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10.쇠날. 해, 물기 있는

조회 수 355 추천 수 0 2022.07.08 23:50:31


아침 5시 마을은 안개에 잠겨있었다.

06시 잠깐 지나 해가 나오고도 한참을

산으로 밀려간 운무는 걷히지 않고 있었다.

아침뜨락을 걸었다.

장갑을 챙기고 나섰지만 그저 키 큰 풀들 몇 뽑으며 한 바퀴 돌리라고만 했는데

오늘도 오전 일로 바로 이어져버렸다.

송골거리던 땀이 줄땀이 되었다.

기온이 낮아 겨울 일바지를 입고 나서서 더했다.

그렇다. 이곳은 아직 겨울옷 두엇은 남기고 여름을 맞고 있다.

새벽 기온은 1213도쯤.

아침뜨락의 밥못 위 경사지의 풀을 뽑다가 너머에 딸기를 보았다.

몇 알 따서 목을 축였다.

오르며 아고라를 지날 때도 오디 몇 따먹었더랬는데.

 

이틀 건너 또 다녀들 가셨네, 멧돼지들.

잔디를 뒤집어놓았다, 아고라와 달못 사이 경사지들.

, 또 울타리 고민을 하지.

그렇게 수년을 보내면서.

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결국 그것만이 건강한 대안이도 싶은데도.

좀 더 있어보자, 그 말을 또 하고 있다.

헤집어진 잔디를 밟아주고 물을 주고.

 

엊그제 햇발동 지나 바위축대 앞에 방부목 원기둥 하나 세웠더랬다.

몰타르가 잘 말랐다.

오늘 그 기둥 위에 둥근 솔라등 하나 달다.

이미 대문께와 농기구창고로 가는 곳에 하나씩 있는 것과 같은 걸로.

어둔 발걸음이 자주 걸리는 곳이었다.

흡족했다.

 

학교에서는 연일 이불을 빨고 말리고 걷고

다시 빨고 말리고 걷고,

오늘도 빨아 널었다.

들에서는 감자밭을 매고 옥수수밭을 매고 고추밭을 매고 마늘밭을 맨다.

밭이라고 쓰지만 둑 한둘인.

한 번에 다 하는 게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인근 도시의 아틀리에서 같이 그림 작업하던 이들이 있었다.

지난 두 해 코로나19를 건너며 통 걸음을 못했다.

그 전해 여름부터 못 갔으니 세 해가 되는 건가.

이전이라고 해도 그룹전을 여는 그들에 견주면

한해 두세 점도 못 건지는 나였다.

가까이 사는 이들은 붓을 놓지 않았다는데.

요새는 어반(urban)스케치가 대세라지. 여행스케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혹은 여행을 간 지역을 현장에서 그리는.

그리는 도구도 특별히 정해진 것 없이

펜이나 나무젓가락이나 막대기에 잉크나 커피를 묻혀 그리기도.

물감은 휴대용 수채물감을, 스케치북도 사방이나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로.

주로 사진을 기반으로 보고 그리는 그림들과 달리

그야말로 현장의 기록.

팬데믹 상황이 끝났다고 하나 내 처지가 계속 합류하기에 무리다.

이전에도 여름 겨울 빼고 겨우 달에 한두 차례 건너가는 게 전부였다.

멧골살이의 틈 없음에 그나마 나가서 동료들 사이에 있을 땐 캔버스 앞에 앉았는데...

오늘은 화구들을 다 챙겨 실어왔다.

한 시절은 또 그렇게 정리되었다.

아침뜨락에 측백도 심은 정화샘이 와인 두 병을 실어주었다.

화가 태석샘의 놀라운 선물도 있었다, 올해 내는 물꼬 책에 삽화를 그려주마시는.

물꼬에 보태는 마음 그런 걸로다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034 7월 15일 쇠날 맑은 가운데 반짝 소나기 옥영경 2005-07-21 1364
6033 7월 16일 흙날 꾸물꾸물 옥영경 2005-07-22 1347
6032 7월 17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5-07-22 1163
6031 7월 18일 달날 흐릿, 그리고 무지 더운 옥영경 2005-07-22 1372
6030 7월 19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7-27 1308
6029 7월 20일 물날 예조차 엄청 덥네요 옥영경 2005-07-27 1317
6028 7월 21일 나무날 한술 더 뜬 더위 옥영경 2005-07-31 1343
6027 7월 22일 쇠날 37도라나요, 백화산 933m 옥영경 2005-07-31 1437
6026 7월 23일 흙날 며칠째 찜통 옥영경 2005-07-31 1331
6025 7월 24일 해날 구름 옥영경 2005-07-31 1179
6024 7월 25일 달날 더위 가운데 옥영경 2005-07-31 1217
6023 7월 26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8-01 1250
6022 7월 27일 물날 꺾이지 않는 더위 옥영경 2005-08-01 1281
6021 7월 28일 나무날 비 옥영경 2005-08-01 1262
6020 7월 29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8-01 1164
6019 7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5-08-01 1318
6018 7월 31일 해날 한창 더위 옥영경 2005-08-01 1347
6017 105 계자 여는 날, 8월 1일 달날 비 옥영경 2005-08-04 1295
6016 105 계자 이틀째, 8월 2일 불날 계속 비 옥영경 2005-08-06 1346
6015 105 계자 사흘째, 8월 3일 물날 내리꽂히다 간 비 옥영경 2005-08-08 166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