곤줄박이.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멧골에서 누구랑 사냐하면,으로 시작하는 소개에

뱀 한 마리와 족제비 한 마리와 다람쥐 세 마리와 너구리 한 마리와

고라니 둘과 어미 멧돼지와 새끼 멧돼지 두 마리,

그리고 곤줄박이 다섯 마리로 등장하고 있었다.

거기 한 마리가 더 들어선.

안전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게다.

알을 낳을 때가 되었다.

대개 3월에 둥지를 짓고 4~7월 사이에 5~8개의 알을 낳는다는 그들.

혼자도 살고 떼로도 살고.

곤줄박이검정색이 박혀있는 새

까맣다라는 의 의미이고 박이는 일정한 장소에 박혀 있다는 뜻.


 

정치는 너무나 예견했던 대로 흐르고 있어서

멧골 할미가 보는 수준조차 못 벗어나고 있어서

심지어 더 형편없어서 기가 막히는데,

그럴수록 외면하는 게 아니라 눈 부릅뜨고 (언론을)봐야 한단 생각이 들고는 한다.

오늘도 날씨를 보려고 포털 들어갔다가

또 도배한 기사들을 제목으로만 보는데,

지난 주 울진 산불이 마을로 번져 산불 진화대원이 1500여 명 투입됐는데도

딱 그만큼의 기사 말고 후속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도 대통령 아내의 옷을 다룬 넘치는 기사들.

법무부장관에 대해서도 패션 보도를 앞다투더라니.

마치 그 옷들처럼 우리 사회가 괜찮은 양 잘 먹고 잘 살고 평화로운 양.

그리고 현 사회 속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래서 인정받고 싶은 개인의 욕망만을 아주 잘 담고 있다. 다만 그 뿐이다.

기사는 잘 팔리겠지,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 드라마처럼.

기자들이 그 옷을 좇을 때 우리는 들어야 할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의 총량이 있을 테고 그런 소식들이 기사를 차지해버리니까.

대통령 아내의 옷장이란 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옷을 통해 읽을수 있다는데,

질 바이든 여사의 옷입기는 친환경 기후변화 정책 의제를 대변하는 상징이 되기도.

지금 이 나라 대통령의 부인이나 장관의 옷에서 언론들이 뭘 읽기는 하는가.

"기자님들, 기사 같은 기사 좀 읽어봅시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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