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20. 달날. 먹구름 한 덩이

조회 수 510 추천 수 0 2022.07.09 23:35:40


학교 중앙현관에 있는 손가락선인장에 꽃이 피었다!

연어의 날을 준비하는 한 주가 벙근 꽃 같을 것만 같은.  


장마가 소문 없이 왔다던가 온다던가.

자정 넘어 마당에 앉은 우리 머리 위로

번쩍 번쩍 여러 차례 다녀가는 번개와 먼 곳의 천둥소리.

어디 비 쏟아지고 있나 보다.

이 멧골은 아니네.

 

연어의 날 준비 주간 첫날.

어제 저녁답에 점주샘이 들어옴으로서 준비위 구성원 넷.

햇발동 부엌 앞 무성한 개나리, 빵처럼 부풀어올라있던,

물 안에서 방해받지 않고 한껏 자란 수초처럼 자라난 가지들.

데크 한켠을 아주 채우고 있었는데,

벽 쪽으로 몰아붙여 정리했다.

여름에 시원하게 이발한 아이의 머리 같았다.

조경가위 든 김에 창고동 앞으로도 가서

지난 번 쳐내고도 어수선하던 가지들 몇 쳤다.

굵은 것은 톱으로.

CCTV를 가리던 가지도 잘라내다.

볕이 좋았던 오전,

햇발동의 이불과 베갯잇도 빨거나 거풍을 하거나.

학교의 이불빨래는 틈틈이 끝냈더랬다.

오늘은 학교의 쓰레기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하여 되살림터로 보내거나 여미거나.

 

낮밥상을 물릴 때쯤 부엌의 벽걸이 선풍기 두 대가 눈에 걸렸다.

닦는다고 닦아 매달았는데,

모터 쪽 기름때가 눈에 날아든 벌레 같았다.

끌어내렸다.

해체해서 세제로 날개와 망을 씻어 놓으면,

다른 손이 알콜로 모터와 벽 쪽의 기름때를 닦고,

또 다른 손이 2차로 닦고.

점주샘이 알콜 성분이 든 손세정제를 쓴 게 특효세제가 되었다.

달아놓으니 빛이 다 났다.

3인조 선풍기 청소 전담반에 다름 아니었다.

그 작은 일에 우리는 기특해했다.

 

오후에는 페인트를 칠했다.

끌로 긁어내고 걸레질.

달골 안내판에는 하얀색을 입히고,

나무 우체통과 데크 위 야외테이블 의자에 목재 보호용 도료를 발랐다.

안내판은 재벌칠을 해두다.

그 위로 글씨를 쓰고 오일스텐을 덧칠할 참.

 

다저녁에는 블루베리를 땄다.

그동안은 오가며 따먹었고,

오늘부터는 수확이다.

놓친 구슬 항아리처럼 마구 익어 쏟아지는 이즈음.

연어의 날에 잘 쓰리라.

학교의 보리수나무 볼똥은 익어, 너무 익어 주저앉고 있었다.

노린재도 열심히 이빨자국을 남기고 가고.

따서 잼이라도 하거나 해야지, 그렇게 날만 갔던.

그러다 연어의 날 아이들이 와서 따먹어도 좋겠다 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

우리라도 남은 거 잘 따먹자고 선 채 손을 잠시 놀렸더랬네.

엊저녁부터 저녁상을 물리고 보면 9시가 훌쩍 넘어있다.

 

면사무소에 잠깐 내려갔다 오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모사업이 있다하기

달골 기숙사도 태양광 3KW 신청. 자부담 22%.

설치 여건도 살펴야 하고 2023년 사업이니 12월께는 되어야 결정이 날.

 

곤줄박이 한 마리랑 같이 산다. 좀 됐다.

밤늦게 나무에 물을 주느라 헤드랜턴을 키고 있었는데,

그 상태로 꺼지 않은 채 집을 들어오고 있었다.

처마 아래 그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에게 빛이 닿아버렸네.

파드닥 날아가버렸다. 얼마나 놀랐을 거sk

금세 돌아오려니 했지만 그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밤이 깊고 깊도록 기척이 없었다.

이 밤 어디서 헤매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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