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11.흙날. 낮 30도, 흐려 다행

조회 수 351 추천 수 0 2022.07.08 23:51:16


주말이라 여럿이 모였다.

창고동 지붕을 쳤다. 해마다 5월께 하는 일.

봄이 오면 해야지 하나 3월은 이르고 4월이면 다른 봄 일에 밀리고

그러다 5월이 되어서야 하게 되는데 올해는 6월에 이르러서.

장마오기 전이면 될.

균형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교아저씨는 늘 이 일에서 뺀다.

주로 혼자 오르거나 기락샘이거나 하다샘이거나 준한샘과.

오늘은 기락샘과.

맞배지붕 가로 사각 테두리(그래서 건물을 바라보자면 사각 옥상지붕인 줄 아는),

그러니까 지붕 끝과 그 사각 경계 사이 15cm 정도의 폭에 손을 넣어 낙엽을 긁어 올리는.

창고동에서는 면소재지 건진샘이 들어와 수전을 교체했다.

모진 멧골 겨울이 지나간 흔적이었다.

 

밭에 들어 풀도 맨다.

오늘은 마늘밭.

밭이라고 해야 서너 둑.

저녁에는 호두를 깠다.

지난 가을 거두어 남아있던 호두를 다 털었다.

다식으로도 밥으로 샐러드로도 두루 쓸.

껍질 열두어 알은 온전하게 반으로 깠다.

가마솥방 창 하나에 호두껍지로 만든 발이 낡아 다 떨어지고 있었기

연어의 날 전에 다시 만들어 달리라 하고.

 

남도의 집안 어르신이 보낸 꾸러미가 닿았다.

직접 찌고 말린 곡식들로 만든 미숫가루가 들어있었다,

반찬 두어 가지도 함께.

한해 두세 차례 그리 마음을 보내주신다.

미숫가루에는 쑥도 들어가 있었다.

된장을 담는 일, 고추장을 만드는 일과 함께

이제 그렇게 시간을 들이는 일들은

지금의 어른들이 세상 떠나면 쉬 볼 수 없는 풍경이 될 것이다.

김장하고 메주 쑤고 고추장 담그는 일이야 물꼬도 하는데

미숫가루를 만드는 건 또 안 해 보았네.

그것도 해서 우리 아이들 멕여야 쓰겄다.

 

아욱국을 끓였다.

가뭄에도 물을 열심히 길어다주며 기른 것이다.

굵지 않으니 굳이 줄기의 껍질까지 벗겨낼 것 없었다.

소금을 넣고 박박 문지르다.

다른 채소면 이럴 때 외려 풀내가 나는데,

아욱은 이렇게 해야 쓴맛과 풀내가 없어진다.

내놓은 다시국물에 된장 풀고 아욱 투척.

된장으로 간을 다 하려말고(그러면 뻑뻑해져 찌개 같아져서)

국간장으로 마무리.

마트로 좇아가지 않고도 때마다 예서 난 걸로 그럭저럭 차려지는 밥상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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