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윽, 사내아이들이 두두두둑 복도를 뛴다. 새벽 530분이었다.

낯선 잠자리가, 또 이곳에서의 날들에 대한 설렘이 그들을 깨웠으리.

저러다들 어느 구석에서 졸린 잠으로 쓰러질 테지.

자고 있는 이들을 살피자 말해주니

책방으로 스미거나 마당으로 나가 공을 찬다.

 

샘들 해건지기’.

고래방에 모였다.

아이들을 만나려면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요,”

늘 샘들을 그리 설득하며 대배 백배를 한다.

전통수련으로 몸 풀고, 절하고, 호흡명상,

그리고 오늘의 하루흐름을 짚어보고, 샘들 마음을 살펴보고.

우리 어른들이 평화롭지 않은데 어찌 아이들이 보일 것인가.

그래서 어른의 삶을 잘 가꾸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샘들이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

 

아이들 해건지기’.

천방지축인 아이들이 단정히 앉아 수행을 한다. 그게 된다. 그걸 한다.

우리는 그렇다. “절 하나에도 존재를 걸고!”, 인사 하나도 마음을 다해 하고자 한다.

첫째마당은 태극요가 동작으로 자연을 닮은 몸을 만들고,

둘째마당은 호흡명상,

셋째마당은 마당 걷기.

밥하러 간다고 큰 형 현준에게 동생들 데리고 열 바퀴 걸으라 보냈다.

올빼미족인 현준은 어릴 적 그 시간 늘 못 일어나거나 싫어하거나.

그 일곱 살 현준이 자라 동생들을 데리고 아침 마당을 걷고 있다.

오래 아이들의 성장을 보는 일은 느껍고 느껍다. 고맙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밥상을 물리고 아이들이 1모둠부터 첫 설거지를 한다.

소윤이가 먼저 나선다.

툴툴거리는 소리 한 마디를 안하더라나.

처음엔 반찬들 묻은 자국 만지는 걸 싫어하던 은서도

그릇 다섯만 하고 그만두겠다더니

소윤이랑 같이 하면서 쟁반 그릇 모두를 다 닦았다.

심지어 다음에도 설거지를 하겠다고.

호수도 가마솥방 바닥을 빗자루로 쓸었다.

다른 샘들이 아직 밥을 먹고 있으니 다 기다렸다가.

아이들에게 기다림이란 얼마나 긴 것이더냐.

 

아침밥상을 물리고 정우는 책장 한켠을 기대고 책을 보고 있고,

선우와 수범이는 체스를 하고,

소윤 소미 은서 태양이는 소파 하나씩 차지하고 책을 읽고.

준형이가 동원이에게 바둑을 묻고,

동원이는 못이기는 척 옆에 슥 붙어 형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친해지더니 자주 같이 놀았다.

큰도와 하늘이도 책방을 들어가고 있었네.

마당에서는 또 축구라.

뛰고 또 뛰는 저 아이들이 자기들 사는 곳에서는 어디서들 축구를 하는 것일까...

 

손풀기’.

크게 그립니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말없이 그립니다.”

예술가가 있지만 누구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으며,

주눅 들지 않고 즐기는 예술을 위하여, 그리고 명상에 다름 아닌.

색색깔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물 하나 눈앞에 있고 그걸 연필로 그릴 뿐인데.

그것도 침묵하면서.

아이들이 잘 때를 빼고 물꼬가 가장 고요한 시간이라던가.

다들 엄청난 집중력으로 지우고 그리고 지우고 그린다.

그림을 원해 잘 그리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음.

근데 물꼬에서만 이 논리가 적용되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움.‘(지윤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그림들이 참 좋다. 편안하게 뭔가를 할 때 얼마나 많은 게 발현되던가.

예린이는 까맣게 칠하고 지우개로 그리기도.

동원이 뭔가로 뒤틀려있는데 곁에서 알아챈 큰도가 지우개를 쓰윽 밀어준다.

손풀기는 아이들 그림을 통해 마음을 좀 엿보기도 하는 시간.

어떤 억압은 없는가, 기질은 어떠한가 따위.

 

열린교실’.

대개 다른 계자에서는 교실이 제법 여러 개 열리고 아이들이 수강 신청.

이번에는 두 개로 압축하여

아이들이 하고파하던 그림그리기며 만들기며들을 한데 묶었더랬다.

짓기 가방’, ‘짓기 나방으로 나뉘다. 말의 운율도 좋았네.

짓다, 라는 말에 대해 먼저 나누었다.

옷 집 따위 재료를 들여 만드는 것,

농사도 짓고 밥도짓고’.

이름도, 시 소설 이야기도 짓는다’.

매듭도 짓는다고 말한다. 표정도 짓는다고 하지.

인연도 짓는.

그래서 만드는 모든 것은 짓기 가방에서

시나 노래나 이야기 들은 짓기 나방에서.


짓기 가방: 큰도 작도 현준 형원 동원 수범 정우 윤수 인우 정인 예린 은서 지율 채원

수행방 천장에 드림캐쳐 걸려있는데, 그걸 만든다고.

나쁜 꿈을 걸러주는 망.

먼저 도안 그리기,

어떤 모양으로 할지, 장식을 어떻게 할지, 거기 장식을 어찌 할지, 단추를 몇 개 달지,.

다음은 틀을 가지고 실로 감아가며 만들기.

아이들이 지루해할 때도 자기는 재밌다고 교실을 옹호해주는, 실제 재밌어하는,

큰도가 마음을 내는 모습이 샘들한테 힘이었다고 한다.

지율은 방법을 알려도 주기 전에 척척. 뭔가 문제가 생길 때만 도움을 요청하는 그라.

마무리를 못한 작품을 들고 펼쳐보이기에 나와서는 말로 완성한 지율, “여백의 미입니다!”

창의적이라는 말을 곧잘 듣는 예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네.

모두 원이 정면에서 보이게 만들고 있을 때 그는 위에서 원이 보이게 만들다.

은서는 윤지샘이 곁에서 조금 도와주자 집중해서 조용히 이어갔고,

현준이가 만든 물고기를 정인에게 줘 정인이 드림캐쳐는 더 아름다워졌다.

물꼬에서 드림캐쳐를 만드는 순간이 올 줄 몰랐어요!”

물꼬에서 한 열린교실 가운데 제일 좋았다는 그는 엄마며 할머니며 줄 사람을 생각하고.

채원이는, 흥미는 있었지만 어려워지면 자꾸 놓고 싶어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샘이 곁에서 함께하자 그예 완성하고 퍽 좋아라 했다.

정우와 인우는 지윤샘의 표현에 따르면 오늘의 발견이랄까,

목소리 높이지 않고 진지하고 묵묵하게 집중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냈다.

계자에 처음인 아이들인 걸 나중에 알았는데 푹 뛰어들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지윤샘)

작도, 기다리느라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샘을 기다렸다 야무지게 드림캐쳐 완성.

수범이며 하기 싫다 소리치는 아이들에게

여자 아이들이 수업을 옹호하기도, 우리는 재밌다고.

그 수범, 펼쳐보이기에서

자기 작품이 40분 동안 멍하게 있다가 10분 만에 완성한 거라고 뽐내었네.

내막을 모르지 않지만 그가 한 걸 더 봐주기로 한다.

그럴 때도 사실은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다른 이가 한 것을 보거나 생각했기에 10분만에 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때로는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짓기 나방태양 준형 예선 동우 호수 원진 하늘 서윤 윤진 소미 소윤 선우

동우가 저 하고픈 걸 시켰더니 신명이 나서 안에 든 생각주머니를 터뜨리는데,

빌딩도 짓겠더라.

태양과 준형이 노래를 짓고,

예선 동우 호수 원진 서윤 윤진도 노래를 지었다.

소미와 소윤이 지은 시를

펼쳐보이기에서 채성 형님이 모두에게 읽어도 주었네.

준형의 랩에는 모두가 음을 맞춰주기도.

"바다에 가면 해파리도 있고 상어도 있고 파라솔도 있고,

 바다에 가면 부채도 있고 튜브도 있고 구명조끼도 있고,

 바다에 가면 소금물도 있고 음료수도 있고 우리 모두도 있고
 와, 정말~ 많구나!"

 

낮밥’.

동우가 설거지에서 빠지려 했는데 강적 진주샘을 만나다.

해야 하는 일이다 하니 결국 참여.

그리 시끄러운 동우도 수행이 따로 없었네, 원진이랑 어여쁘게 설거지를 열심히도 하였다.

윤진이도 고사리 손으로 상을 닦았다.

밥노동 청소노동의 가치가 아무리 바닥을 가도

누군가 하는 밥과 청소로 사람이 먹고 산다.

일상을 살아내는 일을 중요한 교육으로 생각하는 물꼬라.

준형이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찾아 들고 간다.

전에 간 바닷가가 준형이의 주머니에서 딸려 나왔던

마른 모래들이 쏟아져 책방 바둑판과 바닥에 떨어진 걸 치우려 했던 것.

자신이 하고도 모른 체 하는 어른들도 숱하게 보았다.

훌륭하여라.

 

동쪽개울’.

흐리던 날이 반짝 환해졌다. 우리 수영장 가라는 말이네. 갔다.

형원 동우 동원이 개구리를 잡고,

작도는 혼자 양반다리로 물속에 앉아 곤충잡기.

소윤과 서윤은 여전히 맑은물 공급센터 운영 중.

예린 은서는 물센터에서 맑은 물을 받아와

족욕서비스 운영중이라며 윤지샘 진주샘한테 끼얹어주고,

윤진은 마냥 신나 첨벙거렸다.

작도며 형원이며 곤충에 관심 많은데, 익사시킨다거나 그러네.

아이들이 때로 잔인하다 싶을 때가 있는데,

몰라서 그런 거다. 알면 못 그러지.

알려주면 될 것. 아이들이 무슨 악의가 있겠는가.

곤충도 우리처럼 한 생을 사는 존재로 이해되면 어찌 그러겠는지.

형아인 형원이는 말이 되는 아이, 그러니 그에게 툭 두어 마디 던져두면

받아들일 것이고, 그리 할 것이고,

동생들은 형아를 따라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형원이도 그저 동생들 재밌으라고 그랬을 거라 짐작해본다.

곧 형원이를 만나야겠군.

 

개울에 가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마스크를 벗지도 않고 있던 선우, 오늘은 조잘거리고 장난도 치고.

, 편해지고 있나보다.

선우는 잠을 채웠다.

깨어난 선우, 멋있는 피아노공연을 했다. 밥상머리무대까지는 아니고 간이 공연?

표현을 잘 안하거나 못하지만 구체적으로 물어봐주면 대답을 곧잘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속으로 생각하는 중. 그러다 말을 한다.

형들 준형이랑 태양이가 선우를 잘 살펴주고 있었다.

사이좋게 로봇도 만들고.

  

개울을 나온 아이들이 또 논다, 마당에서도 안에서도.

축구의 열기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내겠다.

한록샘이 쉬지 않고 선수로 뛰고,

정우 인우 하늘, 하루에 축구 네 차례라니. 게다 농구까지 하던 걸.

그렇게 친한 하늘이와 인우도 축구대전을 할 때는 상대편에 대답도 잘 안하는 적이다가

경기가 끝난 순간 다시 친구로 돌아간다.

예선이도 뛰었다. 하루재기 시간, 축구가 제일 재미있었다고.

정인이도 같이 달렸다. 아버지가 특수부대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정인은

아버지가 딸을 훈련이라도 시킨 걸까,

달리기도 빠르고 운동 신경도 좋고.

서윤 소미 채원이 일곱 살 윤진이를 챙겨 놀고.

 

씻고 나왔는데, 다시 땀 흠뻑 흘리다. 계자 속에 있다는 건 그런 것.

아이들이 티피를 날아다니는 새처럼 쓰고 있더니 그예 망가뜨려서

고치고 새로 세웠네.

티피 창문은 떨어져나간. 그건 계자가 끝나야 고칠 수 있을 짬을 내겠다.

아마도 쓰임을 잘 모르셔서 그럴 겝니다.”

그래서 알려주었네.

인우가 이가 빠졌다. 가마솥방에 알려주고 갔더라.

우리는 인우 부모님이 인우 이가 빠진 걸 모를 때 그걸 안다.

그렇게 아이들의 부모를 대신해 샘들이 있네.


수박화채를 냈다.

수박화채에 수박만 들어가도 충분하지!

그렇게만도 얼마나 흡족해하는 아이들인지.

이곳에서는 소박하나 넘치게 기쁘다.

그렇다고 끼니나 때우는 밥, 그게 아닌 정성스럽게 예쁘게 차려내고 싶은.

수박을 조각해 바구니를 만들고 시럽도 끓이고,

유설샘이 보내준 마코도미아에 수박을 절여놓고

거기 탄산수와 시럽과 얼음을 넣고 우유는 취향대로 먹기.

그것만으로 맛있다고들.

과일 후르츠 이런 거는 없어요?”

그렇게 말하던 현준이, 그런 거 하나 들어간 것도 아닌데

한데모임에서 오늘 수박화채가 제일 맛났다나. 소윤이도.

얼마나들 놀아대는지 당 떨어질까 봐 두 차례 사탕도 하나씩 입에 넣어주고.

늘 집의 냉장고를 수시로 열었을 아이들,

삼 세끼 충실하게 멕이고 싶은 이곳 밥상이라.

 

재경샘이 부랴부랴 물꼬로 들어왔다. 환대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아이들은 참... 그냥 받아들인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일단은.

우리 어른들은 걸림이 많다. 재고 간보고.

형원이, “제가 안내해드릴까요?”하며 공간을 소개해주고,

태양이는 물꼬의 노래를 알려주려 애썼다.

아이들은 친절하다. 그 아이들이 나는 좋다, 참 좋다. 그들로 배운다.

휘령샘이 미리모임날 하지 못했던 진주샘과 새로 온 재경샘과 물꼬 한 바퀴

공간과 그 공간에 스민 물꼬의 지향을 나누다.

 

저녁 때건지기에서 윤수가 밥상머리공연을 했다.

윤수가 피아노를 치고 있길래 공연을 권했는데,

곁에 있던 지율 왈, 네가 하면 나도 할게 하였더랬네.

계자를 몇 차례나 오는 동안 피아노를 잘 치는 지율은 설 듯 설 듯 하면서도

막상 무대로 오르기 직전 번번이 물러나버렸고,

이번에도 공연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하고 있던 참.

하여 윤수에게 부탁했다. 그대가 하면 우리 지율이 공연도 보겠구나 하고.

뭐 대범한 마음으로다가 까짓 것 할게요, 하는 식으로 공연 스케줄을 짜낸 윤수.

가마솥방의 소박한 밥상머리무대는 아름답다.

일상의 예술들, 예술가의 전유물이 아닌 예술을 우리 아이들이 즐긴다.

노래로, 춤으로, 시로, 악기 연주로 그렇게들 무대에 선다.

밥을 먹기 위해 이미 모인 이들이 관람객이 되고.

작고 소박한 아름다움이여.

 

저녁을 먹은 아이들이 마당에 쏟아진다.

축구대열에 윤지샘도 벤치선수로 있다가 경기에 기용되다.

시원하게 바람 불고 잠자리 날아다니고 같이 뛰니 그저 행복.’(윤지샘)

윤지샘 아이들 뛰어놀고, 채성샘이 하늘에 손가락 올려 잠자리를 기다리는데,

그 풍경이 아름다웠다.’(지윤샘)

이 아이들, 어둠이 내릴 때까지 그렇게 뛰어본 게 언제적일까.

마당에서 무슨 군사조직도 결성되었다는 소식.

대장 윤수, 소대장 형원, 조교로 큰도, 상병 수범.

그 외 여러 이등병들.

소대장을 인터뷰하니 설립목적은 즐거움이었더라나.

하는 건 수류탄 훈련, 얼차려(?), 체력단련, 나무타기, ...

이건 또 어떤 대중문화의 영향일까?

안에서는 못다 만들었던 작품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손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물꼬는 신기한 곳이에요, 이게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어떻게든 돼요!”

정인이가 지윤샘한테 뭔가 만들고 싶다 했더니

지윤샘이 어릴 때 물꼬에서 배운 것들을 가르쳐주었는데

그 끝에 정인이가 감탄하며 한 말. 물꼬를 좀 아는 게다.

 

한데모임’.

모여들기 전 한록샘과 남자 아이들이 신발장과 짐정리를 하고 왔다.

여자아이들은 그들대로 책방을 정리하고. 

우리가 이곳에서 끊임없이 하고 사는 말,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본 진행 전 윤지샘이 사전진행을 하다.

샘들이 하나같이 노래소리가 정말 듣기 좋단다. 학교가 들썩들썩.

저런 신명을 아이들은 어디서 어이 풀고 있는 것일까?

손말도 눈이 툭 튀어나올 만치 동그랗게 뜨고 익힌다.

곁에 있는 정우가 정말 열심히 배우고 따라하는 모습이 기분 좋게 했다’(휘령샘)

책방은 정리문제를 늘 일으킨다.

왜 그랬는지 물어봅시다.”

모든 행동에는 까닭이 있을 것이니.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손 한번 들어보시라 한다.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거니까.

그리고 왜 그랬는지 물어본다. 다 이유가 있단 말이지.

밥을 빨리 먹으려고, 화장실 갔다가 잊어버려서, ...

"귀찮아요."

예선이는 귀찮아서도 책을 그냥 던져두었단다.

맞아요, 귀찮아요저도 밥하기 귀찮습니다.

계자도 귀찮은데 가방 싸서 이제 집에들 갑시다, 하하.

귀찮지요. 그런데, 귀찮지만 그걸 밀고 마음을 내야 질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야 또 책을 읽을 수 있고. 

관계도 그렇습니다. 마음을 내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요.

책방 문을 닫는다거나 그렇게 말고, 귀찮지만 해보지요.

그러겠다고들 결의는 한다. 내일은 또 어떨지...

 

대동놀이’.

울면서 집에 가고 싶다던 선우, 대동놀이를 하며 저 행복한 얼굴이라니.

다람쥐처럼 고래방을 뛰어다녔네.

땀 흘리는 게 싫다고 안 하면 안되겠냐던 지율이는

전래놀이 진행자를 하겠다고 손을 높이 들었다.

너무 힘을 많이 써서 쓰러질 듯 보이는 수범이, 그래도 대동놀이는 한다고.

그런 신명이 없다.

놀이가 힘을 기른다는 게 이런 건갑다 싶더라.

저리 풀쩍거릴 아이들이 저리 놀지 못하는 세상을 안타까워 함.

샘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불사르고 있었네.

 

모둠 하루재기’.

하늘이가 날적이 쓰는 걸 시들해하길래,

대동놀이 때 지구 생성 이론 말하던 거 재밌더라 재경샘이 말해주니

안 쓰던 글집을 쓰더라지.

(대동놀이에서 전래놀이 뒤 알알알이라는 놀이를 했는데,

내가 장난스레 늘어놓은 지구형성기 이야기를

하늘이 진지하게 궁시렁거리며 나름 제가 아는 과학 이론을 좌악 펼쳤던 걸 말함)

수범이가 배고프다고 왔다.

한 번에 먹는 양이 그리 많지 않은데 에너지는 너무나 많이 쓰니 그럴 밖에.

혼자 따로 밥을 멕였네.

물꼬의 이런 부엌이 나는 좋았더라.

 

잠자리 머리맡에 샘들이 책을 읽어주러 들어가면,

아이들은 첫사랑 얘기를 들려 달란다나.

너들 이야기를 먼저 해보라하면

서로의 비밀을 지키자고 굳게 약속하며

저들 짝사랑에서부터 차인 이야기며 연애담이 쏟아진다고.

 

밥바라지 하루재기’(밥바라지 1호기 영경, 2호기 윤실).

그만 그런 게 아니라지만 아이들과 마당에서 어마어마하게 뛰고 있는 한록샘,

낮에는 연수 받고 저녁이면 움직이고 있는 휘령샘한테 감동한다는 윤실샘.

윤실샘 역시 그러한 걸.

오직 필요한 데 자신을 써보겠다 하고,

대학을 다니며 품앗이로 왔던 이곳에서 먼 세월 지나 그리 몸을 쓰고 있다.

정말 계속, 계속 움직이는 그라. 부엌이 어느 때보다 원활하다.

서로 서로를 살리는 샘들이라.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이랑 짓기 나방을 진행했던 진주샘,

아이들이 열광할 교실은 아니었다며

어려울 줄 알고는 시작했으나 아직 아이들은 결과를 중시하는구나를 깨달았다 했다. 

결과가 아름답고 완벽하지 않으니 자신감이 함께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고.

실패하는 경험·완벽하지 않은 것을 나누는 경험을 통해

불편함을 견뎌내도록 하고 싶었으나, 의기소침해져서 ...‘(진주샘)

좋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물꼬가 가진 생각을 전하다.

지금 좋은 게 나중까지 좋은 것도 아니고

지금 좋지 않은 게 내내 그런 것도 아니다.

(관계도 그렇다. 엉키다 풀리기도.)

'좋다'고 하면 감각적 자극이 큰 경우일 때가 흔한테

시를 쓰고 시를 낭송하고, 별 재미가 없는 듯보여도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좋다는 것이 꼭 화려하고 소란하고 위풍당당한 것만이 아닌.

아이들에게 남긴 것들이 분명 있을 겝니다!”

 

좋은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는 기쁨이 크다.

그래서 또 할 수 있는 계자이다. 그래서 살아지는 물꼬이다.

교장에서부터 아무도 임금을 받지 않는 학교,

제 삶터에서도 헤쳐 나갈 일이 얼마나 많은 진대

그 시간을 쪼개 이곳으로 모여 손발을 보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80년 만에 중부지방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도심 곳곳에서 침수·정전 등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모레까지 최대 350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자정 지나 작성된 기사 하나를 봤다.

모레까지도 비가 많다 하니 부모님들이 걱정들 깊을 수도 있겠다.

총알이 날고 포탄이 떨어져도 소식이 먼 이 깊은 멧골은(계자 때는 세상 없어도 연락이 안된다?)

바깥세상이 큰 비에 길이 끊기고 차가 잠기는 것도 까마득하게 몰랐다.

이곳은 종일 날만 흐렸다.

잠깐 볕인가 싶은 맑은 빛까지 있었던.

바람이 기분 좋게 불었고

통신문 하나 돌려야겠다.

학교는 언덕을 끼고 있지 않습니다

수영장으로 쓰는 동쪽개울은 얕은 개울입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안에서 할 것도 많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자신의 호흡을 찾아낸 아이들의 신명을 무엇이 막겠는지요.’

잘 있다고, 잘 계시라고

 

, 세탁기가 탈이 났다.

아이들 빨래가 바구니마다 넘치고 있는데.

수도에서 급수밸브까지는 물이 간다. 그렇다면?

급수필터를 풀어 씻어 다시 끼워보지만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부품을 갈아야 할 문제라면 안에서 해결할 수가 없다.

일단 내일 수리센터로 전화를 넣어보기로.

,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우면 더운대로 수영장을 드나들고

비 내리면 내리는 대로 마당을 뛰어다닐 텐데,

빨래를 어떻게 할까 열심히 머리 안에서 움직임을 그려보는 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080 2022. 8.24.물날. 비 내리다 오후에 긋다 옥영경 2022-09-07 316
6079 2022. 8.23.불날. 비 옥영경 2022-09-07 268
6078 2022. 8.22.달날. 맑음 옥영경 2022-09-07 288
6077 2022. 8.21.해날. 맑음 옥영경 2022-09-03 343
6076 2022. 8.20.흙날. 맑음 옥영경 2022-09-03 313
6075 2022. 8.19.쇠날. 맑음 옥영경 2022-09-01 351
6074 ‘우리끼리 계자 5박6일’(8.13~18)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26 517
6073 2022. 8.18.나무날. 맑음 / ‘우리끼리 계자’ 닫는 날 옥영경 2022-08-26 322
6072 2022. 8.17.물날. 오후 소나기 1시간 / ‘우리끼리 계자’ 닷샛날 옥영경 2022-08-26 322
6071 2022. 8.16.불날. 간간이 비, 그리고 개다 / ‘우리끼리 계자’ 나흗날 옥영경 2022-08-26 338
6070 2022. 8.15.달날. 흐리다 밤비 / ‘우리끼리 계자’ 사흗날 옥영경 2022-08-25 353
6069 2022. 8.14.해날. 갬 / ‘우리끼리 계자’ 이튿날 옥영경 2022-08-25 350
6068 2022. 8.13.흙날. 비 / ‘우리끼리 계자 5박6일’ 여는 날 옥영경 2022-08-24 305
6067 2022학년도 여름, 170계자(8.7~12) 갈무리글 옥영경 2022-08-24 422
6066 170계자 닫는 날, 2022. 8.12.쇠날. 맑음 옥영경 2022-08-24 418
6065 170계자 닷샛날, 2022. 8.11.나무날. 흐림 / 저기 보물산! 옥영경 2022-08-23 479
6064 170계자 나흗날, 2022. 8.10.물날. 비 옥영경 2022-08-17 527
6063 170계자 사흗날, 2022. 8. 9.불날. 흐림. 간밤 도둑비 살포시 다녀가고 옥영경 2022-08-15 532
» 170계자 이튿날, 2022. 8. 8.달날. 흐림 옥영경 2022-08-11 614
6061 170계자 여는 날, 2022. 8. 7.해날. 살짜기 흐린 오후 옥영경 2022-08-10 62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