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10.쇠날. 해, 물기 있는

조회 수 327 추천 수 0 2022.07.08 23:50:31


아침 5시 마을은 안개에 잠겨있었다.

06시 잠깐 지나 해가 나오고도 한참을

산으로 밀려간 운무는 걷히지 않고 있었다.

아침뜨락을 걸었다.

장갑을 챙기고 나섰지만 그저 키 큰 풀들 몇 뽑으며 한 바퀴 돌리라고만 했는데

오늘도 오전 일로 바로 이어져버렸다.

송골거리던 땀이 줄땀이 되었다.

기온이 낮아 겨울 일바지를 입고 나서서 더했다.

그렇다. 이곳은 아직 겨울옷 두엇은 남기고 여름을 맞고 있다.

새벽 기온은 1213도쯤.

아침뜨락의 밥못 위 경사지의 풀을 뽑다가 너머에 딸기를 보았다.

몇 알 따서 목을 축였다.

오르며 아고라를 지날 때도 오디 몇 따먹었더랬는데.

 

이틀 건너 또 다녀들 가셨네, 멧돼지들.

잔디를 뒤집어놓았다, 아고라와 달못 사이 경사지들.

, 또 울타리 고민을 하지.

그렇게 수년을 보내면서.

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결국 그것만이 건강한 대안이도 싶은데도.

좀 더 있어보자, 그 말을 또 하고 있다.

헤집어진 잔디를 밟아주고 물을 주고.

 

엊그제 햇발동 지나 바위축대 앞에 방부목 원기둥 하나 세웠더랬다.

몰타르가 잘 말랐다.

오늘 그 기둥 위에 둥근 솔라등 하나 달다.

이미 대문께와 농기구창고로 가는 곳에 하나씩 있는 것과 같은 걸로.

어둔 발걸음이 자주 걸리는 곳이었다.

흡족했다.

 

학교에서는 연일 이불을 빨고 말리고 걷고

다시 빨고 말리고 걷고,

오늘도 빨아 널었다.

들에서는 감자밭을 매고 옥수수밭을 매고 고추밭을 매고 마늘밭을 맨다.

밭이라고 쓰지만 둑 한둘인.

한 번에 다 하는 게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인근 도시의 아틀리에서 같이 그림 작업하던 이들이 있었다.

지난 두 해 코로나19를 건너며 통 걸음을 못했다.

그 전해 여름부터 못 갔으니 세 해가 되는 건가.

이전이라고 해도 그룹전을 여는 그들에 견주면

한해 두세 점도 못 건지는 나였다.

가까이 사는 이들은 붓을 놓지 않았다는데.

요새는 어반(urban)스케치가 대세라지. 여행스케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혹은 여행을 간 지역을 현장에서 그리는.

그리는 도구도 특별히 정해진 것 없이

펜이나 나무젓가락이나 막대기에 잉크나 커피를 묻혀 그리기도.

물감은 휴대용 수채물감을, 스케치북도 사방이나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로.

주로 사진을 기반으로 보고 그리는 그림들과 달리

그야말로 현장의 기록.

팬데믹 상황이 끝났다고 하나 내 처지가 계속 합류하기에 무리다.

이전에도 여름 겨울 빼고 겨우 달에 한두 차례 건너가는 게 전부였다.

멧골살이의 틈 없음에 그나마 나가서 동료들 사이에 있을 땐 캔버스 앞에 앉았는데...

오늘은 화구들을 다 챙겨 실어왔다.

한 시절은 또 그렇게 정리되었다.

아침뜨락에 측백도 심은 정화샘이 와인 두 병을 실어주었다.

화가 태석샘의 놀라운 선물도 있었다, 올해 내는 물꼬 책에 삽화를 그려주마시는.

물꼬에 보태는 마음 그런 걸로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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