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쇠날. 맑음

조회 수 353 추천 수 0 2022.07.28 03:10:04


35.

그래도 나은 이곳 여름. 멧골이니까.

밥을 지으면서도 가마솥방에 버젓이 매달린 선풍기를 틀 생각도 않는.

굳이 많이 애쓰지 않아도 기후위기에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한 형제 된달까.

, 아침에는 비가 스치듯 살짝 지났기도.

 

수확의 한 주라.

마늘을 거두고, 감자를 캐고, 오늘은 열무를 다 뽑다.

마늘은 장아찌를 좀 담아도 두었고,

포실한 감자는 연일 밥상에 오른다. 오늘 저녁상에는 감자고추장볶음.

열무를 데쳐 나물로도 무치고

나머지는 다 열무김치 담기.

식구하나가 씻고, 다른 식구 하나가 자르고,

그 사이 나는 양념을 준비하였네.

밀가루풀을 넉넉하게 쑤고,

쪽파도 없고 부추도 없지만 늘 그렇듯 있는 재료로.

양파와 당근을 채썰어 넣다.

여름날 국수도 잘 말아먹게 국물 자박하게.

 

열무는 싹이 날 때부터 밥상 효자였다.

새싹채소로 서너 차례 솎아 샐러드도 해먹고,

편고기를 구워 싸먹으라 상에 올리기도.

조금 자랐을 땐 잘게 잘라 비빔밥으로도,

틈틈이 조금 뽑아 풋김치로도 잘 먹었네.

봄 파종에는 생육기간이 45일 정도, 가을파종에는 50여일 이상이라는데,

이 멧골에선 거의 두어 달은 먹는.

열무김치는 청계와 계자에서 열무국수나 비빔밥으로 한 끼씩 내리라 한다.

7월은 여름 일정을 위해 하나씩 반찬을 갈무리 해두는 시기이기도.

 

아침뜨락 지느러미길의 들머리에 양쪽으로 커다란 수반 둘,

거기 수련 심었더랬고,

지난 연어의 날께 고라니가 한 곳을 홀라당 먹고 갔네.

다시 잎이야 오르겠지만 또 올 그들이라.

망이 없던 건 아니었다.

다만 한 곳에 조금 허술했던.

두 겹이었던 망 한 겹을 오늘 아래로 꺾어주어 막다.

 

교육청에서 들어온 전화.

팀장도 바뀌었으니 인사차 들리겠다는.

올해 잦은 연락과 방문은 학교 터 매각에 대한 논의가 더해진 바.

11일 교육청 협의, 라고 칠판에 써두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714 2022. 9. 1.나무날. 살짝 비춘 해 옥영경 2022-09-14 379
713 2022. 7. 2.흙날. 맑음 / 모른 체 해주는 아이들 옥영경 2022-07-28 379
712 2021.12.31.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11 379
711 2021. 4.28.물날. 뿌연하늘 옥영경 2021-05-27 379
710 2020.11. 9.달날. 맑음 옥영경 2020-12-15 379
709 2020. 8.28.쇠날. 흐리다 오후 소나기 / 166 계자가 남긴 교무실 곳간 옥영경 2020-09-17 379
708 2023. 5. 2.불날. 맑음 옥영경 2023-06-03 378
707 2022 여름 청계(7.30~31)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07 378
706 2021.12. 5.해날. 맑음 옥영경 2021-12-31 378
705 2021. 9. 4.흙날. 갬 옥영경 2021-10-21 378
704 2021. 8.14.흙날. 비 옥영경 2021-08-27 378
703 2021. 6. 8.불날. 소나기 두어 차례 / 다시 점봉산 옥영경 2021-07-06 378
702 2021. 5. 9.해날. 맑음 / 아카시아 꽃차 옥영경 2021-06-09 378
701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377
700 2023. 7.19.물날. 볕 옥영경 2023-08-04 377
699 2022.10. 6.나무날, 흐림. 빗방울도 두엇 옥영경 2022-10-19 377
698 2022. 5.13.쇠날. 흐리더니 비 지나다 옥영경 2022-06-16 377
697 2021. 4.13.불날. 이레 단식수행 이틀째 옥영경 2021-05-13 377
696 2021. 3.21.해날. 갬 옥영경 2021-04-27 377
695 2021. 3.15.달날. 종일 흐리다 밤비 옥영경 2021-04-22 37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