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6.쇠날.차름하게 내리는 눈 / 출토

조회 수 1239 추천 수 0 2005.12.17 17:26:00

2005.12.16.쇠날.차름하게 내리는 눈 / 출토

아침도 눈입니다, 차름하게 내리는 눈입니다.
"올라오지 마라, 더는."
저들 일이니 저들이 챙겨야 한다고 굳게 믿는 저는,
아침마다 아이들이 배움방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불러서야
간장집을 나서 큰마당을 가로질러 갔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하루일정을 챙기는 도움꾼(일종의 반장, 혹은 당번쯤)의 역할은
퍽이나 중요합니다.
그런데 바람이 조옴(좀) 모질어야 말이지요.
해서 오늘부터 학기 끝날 때까지는 올라오지 말라 일렀더이다.

느긋이 배움방을 들어서니
남자 어른들 도움을 받아 샹들리에를 걸고 있습디다.
'불이랑'이 하나씩 정리되어 가는 게지요.
이름만큼 그리고 기대만큼은 멀었지만
전구도 꽂히고 불이 들어오니,
볼만 했지요.

간간이 날리는 눈을 이고 노천가마도 가봅니다.
지난 불날에 지핀 가마지요.
온기야 일찌감치 사라졌지만 오늘쯤 꺼내보자던 거랍니다.
재를 헤집고 하나씩 꺼내어 텁니다.
"담엔 유약을 발라보자."
"검은 이 색도 좋아요."
"저는 방학 때 집에서 해 볼래요."
"불량률이 높다 했는데 다 나왔어요."
정말 달랑 두 점만 깨어졌을 뿐입니다.
"아직 몰라. 실제 약한데 모양만 멀쩡할 수도 있잖을까?"
"저는 한 번 씻어볼게요."
류옥하다랑 채규는 더 깨끗이 턴다고 물에 가서 담갔는데
두두두두 복도를 달려오는 소리 곧 들렸지요.
"물에 넣었는데 뽀글뽀글 물방울이 올라와요."
"항아리가 숨쉰다는 것도 그거예요."
수다속에
서울 길에 사온 가죽끈을 나누어 묶는 법을 익힌 뒤
목걸이들을 만들어 저마다 걸었더이다.

오후, 연극에 쓰일 무대배경 작업을 저들한테만 쒼屛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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