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들어서며 우천매트를 밟고 걷다 본관 앞 보리수 앞에 발을 멈춘다.

붉게 익은 볼똥 몇 알 입에 넣는 게 요 며칠 맨 처음 하는 일이다.

보기 드물게 굵고, 그만큼 즙도 넘친다.

달골에서는 블루베리를 두 알 따 먹었다.

이제부터 그렇게 두세 개, 서너 개, 대여섯 개씩

살이 붙고 색을 입으며 익은 것들이 빠르게 불어날 것이다.

아침뜨락에서는 아고라 울타리께 굵은 오디를 따먹고,

밥못 북쪽 경사지 쪽에서는 통통한 딸기를 몇 알 입에 넣었다.

 

학교에는 긴 줄등(솔라등)을 본관 앞 감나무와 감나무 사이,

그리고 가마솥방과 바깥해우소에 걸쳐 놓았다.

그 태양열 집열판이 벽과 나무에 붙어있는데,

담쟁이덩굴이며 잎들 무성해져서 가리고 있었다.

오늘은 가지를 자르거나 잎을 떼거나 하며 살펴주다.

하나는 자리를 아주 옮겨주었다.

 

마늘쫑 반찬을 밥상에 올렸다.

가물었던 만큼 양이 얼마 되지 않았고, 질겼다.

그마저도 못해 먹을 뻔했는데

들은 품이 넓기도 하여 올해도 마늘쫑 구경을 하였네.

밭에는 이제야 고개 드는 열매들이라

오이도 가지도 방울토마토도 벙글기 시작한다.

 

논두렁이자 학부모인 신혜샘한테서 택배가 왔다.

같이 공룡능선을 걸었더랬다. 진한 동지애가 생길 밖에.

상자에는 다식으로 잘 쓰일 견과류가 소포장된 것들.

그리고 붙이는 파스가 잔뜩.

더하여! 것땜에 한참 웃었다. 목장갑이 가득이라.

공룡능선은 장갑없이 걸을 수 없다. 귀한 장갑이었고,

그에게 나눠주며 생색 많이도 냈던 터.

물꼬에선 너무나 유용한 물건이니 감사 또 감사.

또 하나의 택배. 품앗이 홍주샘이 보냈다, 인천 사는.

어린 사람이 깊었다. 같이 계자를 꾸리며 배움을 던져두고 간 게 적잖았다.

그래서 특별히 기억하고픈 그이라.

! 근데 엊그제 주문한 중고서적인 걸.

그럼 내가 찾던 책을 인천 사는 홍주샘이 마침 그 책이 있어서 팔았다는?

정말 동일인일 수도. 확인해봐야겠는 걸. 흔한 이름은 아닌 듯하니.

 

10시께 출판사와 편집회의

올해 내는 책의 초고가 넘어간 뒤 회의로 잡은 지난 주 나무날 일정이 한 주 미뤄졌다.

"선생님 원고의 차례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럴 수도. 그게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집약한 거니까.

훌륭한 편집자가 글을 살린다. 그가 그렇다.

두 권이나 같이 작업을 했던 터라 서로 익기도 했다.

갈수록 넘기는 글이 허술한 데 그가 방향을 잘 정리한다.

이번 글이 너무 거칠어 초고 자체를 다시 좀 고쳐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 깊은데,

그러면 출간이 지나치게 더딜 듯하니 일단 편집자가 짜임새를 좀 건드려본 뒤

이편으로 원고를 넘겨오기로.

일단 공이 거기로 가 있으니 두 발 뻗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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