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21.물날.눈보라 / 좋은 기운을 나눠주셨던 두 분

"옥샘!"
먼저 눈보라를 헤치고 강을 건너 바람 피해 언덕에 웅크린 이들이
안타까이 뒤를 돌아보며 외쳐대는 것 마냥
아이들이 창문에 매달려 불러댑니다.
가로질러가는 학교 큰 마당이 너르디너른 장강만 같습니다,
한 치 앞이 가늠이 안됩니다.
"어여, 들어가! 창문 닫어!"
눈보라가 대해리를 훑는 오전입니다.

"아니, 왜 오셨어요?"
"이번 주까지 온다는 말씀 못 들으셨나요?"
눈보라를 뚫고 국선도의 진우샘과 종찬샘이 점심차를 타고 들어오셨습니다.
이런 날씨에도 걸음을 하셨나 핀잔 아닌 핀잔을 하였지요.
국선도, 참 좋은 수련법인 듯합니다.
시작 무렵엔 숟가락을 들기도 어려울 만치 아픈 팔을 마칠 무렵 들어올릴 수가 있었고
다리도 뻣뻣함이 좀 났습디다.
그래서 사람들이 수련을 하고 또 하나보데요.
가을학기 내내 그리고 섣달까지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간 좋은 기운으로 물꼬를 환하게 해주셨더이다.

아이들은,
방에 좌악 널여 놓고 학술제 준비를 하는 가운데
돌아가며 가마솥방으로 와 피아노교습이 있었습니다.
여태 해왔던 개인연구 스케치북을 들치며 다른 종이에 옮겨 적기도 하고
커다란 종이를 끌고 와 그림도 그리거나
부엌으로 가서 뭘 준비도 합디다.
저마다 특색 있게 일년 연구를 정리한다는데
은근히 걱정이 일기도 하지요, 뭐가 되려는지.
그래도 끼어드는 것보다 저들 힘대로 하는 걸 보는 의미가 더 클 테지요.
이왕이면 앉은 이들이 안졸렸음 좋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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