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일찍 아무리 꼼꼼히 해도 계자 준비에는 시간이 모자란다.

계획했던 걸 다하더라도 더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는.

‘170계자 책자 내용 중 기본 속틀이나 모둠명단, 담당선생님 등 사진 찍어 공유 가능한가,

엄마들 입장에서는 궁금하기도 하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정오부터 샘들이 들어올 거라 종종거리면서 제법 긴 답장.

 

무슨 학습공간도 아니고 그냥 하루 종일 노는 구나 생각해주셨으면.

기본 방향이 있지만 즉흥도 많은 곳

(그걸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시간표대로 하는 건 외려 쉽지만).

안전한 곳, 편안한 곳, 아이들을 실하게 먹이는 곳, 대화문화를 익히는 곳,

논의 합의가 있는 공동체생활, 아이들의 내적성장에 관심을 기울이는 곳, 이라는 말로

속틀(일정표)에 대신하겠음요. 예컨대 심리상담소가 일정표가 없는 것 같은?

1. 지나간 계자의 기본틀은 가지고 가지만 그리 의미가 크지 않음.

텅텅 비어있고, 아이들과 같이 짤샘들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준비함.

2. 모둠은 모두가 같이 설레며 기다리는 재미도.

공간이 좁고 사람 많지 않아 모둠이 의미가 크지 않고.

딱 와서 모든 걸 만나면 좋을.

3. 이번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안내모임을 하며 분위기 가닥을 잡고 대략 일정이 그려짐.

4. 굳이 궁금하신 분은 지나간 계자 사진과 기록을 좀 들여다보는 것도 방법일.

 

더하여 2020학년도(2021.1) 겨울계자 때 쓴 글을 덧붙여 보내다.

http://www.freeschool.or.kr/?mid=notice&search_keyword=%EA%B3%84%EC%9E%90%EA%B0%80+%EB%82%A8%EA%B8%B4&search_target=content&document_srl=90158

 

달골 느티나무 삼거리 벽돌 위 풀을 아무래도 지금 상태로 둘 수는 없겠기,

명상정원 아침뜨락의 출발점인지라,

이번 계자에서도 어느 이른 아침 아이들과 오를 것이라,

풀을 뽑다.

아고라 돌계단도 절반만 뽑고 청계를 했는데,

마저 맬 짬을 지난 한 주 계자 준비 주간에 도저히 내지 못하고 오늘 아침까지 밀린.

학교아저씨도 올라와 돕다.

 

곧 낮버스가 들어올 시간.

이제 못한 건 놓아야.

낮밥을 준비하러 달려 내려온 마을길.

이 멧골 안에만 살 땐 잘 모르다가 바깥사람들이 들어올 녘이면 코로나19가 현실이 된다.

샘들 자리가 셋이나 비었다.

!

오는 샘들이 걱정이 많을 수 있겠기 말해주었네.

계자 앞두고 걱정이 태산 같다가, 낡은 살림이 어디서든 얼마든지 문제가 생기니까,

아이들이 교문에 딱 나타난 순간,

나는 모든 걱정이 날아가 버린다.

그들을 믿으면 되는 걸!

아이들도 집단지성이란 게 있다고 하면 설명이 되려나.

어떤 상황 앞에 서면 아이들은 명징하게 방향을 정한다.

물론 좋은 방향일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의 안내가 때로 필요하기도.

우리는 어른으로서 그거 하면 되는.

아이들은 강하다!

우리 어른들이 다 하려 말고 아이들을 기대고 가면 돼요.

우리는 그저 그들을 눈에서 놓치지 않고 보면 되는. 안전할 수 있도록!

(사실 계자는 샘들 비율이 높은 편이라 두셋 빠진 거 아주 타격이지는 않음.

다만 거친 환경을 그 손들로 메우므로 샘들이 조금 더 걸음을 재야 한다는.)

 

윤지샘도 차를 끌고 온다고 무거운 수박이며 아주 커다란 커피에다가

물꼬에서 못다 봤던 장도 봐오다.

샘들이 저녁마다 먹을 비타민제까지.

휘령샘은 1급 정교사 연수를 받는 중이라,

여기서 아침 9시부터 연수 받고 저녁에 계자 일정에 합류.

휘령샘은 다이소를 들러 자잘한 선물들을 마련해오기도.

나무와 유리관이 만난 꽃병이며 하트달린 꼬치며(맛난 꼬치를 내야겠군요) 영양제까지.

언젠가 정환샘과 선정샘이 밥바라지를 들어오며 그랬더랬다.

다이소를 아주 털어와 부실한 물꼬 부엌살림살이를 채워주었다.

휘령샘이 샘들 먹을거리로 들인 복숭아가 샘 먼저 들어오기도.

새끼일꾼 채성이도 음료수를 한 박스 들고 온.

물꼬에서 이런 거 잘 안 드시는 거 아는데...”

그런 건 그런 것대로 이곳에서 잘 쓰이는 걸.

교원대 진주샘이 차로 온다고, 또 정오에 맞춰 못 들어온다며

일하고 있을 샘들 살펴 얼음컵 마실거리를 한 주머니 사들고 왔다.

차를 늘 달이지만 가끔은 이런 바깥 것도 반갑다.

마침 한더위, 딱 요긴하였더라.

밖에서 샘들이 들어올 땐

고향집 그리고 노모한테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챙기는 자식들 마냥 그리 싸들고 온다.

물꼬 샘들 면면을 보면 아귀다툼 저자거리가 너무나 까마득한 세상이라.

 

물꼬 한바퀴’,

그리고 청소를 하다. 코로나19로 샘들이 셋이 빠진 계자라

공간마다 나누지 않고 대개 같이들 움직이기로.

첫걸음한 한록샘, 교원대 선배들로부터 악명 높은 열악함의 소문만 듣다가

와보니 너무나 잘된 정돈과 깔끔함에 놀랐다던가.

사람이 사는 데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는 그 생각대로

살아내는 삶에 찬사도 잊지 않은 그였네.

저녁답에는 소나무 아래 풀을 뽑고

그 길로 동쪽개울 수영장으로 들어가 아이들 움직임을 그려보고 씻다.

지윤샘이 푸실리파스타면을 가져왔더랬다.

뭘 해먹을까 싶더니 딱 해결해준.

푸실리파스타에 치즈를 얹고 스파게티도 곁에 놓은.

 

새벽 2시가 지나는 지금도

샘들은 아이들맞이 준비로 부산하다.

아이들 이름표 하나에도 공을 들이는 샘들이라.

이제 좀들 잡시다!

첫날부터 이리 힘 빼면 어떡하려고!“

그런데 우리들의 우정도 또한 중요하지.

아이들 좋자고만 하는 계자가 아니라.

자유학교도들의 부흥회’(농이다, )라는 건 우리 자신도 성장하고 고무되는.

그것도 그저 모여 노는 게 아니라 일하면서 말이지.

놀아서만 좋은 거 말고, 같이 일하는 관계를 믿는다.

계자 부엌도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다.

부모님들이 장만하는 반찬들을 미리 조율들 해주고,

그러니 장보기도 수월했고, 식단을 짜는 데야 당연히 흐름이 좋은.

물꼬만이 엿새를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부모님들이 같이 해준달까.

고맙습니다!”

 

끊임없이 기적이 함께하는 물꼬라.

남자샘들 빈자리가 컸는데,

진주샘이 초등 교사로 있는 재경샘을 부르고,

그가 마침 물꼬에 관심이 있었던 지라 하루 지나 합류키로 결정.

이런 게 기적 아니면 무어라 부를까.

170계자 우리 아이들의 복이기도.

이제 아이들만 오는 될세.

 

02:26 갈무리모임

에어컨을 안 써도 땀이 나도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오히려 좋아!”라고 외쳤다는,

일을 하다 보니 기분도 좋다는 한록샘.

휘령샘은 교사연수 때문에 계자 초기 시스템만 만들고 돌아가기로 하였으나

코로나19로 빈자리가 갑자기 생긴 걸 보며 더 있어야겠구나 가늠했고,

더 있게 되고, 편안해졌다고. 마음 먹기 나름이라.

교무실에서 낮에는 연수 받고 저녁에 합류하는.

일을 하며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진주샘은

영혼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행복하다던가.

청소가 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만이 아니라 손길 닿으며 공간에 애정을 갖는 시간이구나싶더라지.’

옥샘이 구석진 곳 살피라고 하셨는데, 아이들도 어둡고 구석진 곳 살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윤지샘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랑 물꼬의 시간의 밀도와 속도가 다르다고.

에어컨 아래 뒹굴면 금세 두어 시간 흘러가 버리는데,

하루를 쓰는 게 몇 배가 다른 이곳이라지.

샘들이랑 친척 언니 동생들과 일하는 기분이었다 한다.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기운 아니겠는지.

청소 마지막 방마다 걸레 하나, 화장지 하나, 내가 꼭 챙겨야지 했는데

돌아보니 예쁘게 걸레가 개져 걸레통에 있더라구요.

지윤샘이 말했다.

이미 한 새끼일꾼 채성이 형님도 훌륭하고,

그것에 감동하는 이곳이어 좋다.

성적으로 점철된 아이들에 대한 평가가 이곳에선 다르다.

성적만이 다인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구석구석에 다른 가치와 감동이 있음을 전하고 싶다.

샘들 모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다고들 했다. 이심전심이라.

청소의 합이 좋아서 잘 움직여서 외려 걱정이 없다는 마음들도 마찬가지였네.

계자 미리모임이 계자의 분위기를 가늠케 한다.

좋다. 좋은 계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계자라고 그렇지 않았냐만.

또 이렇게 계자를 꾸린다.

! 아이들이 온다...

 

* 170계자 샘들

- 휘령샘: 특수교사. 물꼬 13년차(거의 모든 계자를 함께하고 학기 중 일정들도 자주 같이 한. 그냥 보낸 연차가 아님)

- 지윤샘: 디자이너, 동생 지인샘과 같이 물꼬 아이였고 새끼일꾼이었던, 학기 중에도 여러 날 물꼬에서 보내기도. 그리고 긴 세월 건너 계자에 동행

- 윤지샘: 물꼬 16년차. 초등 아이였고, 새끼일꾼이었고, 품앗이이자 논두렁.

- 교원대 진주샘: 지리교사 6년차, 물꼬 새내기. 화목샘 동기, 끼리끼리다화목샘을 아시는 분들은 이 말을 아시리.

- 현택샘, 소연샘: 자주 오지 못했어도 물꼬 7년차. 대학생 때 품앗이로, 그리고 새내기 교사로 첫 해를 보내고 첫 방학을 물꼬에 연수 삼아 온다.

- 소연샘: 현택샘과 동기로 역시 물꼬 7년차. 중학교에서 3년째 보내고 있는.

- 한록샘: 교사를 꿈꾸는 품앗이 새내기. 

-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 물꼬 28년차(국어교사가 된 뒤 아이 둘을 키우며 학부모만 하다가 수행처로 물꼬에 온)

- 새끼일꾼 채성 형님: 일곱 살에 처음 왔던 계자 아이였고, 드디어 새끼일꾼 입성! 물꼬의 역사를 그가 이어 써간다.

- 그리고 학교아저씨와 옥영경.

- 더하여 구원투수 재경샘: 초등교사

코로나 양성으로 오지 못한 샘 셋: 태우샘, 제욱샘, 연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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