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3.물날. 갬

조회 수 319 추천 수 0 2022.08.08 19:05:35


가을볕만 아깝더냐, 흐린 날이 이어지면 그 또한 그렇지.

내일도 모레도 그렇다는 예보인데 그 사이 오늘 여러 날 만에 볕이다.

어여 어여 말릴 것들을 내다놓고,

학교 공간마다 문을 활짝 열어둔다.

또 풀의 나라로!

계자 준비의 바깥일 대부분은 풀과 풀과 풀을 매고 뽑고 베고 미는 일.

오늘내일은 학교 예취기가 돌아갈 거고,

내일은 달골 잔디깎기가 움직일 거고.

가장자리나 기계가 닿기 어려운 곳들은 손으로 해낼.

이러니 제초제 뿌린다는 말이 나오는 거고,

이러니 시골 마당 콘크리트로 덮는다고들 하는.

아직은 할 만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인 걸.

그런 죽은 땅, 그것이야말로 오염인 땅에 아이들을 걷게 하고 싶지 않으므로.

물꼬는 아직 제초제 없이 풀을 관리하고 있다.

 

계자 부모들과 통화하는 날.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엿보기도 하고

특히 처음 오는 부모와는 얼굴을 보는 건 아니지만 안면 터기.

목소리라도 닿으면 걱정이 좀 덜.

부모 부재의 시간 여기가, 내가, 샘들이 부모 아니런가.

배턴터치랄까.

아이들 바르거나 먹고 있는 약이라든지 챙겨야 할 정보도 확인하고.

왔던 부모들과는 우정을 나눈달까.

날이 너무 닥쳐 전화를 돌릴 땐 왔던 아이들 부모님은 알아 오십사 하고

전화를 거르기도 하는데,

오늘은 모두 챙겨서.

전화가 안 닿은 두엇 분은 문자로라도.

 

물꼬 34년의 역사는 세대에서 세대로 흐른다.

대학 강연에서 만난 젊은이가 품앗이가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서 오는.

혹은 아이가 자라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가 되고...

이번 계자가 부모대부터 만났던 이들도 여럿이라.

유설샘도 그 하나.

통화 중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해서 웃었네.

대학생 때 품앗이었던 이들이 혼례를 올리고 거기 주례를 서고

아이가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또 또 태어나 여길 오고,

그 아이가 친구들과 우르르 같이 오고 있다.

이번에 고기 초등이 일곱이야. 완전 물꼬 전도사네요.”

유설샘이 그 말 끝에 열심히 해보겠다 유쾌하게 받은.

근데 소개 같은 거 하지 마요. 다만 알려줄 뿐.”

그 소개해서 온 그 아이가 다친 경우라도 생기면 얼마나 마음이 어려울 것인가.

그저 앎을 연결하는 걸로.

저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우리 애 보냈다,

방학 때 보내는 줄 아니까 물어들 보시고,

또 다녀온 아이들이 재밌었다고 하니까 다른 아이들도 간다고...”

친한 친구들이 우정을 쌓기에도 또 얼마나 좋은 공간인가.

물꼬가 쌓아가는 관계들을 생각한다, 피붙이와 또 다른 물꼬붙이.

유설샘네 큰 아이가 세상으로 왔을 때 그 소식을 내가 꿈으로 꾸었더랬다.

꿈속에서 아이를 만난 거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 자라 이 멧골을 왔는데,

꿈속에서 본 그 아이랑 너무나 꼭 같아서 신비로움에 쌓였더랬다.

맥락도 없고 계보도 없는 얘기 같은데,

좋은 관계들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게 반갑고 고맙다는 말이랄까.

 

인화샘, 대학을 다니며 품앗이였고 오래 논두렁이기도 했던, 그리고 이제 학부모인 그이다.

늘 물꼬누리집 챙겨 읽는다고, 근래의 학교터 소식도 보고 있다 했다.

뭐라도 물꼬에 필요한 것 좀 보낼게요, 했다.

물꼬의 일이 넘의 일이 아니라는 그 마음에 고마웠다.

이번 참에 물꼬 논두렁도 다시 챙기겠다 문자가 왔다.

논두렁은 경제적으로도 도움이지만

어둔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는 든든함, 그런.

달마다 1만원 이름 올리기, 교세확장(자유학)으로다가.

http://www.freeschool.or.kr/?mid=notice&document_srl=3024

몰라서 못하는 사람들도 있잖을까 싶어.

후원이라면 제법 규모가 좀 있어야 된다고들 생각하거나.

후원을 받아 하는 물꼬 살림에서도

우리말 살리는 데, 전국특성화고교노조에, 빈민지역공부방에, 기아난민 기후난민을 위해

돕고 있다.

그게 좋은 세상에 기여하는 한 방법이라 여기기에.

 

이번 계자에 오는 윤지샘과 긴 통화.

눈을 보고 얘기하면 좋으련 계자에서는 그럴 짬이 없을.

계자는 샘들이 날 찾지 않는 게 도우는.

밥하고 아이들을 오직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 이야기는 좀 미루는.

아이들이 자라 훌륭한 젊은이로 성장하면 고맙고 고맙다.

초등 계자에서 만나 새끼일꾼으로 품앗이로 그리고 논두렁으로 이어지는 연.

여러 일정에 드나드는 동안 눈여겨보았더라.

나날이 더 훌륭해지는 이를 보는 즐거움이 크다.

오랫동안 휘령샘이 그 전범이 되어주었던.(하하, 처음부터 아주 낮게 시작하면 간단한가...?)

물꼬의 한 귀퉁이에 또 하나 일을 좀 벌여볼까 하고 도모하는 중.

특히 이곳은 평화로운 이의 역할이 크다.

선하고 순하고 평화로운 사람, 같이 일하고 싶은 이.

해서 윤지샘과 이번 일을 논의하는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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