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는다짓다아름다운 낱말이다.

물꼬의 밥은 밥 너머의 밥그저 끼니나 때우는 밥이 아니라

영혼을 채워주는 밥.

그 밥을 이 아름다운 동료들을 위해 짓는다.

날마다 수행하고 기도로 짓는 밥.

이 밥 먹고 세상으로 나가서 한 걸음만 나아가주십사 하는.

야삼경도 넘어 잠자리로 갔던 샘들을 깨워 아침 밥상에 앉았다.

맛나고 든든하고 속편하다 했다.

샘들부터 실하게 먹어둬야 아이들의 에너지를 받아내지 않겠는지.

오늘은 아이들이 온다: ‘백일흔 번째 계자-낮엔 개망초 밤엔 달맞이

 

아이들맞이 준비.

어제부터 들어온 샘들이 못다 한 공간을 윤낸다.

욕실 벽도 닦고씻을 도구들도 확인하고빨았던 베갯잇을 씌우고설거지도 하고,

손이 아예 못 갔던 고래방과 마지막으로 약품과 곳간 점검.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좋았다는 새끼일꾼 채성 형님.

천막도 치고책상을 옮겨 안내공간을 마련했다.

이제 땀을 좀 씻어내고 아이들을 맞자 하는데,

고래방을 나오던 윤지샘과 진주샘 눈에 풀들이 보인 거라.

하자!”

들머리만이라도 덤벼 뽑자고들.

하여 그곳까지 훤해진.

 

정오아이들이우리 아이들이 왔다!

못다 한 우리들의 준비도 그만나머지는 이 아이들이 채워줄 것.

아이들로 완성되는 계자라준비조차이들을 믿고 가나니.

안내모임부터.

형제자매가 여럿이다.

소윤아동생 소미는 우리가 돌볼 테니까 그대는 그대의 삶을 살아주셔!”

현준 태양 형원 예린 큰도(큰 도윤역시.

(마찬가지로 집안싸움은 집에 가서 하시라고도.)

아이들에게 전한 말이었는데 장녀인 지윤샘이

동생 걱정 말고 너는 네 몫을 살아하시는데 눈물 날 뻔했다고.

동생을 셋 둔 진주샘은 정말 눈물 흘렸더라지.

한 집안의 장녀 장남이 갖는 무게가 있단 말이지아이들인들!

 

스물여섯 아이들이 열하나(새끼일꾼 하나 포함)의 어른들과 동행한다.

계자에 왔거나 물꼬의 다른 일정에 왔던 아이들이 스물,

새 얼굴이라야 여섯.

그러니 이미 저들끼리 이곳을 쓸 줄 안다.

낮밥을 물리고 학교마당에서부터 전장의 승리자들처럼 본관을 점거한 아이들은

술래잡기수건돌리기오목마피아놀이그림그리기 들을 하고 있다.

그 사이사이 샘들이 같이 움직이고.

시간과 시간 사이에도 정말 많은 일들 일어나는!

 

큰모임’.

우리가 보낼 엿새에 대해 속틀에 들어갈 속가지를 의논하다.

저마다 여기서 하고픈 걸 말했다그걸 최대한 담아 우리는 속틀을 짜리라.

아는 아이는 그들이 물꼬에서 보낸 시간 가운데 기억에 남는 걸혹은 더하고 싶은 걸,

모르는 아이는 아이대로 바람을 던진다.

만들기 해요그림 그려요과자파티 해요물놀이구들더께산오름보글보글,

장작놀이강강술래두멧길우리끼리보글보글연극놀이, ...

보물찾기도 해요무에 어려울까하자.

은행 달고나 먹어요물꼬의 겨울을 아는 거다그거 하러 겨울에 모이기로.

수박화채 먹어요먹읍시다.

자유시간요그건 여기서 가장 쉬 가장 많이 하는 일.

체육대회 해요하자우리는 대동놀이가 있지.

그 마음 다 담아 속틀에 집어넣어 보겠다.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채워져 있을 속틀에 대한 기대로 설레며 밤을 보내네.

 

자기 글집 표지도 꾸미다비어둔 지면.

로봇을 그리다 실패했다는 작도(작은 도윤)

지윤샘과 자신의 글집을 이어 큰 나무 한 그루를 그렸다.

고민이 길었던 선우는 좋아하는 하늘색으로 하늘을 그리고 물고기도 그려냈네.

게임도 건축 관련 게임을 좋아하는 현준은

그걸 표지에 구현해내려는데틈틈이 완성하겠다 했다.

나중에 보니 입체적으로 도시를 건설해 놓았다.

하늘이는 제 이름이 하늘이라고 하늘을 그리고 거기 새 자유로이 날았네.

서윤이 글집에는 계자 제목을 잘 살려서 거기 낮엔 개망초 밤엔 달맞이가 폈다.

흡족한 나와 마주 보고 있는 토끼 세 마리도.

동우는 더운 밤을 그렸다.

소미는 우리들이 할 장작놀이를 그린토끼 노는 조각달 아래서.

물꼬에서 그리 놀아보았던 게지.

정우그림 못 그린다면서 아쉬운 표정으로 보여주었는데,

우리는 꽃인 줄 다 알았는 걸.

바로 그 그림 못 그려요.”를 별거 아니군그릴 수 있네.”로 변화하는 시간이

아침마다 하는 우리들의 손풀기가 되리.

예린 은 자신과 친구의 생일로 만든 암호판을 그리고,

채원커다란 보름달을 바라보는 토끼간략한 그림으로 선명한 주제를 살린.

준형은 기쁜 자기 모습을 담았고,

윤수와 큰도(큰 도윤)는 바둑판을 그리고 거기 실제 옆 친구와 오목을 두다.

윤진이는 다른 이에게 보여주는 데 용기가 아직 필요하다.

옥샘한테도 보여줄게요.”

오렌지 달린 나무그림이 좋았다.

그 아이가 한 발씩 세상으로 나오게 될 계자라.

지율과 정인이는 나란히 앉아 에어컨 바람 앞에 앉은 친구와 나를,

뜨거운 해를 막아주는 나무 그늘 아래 시원하게 앉은 친구와 나를,

수범몇 나라의 국기를 그리고 팠는데태극기와 일장기만 일단 그렸고,

태양은 스파이더맨을,

인우는 나무와 구름과 새와 나그리고 수박을 넣었다.

호수는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예선은 슬램덩크,

형원불꽃놀이을 담았다.

소윤계자 제목을 살리고 거기 이어폰을 낀 자신이 있었다.

은서토끼가 방아 찧는 달 아래 그걸 보고 있는 나.

원진은 비워두었다뭔가 그리고는 싶은데 생각이 나는 게 없다는데,

생각날 때 그리면 되지.

근데 뭘 모두 다 그려야 하나?

그래서 외려 거기 더 많은 걸 채웠을지도.

앗, 동원이는... 글집을 받아 당장 '이동원 가족 4명, 별명 동원참치' 들을 써버려 

자기는 빈칸이 없다고 그림을 안 그리겠다는 걸 휘령샘이 동원이 이름자를 꾸며주었는데...

동원이는 저가 그림 같은 아이여서 그의 글집 표지가 생각이 다 안 나고 있다...

(* 잠자리에 가서야 불현듯 떠오른 동원이의 표지; 

  뒷표지에 '양귀비 위를 달리는 자동차, 검은 바위 위 별, 빨간트리를 그렸다!)

 

두멧길’.

마을을 도는 대신 학교를 한 바퀴 돌며 공간들을 익혔고,

그 끝은 물꼬 수영장인 동쪽개울 구경으로 이어졌네.

떡본 김에 제사거기까지 갔으니 물에 들어가야지.

아이들은 벌써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섰던 길.

여자 아이들은 여자방에 있는 작은 티피를 탈의실로 쓰기도.

서윤이 그랬네남자들은 좋겠다고수영복 입을 때 아래만 갈아입으면 된다고,

우리는 비키니 입는 나이도 아니고!”

우리 어른들이 사느라고 힘들 때 아이들도 불편을 견디고 어려움을 견디고

저들도 애쓰며 산다니까!

아이들도 저마다 힘들다.

 

수영장에 들어간 아이들이 센터를 하나 조직했네.

개울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흙이 일어나자

누군가의 제안으로 위쪽의 새 물을 퍼다 넣었다.

맑은 물 공급센터라네.

서윤 소미 소윤 정인 예린이 위쪽으로 가서 물을 떠다 날랐고

하늘이는 돌 치우는 걸 도왔다.

소미 소윤이 정말 열심히 퍼다 나르더라.

무엇이 없으니 아이들이 무엇을 한다.

그래서도 우리는 여기서 장난감을 밀어놓고 논다.

이제 그만 돌아가자 할 적바로 정리를 하고 물에서 나오는 서윤.

다시 보는 아이들은 그들 성장을 알려준다.

방에 벌이 나타났을 때도 수선스러웠을 그 아이가 이제는

가만히 있으면 돼하고 나지막히 말했더랬다.

또 그렇게 훌쩍 자란.

자주 절묘한 물꼬의 날씨라.

학교아저씨가 부엌으로 들어오시며빗방울 떨어져요했는데

돌아보니 아이들이 수영장을 막 나온 뒤였더라.

 

씻고 나온 아이들이 또 마당에 쏟아진다.

방마다 뭔가를 하고도 있고책방에도 들었다.

채원이며들은 한록샘한테 한국지도 그리는 법을 배워 바로 그리고 논다.

준형이는 체스를 배우고 있고.

인우 하늘 수범 윤진 큰도 예선이와 선우는 공을 좇아다니다.

한록샘이 온몸으로 애들과 뛰었네.

인우와 하늘이가 뛰어난 축구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가 와도 축구를 하자 할 만큼 축구가 좋다는 인우.

예린이는 시들해하는 듯하면서도 뭔가 진행되면 제일 즐긴다.

야무지고 또박또박한 아이.

고무줄타로를 봐주는데 그게 말이 된다지소문이 교무실까지 전해졌네.

보러 가봐야겠는 걸.

1학년 7반 7번인 동원은 조잘조잘 자기를 먼저 잘 알려주는 아이.

엄마가 해준 반찬이 인기가 어떤지 계속 확인하고 자랑하고.

물꼬 너무 좋은 거 같단다샘들도 학교도.

준형이가 물었다물꼬가 무슨 뜻이냐고.

막 대답하고 돌아선 얼마 뒤 서윤이가 왔다.

같은 걸 물었다같은 대답을 했다.

왔던 아이들이 좀 더 물꼬에 대해 진지해질 때 반갑다.

한 발 더 물꼬라는 공간에서 뭘 하려는 것인지,

결국 이곳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조금씩 나누니.

선우는 말이 별 없지만 하고 싶은 게 많다.

큰도와 한록샘과 삼각패스 연습도 하고오목에 관심도 많고.

(선우가 씻으러 들어갈 때까지 마스크를 했다.

곧이 곧대로가 강한 걸까?

그러고 싶으면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이곳이라.

말이 가는데 아주 천천히 그에게 닿고그의 안에서 생각도 아주 천천히 흐르고

다시 그 생각이 나와 말이 되어 상대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

그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봐요아이들이 저리 놀아야지!”

물꼬는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주고 싶어 한다.

놀 게 없다니!

장난감도 별 놀잇감도 없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놀잇감을 만들거나 사물을 이용해서 기어코 논다수영장에서도 그랬듯.

창의력창조그런 게 별 것이겠는가.

이곳에 있어보면 아이들이 하는 놀이의 가치를 대번 알고야 만다니까.

아이들이 저리 놀아야지사는 게 저리 생기가 있어야지!

그래야 공부고 뭐고 할 힘도 생길 것.

한껏 노는 아이들이 자주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저녁 때건지기.

밥상을 내기 전 생일잔치부터 하였더라.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노래 나는 예쁘다나는 귀하다나는 기쁘다태어나서 고맙다

세 차례 모두 같이 불러주었다태양이에게.

떡을 조금 쪘고거기 꽃을 꺾어다 놓았다초를 꽂고.

그 초를 지율이가 물꼬 생일잔치에 쓰라고 가져왔네.

이번 계자 끝날엔 그의 생일이기도.

태양아태어나서 고마워그래서 우리 만났잖아.

 

저녁 설거지부터 아이들이 시작했다점심엔 아이들 오느라 욕봤다고 샘들이 해준.

예린과 채원이가 1모둠 설거지를.

채원이가 그릇을 건네주고예린이는 물로 헹궜는데,

손발이 잘 맞고 야물다.

그들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다던 지윤샘.

열 살열한 살이었다.

 

저것 좀 봐요!”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올려다 본 하늘,

설거지를 하다가 비질을 하다가 놀다가 교실 안에 있다가도

산 그림자 위로 노을에 물든 파스텔톤 그림을 봤다.

170계자를 위한 선물이었다.

우리 샘들만이 아이들을 돌보는 게 아닌,

밖에서 부모님들이,

그리고 우리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자연이라.

 

한데모임’.

신라의 화백제도까지를 재현해보는.

깊이 듣고 따뜻하게 전하고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말하는 연습.

노래부터 부른다악기도 없이 오직 우리들의 목소리로.

너무 듣기 좋았다고들부르면서도 저들이 그런다.

앞에서 손으로 음을 지휘만 하는데 아이들이 그걸 알아듣고 따라 부른다.

정토와 천국과 극락이 다른 데가 아니다.

천상의 소리가 이런 것인 듯.

윤지샘은역대급 큰 목청이라고 하더라.

1년 동원이가 물었다. “옥샘목 괜찮아요?”

오달지게 크게 노래를 불렀더라니.

그걸 살펴 묻는 이 작은 아이는계자를 함께하는 아이들 모두를 대변하는 인물이라.

한데모임이 끝나고 노래집을 가운데 모았는데,

큰도가 묵묵하게 제자리에 정리한다.

새끼일꾼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

표 나지 않게생색내지 않고잘보이기 위해서도 아닌,

품성이 참 좋은 아이가 우리들을 가르친다.

주목은 받고 싶으나 한편 그것이 부담스럽기도 한 윤진이는

그래서 한 마디로 할 수 없었던 그가 이제 저녁모임에서 제 발언을 한다.

그렇게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갔네.

큰모임 때는 말하는 게 힘들어 안겨 엉엉 울더니

저녁답엔 손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냈더라.

여기 와서 지금 마음들이 어떤가 모두가 나누었다.

수범이가 벌써 '물꼬스러운 날'이라고 했다.

물꼬스러운 게 뭐냐 물었더니최고의 날이라고 설명했다.

동우는 계자 마지막날 같다고 했다.

그만큼 익숙하게 한껏 지내고 있다는 말일.

왔던 아이들이 많아서도(계자는 왔던 아이들의 비율이 높기로 나름 명성이 자자하다)

벌써 한참 같이 산 모두 같은.

 

처음 온 아이들이 많이 더워했다쉽지 않았을 것이다모둠방에 선풍기조차 없으니까.

여름은 덥습니다겨울이 춥듯이자연스러운 거지요.”

고통스러울 정도가 아니라면 우리 그리 살고자 한다고,

이 기후위기를 이겨낼 방법을 물꼬는 그리 찾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도시의 더위에 견줄 게 아닌 산마을이라 가능하기도 할.

그래서 바람이 더 달았다바람이 바람의 가치를 찾았다.

우리가 정말 밖에선 참을 성 없이 많이 쉽게 쓰면서 살게 있는 게 아닐까’,

지윤샘 말대로 그런 생각들이 껴들었다.

물꼬는 다 같이 물꼬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제안이랄까.

이렇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하는.

 

밤마실’.

대동놀이로 넘어가지 않고 어둔 마을길을 나섰네.

별이 쏟아지는 밤도 좋지만 흐릿한 달빛에 기대 두메를 걸으리.

바람도 선들거리고.

짙은 어둠이 우리를 서로 더 가까이 만들었다.

두셋씩 너댓씩 손을 잡고 걸었던.

그리고 느티나무 그늘에 안겨 철퍼덕 바닥에 앉았다가 다시 드러누워

우리는 미리내가 흐르고 그 사이 마주보는 직녀성과 견우성에 대해서,

북극성과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와 저 남쪽으로 삼태성을 말했다.

어느 순간 모두가 말을 잊었네.

거기로 멧골을 채운 소리들이 건너왔다.

칠흑에 눈이 익은 돌아오는 길은 더 거리가 짧아진 서로였다.

작도는 곤충마을을 잘 안다낮에도 그렇듯 밤에 보이는 것들을 찾아내 알려주었다.

예린이는 누워있는 동안 빨간불을 봤다지.

물꼬에서 인연을 쌓은 오누이 수범과 윤진,

열 살 수범은 일곱 살 윤진이 힘들어하자 업어도 주었다.

가로등 불에 모여 파닥이는 벌레들 보며 정인 왈.

불꽃놀이 같다며 그런 게 낭만이라고 했다.

낭만?

물꼬 중앙현관 지붕 잇댄 곳에 비가 새는 곳이 있다대야를 받쳐둔.

그런 게 낭만이야낭만은 불편한 거야.”

진주샘의 그 말을 익혀 우리에게 들려주었던 것.

 

모둠 하루재기를 끝내고씻고 이불을 까는데,

정인이가 다정하게 뭘 도와드릴까요 묻는다.

지율이 함께 아이들 수도 세고 이불 베개를 가져오고가지런히 줄 맞춰 깔아주고.

이것들이 같이 살아준다.

그러니 어른들이 할 만한 계자라.

예선이 안약도 넣고소미 아토피 약도 바르고윤진이 이마 상처 밴드도 갈고,

자잘하게 긁힌 상처들도 살피고 아이들이 눕자

남자방 여자방에서 책을 읽어주는 샘들.

 

샘들 하루재기’.

애들이 다 알아서 잘 하더라구요!”

진주샘이 말했다.

그렇다바로 그걸 믿고 이 열악한 곳에서 계자를 연다.

지윤샘, “함께 땀 흘리면 이렇게 가까워지는 걸까요?”

같이 뒹군다는 의미로도샘들이 같이 연대하며 움직인다는 뜻으로도 썼을.

 

 

새끼일꾼 첫걸음 채성 형님,

대문 앞 아이들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요샘으로서 본 건 처음이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왔던 아이들이 이제 샘 됐네요!” 하면서 알아봤다나.

뿌듯했다고.

그가 물꼬의 역사를 이어간다.

초등 계자 아이가 새끼일꾼 되고 품앗이가 되고 논두렁이 되고

혼례를 올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 자라오는.

꼭 친척집 느낌이에요.”

아이들이 어울렁더울렁 하는 모습이 그리 느껴지더라지.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는 지윤샘.

아이들이 그르면 우리 어른이 글러 그러한 것이니 나를 바로 세우기.

한록샘흘린 땀방울만큼 행복했습니다,로 하루 총평.

 

밥바라지들은 따로 하루재기를 했다샘들 하루재기 하기 전.

아무래도 계속 서서 움직일 일이 많으니 밥바라지는 아이들 잠자는 시간과 같이 움직이는.

윤실샘하루만 방학을 늦게 했더라면 학교(근무하는)에 불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시던가하하.

소진할 대로 소진했다가 채워지는 느낌으로 이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수행 삼아 왔노라고옥샘 곁에서 배우려고도 왔다고.

이십 년도 더 전에 같이 일했던 젊은 날의 그를 기억한다.

시간 건너 같이 움직이고 있어서서로에게 갖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제 엄마들이 되어서 좋은 일을 함께하고 있음이 좋아서

나는 자꾸 싱글거리게 되더라.

게다 손이 많이 가는 밥노동이라.

여름 위생을 위해서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더하는 손이 있으니그것도 물꼬를 오래 보고 물꼬를 지원해온 바깥사람 하나로

일을 덜어도 좋고그저 신이 나서는...

 

부모가 없는 시간 그걸 우리가 아이들을 돌본다부모가 모르는 그 시간을 우리가 안다.

한 아이의 성장에 우리가 뭔가를 보탠다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훌륭한 동료들이 어깨 겯고 일하는 경험은 느껍다.

샘들이 서로에게 감동한다.

예컨대 한록샘이 축구와 축구와 축구로 헌신하고(나중에는 옷에 소금이 맺혔다!),

채성 형님과 열일곱 남자 아이들을 돌보며 샤워를 도왔다.

경이로웠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를 쓰며 깊이 배우나니.

아이들 하나 하나 잘 키우고 싶습니다.

 잘 자라도록 돕고 싶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혁명의 길입니다.”

샘들에게 말해주었네.

 

170계자 하루가 간다.

기대할 내일이 있다는 것도 삶을 밀고 간다.

우리들에게 어떤 날들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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