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8.쇠날. 흐림

조회 수 313 추천 수 0 2022.07.29 04:10:56


연어의 날 전에 하고픈 일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할 수도 있음은 예견했다.그러면 또 나중에 하지.

당장 사람들이 깔고 덮고 베야 할 침구류 빨래 같은, 아침뜨락 풀 같은

그야말로 시각을 다투는 일 아니라면 밀릴.

아침뜨락 밥못에서 내려오는 계단 아래 측백 한 그루 곁,

돌탑에 가까운 작은 돌무데기 있었다.

멧돼지 발에 채였던가 보다,

무너질 만큼 그리 높은 것도 너른 것도 아니었으니까,

파헤쳐져 있었다.

연어의 날은 다가와 버렸고, 눈 찔끔 감았더랬지.

오늘에야 걷어내고 다시 쌓고,

멧돼지 발에 눌렸던 게 맞았던가 보다, 치워보니 그리 상하지 않은.

쉬 쌓았다.수로 휘돌아가는 뽕나무 아래 섰는 난나와 티쭈네 바닥도 손보고 싶었더랬다,

그 역시 연어의 날에 맞춰.

바닥을 긁어내고 부직포를 깔고 거기 하얀 자갈을 깔고

그 위로 난나와 티쭈 자리를 주고팠던.

어느 댁에서 온 자갈도 잘 쓰고 싶었고,

그러면서 풀도 잡고 싶었던.

아직 그곳까진 손이 못 갔지만,

그들 위로 새로 난 뽕나무 가지들이 어지럽게 얽혀있었다.

그 아래로, 그러니까 난나 티쭈 뒤로 꽈리들이 밭을 이루고 있는데

반양지에서 잘 자라는 그들이지만 그렇게 음지여서야...

전지가위로 정리하다.

 

시골에선 관공서가 여러 역할을 해주는데

가령 오늘 같은 경우도.

아주 가끔 급할 때 우리 게 하필 먹통인 순간, 프린터와 복사기를 면사무소에서 쓸 일이 있었지만

그들 내부 책상으로 가서 쓰거나 따로 부탁을 해야.

그런데 최근 민원인들이 바로 쓸 수 있게 밖에다 프린터를 설치해 둔 거라.

일전에 들렀다가 눈여겨 봐두었고(교무실 프린터 바꾸어야는데!)

오늘 분량이 좀 많은 걸 처리해야 될 상황.

들러 잘 썼네.

세금이 구체적으로 내게 쓰이는 걸 확인할 때 기쁨.

 

쇠날 밤, 교육일정이 따로 없는 주말이면 밤이 좀 느슨하다.

영화 한 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박동훈 감독, 2022).

수학, 그건 적지 않은 이들을 난감하게 하는 영역.

대입, 아니 이미 그 전에 수포자가 대거 등장한다.

이후, 일상 곳곳에 스민 수학이라지만 일반인들에게야 다시 돌아볼 일 없는 수학.

영화에서 수학자가 학생에게 수학을 잘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뭐냐 묻는다.

머리?

머리 좋은 아새끼들이 젤 먼저 포기한다지.

그럼 노력?

그다음 나자빠지는 놈이 그들이라고.

그럼? 용기란다.

아자, 할 수 있다!”그런 거냐 물으니 그건 객기라고.

그렇다면? 용기!

화를 내거나 포기하는 대신 문제가 어렵구나, 낼 아침 다시 해봐야겠다.”

그런 여유로운 마음이 수학적 용기라고.

그렇게 당당하니 꿋꿋하게 하는 놈들이 수학을 잘한다고.

, 그렇구나 했네.

제목으로서의 영화는 이상한 수학자가 방점이기보다 이상한 나라가 방점일.

수학이 전쟁물자 만드는 데 쓰이는 것에 환멸을 느끼고 탈북했지만

남한에서의 수학이란 그저 시험점수에 필요할 뿐인.

수학을 다시 대면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랄까.

어른 노릇을 생각게도 했다.

어른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권위가 아니라 바른 삶을 애쓰는, 아이들을 지키는.

, 최민식 배우를 또 돌아보게 하더라. 신파조를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배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214 9월 28일 불날 더러 맑기도, 우리집 닭 옥영경 2004-09-28 1524
6213 2008. 1. 4.쇠날. 맑음 / 평마단식 강연 옥영경 2008-01-08 1523
6212 2007. 2.23-4.쇠-흙날. 맑다 흐림 옥영경 2007-03-04 1523
6211 2006.2.14.불날. 비 사이 다사로운 바람 옥영경 2006-02-15 1523
6210 153 계자(8/5~8/10) 갈무리글 옥영경 2012-08-13 1522
6209 2008. 2.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3-08 1522
6208 8월 12-15일, 민족건축인협의회 여름캠프 옥영경 2005-09-07 1522
6207 2008. 3.28.쇠날. 맑음 옥영경 2008-04-12 1521
6206 2006. 6. 3.해날. 맑음 옥영경 2007-06-15 1518
6205 113 계자 이틀째, 2006.8.22.불날. 비 옥영경 2006-09-05 1518
6204 7월 3-4일, 지나샘 옥영경 2004-07-13 1516
6203 7월 2-3일, 안동출장 옥영경 2004-07-13 1516
6202 4월 12일 달날, 잔치 소문난 날 옥영경 2004-04-27 1516
6201 127 계자 닷샛날, 2008. 8.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9-07 1514
6200 7월 8일, 용주샘 전공을 살려 옥영경 2004-07-19 1513
6199 112 계자 사흘째, 2006.8.9.물날. 소나기 옥영경 2006-08-17 1512
6198 품앗이 최재희샘과 그의 언니네, 4월 17일 옥영경 2004-04-28 1510
6197 2007.10.31.물날. 들여다보면 비치겠는 하늘 옥영경 2007-11-13 1509
6196 2006.4.21.쇠날 / 두 돌잔치(+달골 아이들집 안택굿) 옥영경 2006-04-27 1509
6195 3월 30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4-02 15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