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13.달날. 물기를 머금은 해

조회 수 351 추천 수 0 2022.07.08 23:53:07


바람이 많았다. 비를 몰고 오지는 않았다.

골에서 시작된 바람소리가 비행기 지나는 소리인가 두리번거리게 하더라.

 

풀 매는 사람’, 올해 내는 책의 저자 소개에는 첫 문장을 이리 쓰리라 한다.

해돋이를 하며 들에 나가 별빛을 이고 돌아오는 날들이다.

오늘 밤에는 해야지, 하지만 책상 앞의 일들을 저버린 채 쓰러져 잠들어버리고...

이 맘 때의 멧골 흐름이 그러하다.

메일이고 통화고 문자고 답이 퍽 늦은 까닭들이다.

하기야 다른 철이라고 다르지도 않네.

 

이른 아침 대처 식구가 출근을 하는 시간에 같이 나가

느티나무 앞 장승께 풀숲으로 갔다.

풀이 주가 아닌데 마치 주요한 등장인물이 되는 철.

넓은 범위는 기계로 밀겠지만 바위 둘레는 손을 써야 한다.

그곳이 집이었던 모든 존재들이 부산하다.

더러 공격을 해오거나 포기하고 멀리 달아나거나.

경사지의 풀은 낫을 쓴다.

정했던 곳까지 하고도 눈에 걸리는 풀이 있고,

낫질은 조금 더 조금 더 넓게 퍼져간다.

이곳의 일들은 자주 그렇다.

아침 9시가 다 돼서야 농기구를 정리할 것인데,

, 고관절이 삐끗! 마저 해야지, 그런 생각을 놔야 한다. 멈춰야지!

서둘러 농기구를 씻어 넣고 들어와 

가만히 몸을 뉘고 몸의 긴장 풀기, 다음은 고관절 운동을 몇 가지 하다.

나이를 그렇게 안다.

 

오후에는 창고동 앞길 가장자리 풀을 뽑거나 베다.

이웃 밭 울타리께 키 큰 풀들도 죄 베다.

대추나무는 오늘도 복병이 된다.

조심하지만 어느새 또 내밀고 있는 어린 대추나무들이 있다.

풀 섶에 숨어있던 벌레마냥 가시를 내민다.

이웃 대추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이 힘차기도 힘차게 내린 뿌리라.

보이는 대로 베 내지만 숨어있다 나오는 딸기처럼 다음날 가면 또 보이는.

오늘도 또 한 번 찔리고 베고.

 

드디어 달골 대문께 서쪽 울타리를 정리하다.

파고 기둥 심고 시멘트 몰타르 넣고, 그 상태인 채로 달포가 지났다.

흙 정리하고 돌 쌓고, 기둥이라고 세 개일 뿐인데, 그러니까 구덩이라고 세 개인데

손 한번 닿기가 쉽잖았다.

오늘 돌 쌓고 흙 덮고.

울타리를 세우던 때 나와 있던 방부목 울 두 개와 몇 개의 나무가

창고동 바깥문 앞을 막고 있었는데그것도 치우다.

마지막으로 물 호스를 끌어다 바위들을 씻고 흙 위에도 뿌려 다지고.

연어의 날 앞두고 일 하나 해치운.


주말에 들어왔던 글월들에 답하고,

밤에는 품앗이 혹은 논두렁 몇 샘들과 안부를 나누다.

6월이니까, 곧 연어의 날이 다가오니까.

모이지 못해도 그 덕에 인사들을 건넨다.

화목샘은 할머니를 모시고 살게 되었다. 고맙다.

정환샘과 선정샘은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별일들 없으면 되얐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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