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그래도 나은 이곳 여름. 멧골이니까.
밥을 지으면서도 가마솥방에 버젓이 매달린 선풍기를 틀 생각도 않는.
굳이 많이 애쓰지 않아도 기후위기에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한 형제 된달까.
참, 아침에는 비가 스치듯 살짝 지났기도.
수확의 한 주라.
마늘을 거두고, 감자를 캐고, 오늘은 열무를 다 뽑다.
마늘은 장아찌를 좀 담아도 두었고,
포실한 감자는 연일 밥상에 오른다. 오늘 저녁상에는 감자고추장볶음.
열무를 데쳐 나물로도 무치고
나머지는 다 열무김치 담기.
식구하나가 씻고, 다른 식구 하나가 자르고,
그 사이 나는 양념을 준비하였네.
밀가루풀을 넉넉하게 쑤고,
쪽파도 없고 부추도 없지만 늘 그렇듯 있는 재료로.
양파와 당근을 채썰어 넣다.
여름날 국수도 잘 말아먹게 국물 자박하게.
열무는 싹이 날 때부터 밥상 효자였다.
새싹채소로 서너 차례 솎아 샐러드도 해먹고,
편고기를 구워 싸먹으라 상에 올리기도.
조금 자랐을 땐 잘게 잘라 비빔밥으로도,
틈틈이 조금 뽑아 풋김치로도 잘 먹었네.
봄 파종에는 생육기간이 45일 정도, 가을파종에는 50여일 이상이라는데,
이 멧골에선 거의 두어 달은 먹는.
열무김치는 청계와 계자에서 열무국수나 비빔밥으로 한 끼씩 내리라 한다.
7월은 여름 일정을 위해 하나씩 반찬을 갈무리 해두는 시기이기도.
아침뜨락 지느러미길의 들머리에 양쪽으로 커다란 수반 둘,
거기 수련 심었더랬고,
지난 연어의 날께 고라니가 한 곳을 홀라당 먹고 갔네.
다시 잎이야 오르겠지만 또 올 그들이라.
망이 없던 건 아니었다.
다만 한 곳에 조금 허술했던.
두 겹이었던 망 한 겹을 오늘 아래로 꺾어주어 막다.
교육청에서 들어온 전화.
팀장도 바뀌었으니 인사차 들리겠다는.
올해 잦은 연락과 방문은 학교 터 매각에 대한 논의가 더해진 바.
11일 교육청 협의, 라고 칠판에 써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