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라, 해가 쨍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부모님들 편히 맞으라 그러신가.

자정 가까이까지 뛰어다니던 아이들이었던 지라

샘들도 잠을 좀 확보해주느라

08시께 부스스 일어나 밥부터 먹고 시작하기로 한 마지막 날.

그러나 긴박한 상황으로 아침을 열어야 했다.

이렇게 또 특별해진 170계자라.

지난 두 해 코로나19 아래서도 계속된 물꼬 계자에 용케 무사했던 물꼬였는데.

 

간밤 01:10 양성반응이 나온 아이를 책방에 격리하여 재웠고,

다행이랄까 어젯밤 책방을 폐쇄키로 해서 자연스레 격리장소가 마련.

세아샘이 예견이라도 했던 걸까, 보내왔던 마스크를 깨어난 아이들에게 모두 건넸다.

비상대책위원장 소연샘 안내에 따라 코로나검사를 위해서

임시 선별진료소를 평상 앞에 설치하고, 등산의자들을 한 줄로 두어 대기석으로 두고,

현택샘 윤지샘이 검사하고 기록하고,

판정에 따라 바로 고래방이냐, 본관이냐로 아이들을 나뉜.

음성이지만 증상이 있다면 책방으로.

바깥해우소는 고래방 사람들이 쓰고, 안의 뒷간은 본관 사람들만 쓰는.

소연샘은 늦게 합류해 설거지 말고 큰 도움이 못되는가 하다더니

웬걸 이런 상황을 진두지휘하러 오셨고나.

나는 이런 모든 적절함을 물꼬의 기적이라 부른다.

 

아침밥상을 차렸다. 늦어진 아침밥이었다.

전쟁에서도 아이가 태어나는 법.

그 와중에도 생일을 맞은 지율을 위해 감자샐러드를 만들어주었다.

감자를 삶아 으깨고, 달걀을 삶아 채 썰고, 오이와 양파와 당근도 다져 넣고

우유와 꿀과 겨자와 마요네즈로 섞었다.

그 위에 달걀노른자를 뿌려 둥글게 케잌처럼 만들다.

초를 꽂고 아이들 사이로 걸어갔네.

나는 예쁘다/ 나는 귀하다/ 나는 기쁘다/ 태어나서 고맙다!”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노래도 모두가 불러주다.

간밤에도 자정을 땡 하고 넘겼을 때 복도에서 모두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던.

고래방 아이들은 부엌에서 바깥 평상에 밥을 내주면

재경샘이 받아서 고래방에 들여가고

바깥수돗가에서 설거지도 따로하다.

다행이랄까, 절묘함이랄까, 마침 샘 하나 그렇게 양성으로 여섯 아이를 맡게 된.

재경샘이 양성임도 기적이라고 친다.

타로점집과 대동놀이에서도 발군의 역할을 하던 재경샘.

그는 타로점집 주인다운 외형을 요구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이 무더운 여름날 태국에서 온 두터 온 깔개를 숄로 두르는 열정까지 보였더라지.

한 어른이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던지는 몸이라.

 

여느 계자라면 아이들과 샘들이 같이 일어나 이불을 털고 밥을 먹고

그리고 천천히 먼지풀풀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잘 썼던 공간을 정리하고, 누군가 쓸 공간을 위해 준비해주는 마음도 내는.

1030분께 청소가 끝나면 빨래며 뒹구는 물건들이며 모아다 물꼬장터를 열고

제 물건들을 찾을 것이고,

11시께 샘들이 나갈 준비들을 하고, 아이들은 갈무리글을 썼을 일정.

하지만 먼지풀풀을 못했고, 겨우 옷가지만 찾고, 모였다.

윤지샘은 먹던 밥을 못다 먹고 다시 읍내로 달려 나갔다.

넉넉하게 마련한 진단키트였지만 불량이 많았다.

다행히 모두 검사는 완료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증상을 보이는 이가 있을 수 있으니

재검사를 위해서도 여유분이 있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던.

, 얼마나 민첩하게 기민하게 움직이던 샘들이던지.

, 얼마나 안내를 잘 따르며 상황에 대처하는 아이들이던지.

이로서 물꼬는 재난메뉴얼 하나를 제대로 마련한!

 

갈무리모임.

우리가 세상을 살면 무슨 일인들 일어납니다.

다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픈 일도 생기고,

어느 집이고 아픈 적이 있는 사람이 있고, 죽은 사람이 있고, 아이가 태어나고, ...

그래도 우리는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갑니다.

오늘 우리에게 나쁜 상황이 일어났다고 좋았던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빛나던 시간들을 혹 마지막 이 어려운 상황으로만 기억할까 봐.

우리가 보냈던 시간들을 속틀을 보며 훑어보고 그간의 날들을 나눔하다.

그리고 갈무리 글들을 쓰고.

 

고래방에도 건너가다.

그곳이 그만 버려진 변방이 될까 하여 가마솥방 속틀을 떼어다 고래방에 붙였다.

우리 170계자 중이고, 이 상황에서도 그대들은 잊혀지지 않았다는 선언 같은.

창문을 열어두었고 멀찍이 문 앞에서 갈무리모임을 진행하다.

소윤이랑 채원이가 울었다.

안아주고 싶지만, 미안합니다. 제가 감염이 되는 건 문제가 아닌데

저기 다른 아이들이 있어 그들을 위해서도 제가 이 거리를 유지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이해해주었다.

재경샘한테 갈무리글을 쓸 준비물을 전하고 나오다.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손전화를 들고 있기도 거의 처음이지 않았을지.

상황이 상황이라 부모님들께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다.

아이들이 쓴 계자 갈무리글을 꼼꼼하게 읽고 한 마디씩 더 덧붙여 쓰게 하기도 하는데,

그럴 틈까지는 못 냈고나.

 

책방 앞 복도에 한 줄로 늘어서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마친보람까지 마치고 밥 먹고.

늦은 아침이었기에 다시 또 밥을 먹는 건 부담스럽겠다 싶어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이 혼자 준비한 간단식; 삶은 감자와 달걀, 오이와 건빵과 두유.

건빵은 군부대에서 재영샘이 보내준 것이었다.

신혜샘과 문영샘과 지윤샘이 보내준 쌀로 밥 짓고,

계자 내내 엄마들이 마련해준 반찬들이며 진영샘이 보낸 달걀이며로 찬이 수월했다.

마을에서 보내준 복숭아와 자두, 유설샘이 보내준 청귤,

혜인샘과 은영샘과 윤진샘이 실어왔던 수박, 수진샘이 보낸 얼려먹는 아이스크림,

정우네서 온 유기농 요구르트, 연규샘이 보내준 두유들을 후식으로 잘 먹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기록으로 대신하는.

중간지대(책방: 음성이지만 증상이 있는) 아이들 밥을 놓쳤는데,

윤지샘이 챙겨 멕이다.

그 와중에도 정인이 머리를 예쁘게 묶어준 윤지샘.

누군가 놓친 자리를 다른 이가 메우며 우리 샘들 그렇게 계자를 건너왔네.

고맙고 아름다운 합이었다.

 

밥을 먹으러 줄을 섰을 때 소란이 있었다.

수범이가 물을 엎지른 것.

뒤에서 한 아이가 의도치 않게 밀었던.

수범이는 억울하다.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한껏 사납게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수범아, 수범아, 괜찮아.

네가 엎질러지지 않아서, 넘어지지 않아서,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런데, 물은 쏟아진 거다. 그건 그냥 사실이다.

거기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잘했다거나 잘못했다거나 평가가 있는 게 아닌.

다른 아이들은 그저 쏟아진 물에 놀란 거지 너를 비난하는 게 아니야.”

수범이가 조금 진정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다소 억울한 표정.

결과적으로 내가 쏟은 거니까, 미안해 하고 말하거나 물을 닦으면 되는 일!

그래서 대야를 갖다놓고 걸레로 물을 훔쳐 짜기를 반복하는 걸 보여주다.

물이 쏟아졌다? 그러면 수습하면 되지.”

물이 엎질러진 사실을 짚어주고 그것을 수습하는 것,

그 다음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모두가 안다는 걸 다시 알려주다.

수범이는 그 모든 것보다 내 잘못이 아님에 꽂힌. 억울한 거지.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크고 자기 생각도 강한 수범이는

어쩌면 자신이 가진 핵심감정이 억울함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 대개 가지고 있는 면이기도 한.

기계적으로 말하자면, 대인관계에서 남 탓을 잘하고, 건드리면 터지고, 권위에 반항적이고,

자존감이 의외로 낮아 상처를 잘 받고,

가족관계에서 장악하려 하거나 한편 책임지려하고, 인정 안 해주면 화를 내고,

하지만 공부나 제 일은 확실하고, 장단점도 잘 알고, 리더십도 있고,

그래서 의리 있고 정의롭고 설득도 잘하는 장점이 있다는 그 억울함’.

그찮아도 이 아이를 만나오는 동안 사실을 사실대로,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해왔던 터.

동시에 억울하다면 그 억울함을 말할 기회를 줘왔다.

이곳의 훈련이 도움이 되었으면.

잘 알아듣는 아이이다.

다만 뿌리 깊은 어떤 감정을 우리가 잘 다루는 데는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한.

 

어수선하게 아이들을 보냈다.

음성아들 먼저 나가고, 양성아들이 기다렸다 고래방을 나오고.

미안했다... 많이 아프지 않아야 할 텐데...

죄송했다... 부모가 없는 시간 우리가 부모지. 아이들을 잘 지키지 못해 송구했다...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애 본 공은 없다던...

 

샘들 갈무리모임.

아이들을 보내고 숨돌리며들 앉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다.

청소야 상주하는 이가 조금씩 천천히 해도 될.

우리가 보낸 시간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더 의미 있을 테다.

 

처음 온 샘이 잠을 못 자는 일정에 대해 토로했다.

나는 설명해야 했다.

그건 빡빡한 일정이라기보다...

사실 우리 손풀기 얼마 합니까? 기껏 1520? 열린교실은요? 고작 한 시간 좀 넘는.

잘 보면 실제 시간과 시간 사이의 전이시간이 어마어마합니다.

그거 줄이면 얼마든지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시간 잘라먹으면 얼마든지 일정을 일찍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확보해주고 싶은 거예요.

캠프니까, 일상이 아니라 놀려고 온 거니까, 더 주고 싶은 거지요.

일정이 빡빡한 게 아니라 바로 그 노는 시간이 넘쳐서 그래요.”

그때 윤지샘이 덧붙였다.

잠이 지나치게 부족했던 건 이번계자의 특수성일 수도 있다고.

옥샘을 제외하고 다른 땐 샘들이 돌아가며 시간 사이사이 잠을 채우는데,

손풀기 때나 대동놀이나 때건지기라거나 샘들이 쉬는 틈이 있고,

그때면 서로 자기 위치를 알려주고 쉬는데 이번 일정엔 샘이 넷이나 빠져 어려웠던 거라고.

면접으로, 그리고 코로나19 확진으로 합류를 못했던 샘들.

하지만 대신 재경샘이 투입되고 한록샘이 열 몫하고

휘령샘이 연수를 받아가며 저녁마다 함께하고

첫걸음이지만 노련했던 진주샘이 있었고.

소연샘과 현택샘이 샘들 기운 딸릴 쯤 나타나 수혈해주고,

무엇보다 물꼬의 오랜 품앗이 윤지샘과 지윤샘이 구석구석 잘 챙기고.

 

누군가는 서운함도 꺼내다.

, 나 억울하네. 아까 수범이처럼..”

각자 제 처지에서 생각한 것을 말하고, 들은 이가 자신을 설명하는 시간.

그래서 오늘 우리 사이에 생긴 유행어, ‘수범이가 왔다였다.

물꼬에 처음 와서 쉽지 않았을 마음에 대해,

그러나 또 오래 와서 단련된 이들이 처음 온 이들에게 요구하는 게 있었을 마음.

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우리 동지였습니다.

 같이 연대하여 아이들을 돌본, 같이 고생한.

 너가 있고 우리가 있는 게 아닙니다. 모두 우리였습니다.

 더구나 어려운 상황도 맞았고, 놀라울 정도로 잘들 해냈습니다.”

 나는 이 골짝 풀을 매며 산다. 오죽하면 풀매는 사람, 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까지.

 아무리 매도 아직도 풀이 지천이다. 

 그럴 땐 뒤를 본다. 맨 자리를 본다.

 또 풀을 맨다. 매도 매도 끝없다. 그러다 벌떡 일어나 팔을 활짝 펼치며 외친다. "이 모든 게 나의 정원일세!"

언제나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다!

 

지윤샘, 물꼬가 자신에게 믿는 구석이었듯 아이들에게도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윤지샘, 아쉬움만 크다고. 맞다, 열을 다 주고도 하나를 더 주고 싶은 어미마음처럼

아이들을 보내고 난 뒤 늘 남는 마음이 그렇더라.

현택샘은 마음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다. 대학생 때랑 또 달랐다고.(올해 교사 새내기)

근무가 걸려 늦게 합류했지만 역시 오길 잘했다고.

배움은 배움의 자리를 자신 안에 만들어두는 사람이 배우는 것. 그가 그랬다.

한록샘, 물꼬 걸음이 단발성이 아니길 바란다고.

한록샘 같은 샘이라면 어느 활동지이고 탐을 내지 않겠는지.

소연샘은 지난 번 물꼬를 떠날 때 다시는 안 와야지 했더라지.

늦은 밤에 자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움직이는, 24시간을 함께하는 일정이 쉽지 않았다고.

이럴 때마다 화목샘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학기 중 그리워하다 버스에서 내려 물꼬 대문을 본 순간,

아휴, 내가 이 고생스러운 데를 왜 또 왔나 싶다던.

소연샘 역시 시간이 지나며 물꼬 매력을 생각했다는.

참 좋은 곳이라고, 아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고 그럴 수 있게 해주는, 아이들 입장에 서주는.

그리고 샘들한테 배울 점이 많다 했다. 그래서 또 우리가 모이지 않던가.

소연샘, 샘 역시 그러하셨어요!”

재경샘 왈, 체력만큼은 배울 수 있구나 했다나.

나중에는 축구 좀 해야지 한다는.

꼭 다시 오시라. 우리 서로 잘 성장할 수 있을 것.

진주샘은 아쉬움도 덧붙였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곳이나 샘들은 그렇지 못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예전에 물꼬 안에 어린이 극단 물꼬가 있었는데,

연극을 하는 이들이 더러 도우러 오면 자신들이 무대 중앙을 채우고는 했다.

우리의 연극은 아이들을 향해 빛을 쏘는 사람이었던.

아이들의 그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우리가 좀 헌신한 걸로.

장일순 선생이 쓴 문단 하나를 새삼 다시 새긴다.

우리는 자유인으로서 바닥을 청소할 수도 있고, 노예로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곳에서 모든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대는 그 일을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서 할 수 있다. 그대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키울 수 있다. 이것은 그대를 매우 품위 있는 존재로 만들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느낄 것이다.’

깊이 쓰일 때 깊이 배울지니.

 

새끼일꾼 채성 형님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샘들이 입을 모았는데, 그의 헌신은 웬만한 어른이라도 미치지 못한다.

품성은 또 얼마나 고운 그인가, 그 마음결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그래서 이들을 물꼬의 빛나는 새끼일꾼이라 부른다.

채성 형님, 공부 좀 해야 해!

그대가 물꼬의 증거가 되려면 공부까지 좀 해주시는 걸로, 하하.”

밥바라지 2호기 윤실샘, 손이 좀 더딘 대신 내내, 정말 내내 움직여주었다.

특히 위생에 엄격한 주문을 했던 바, 얼마나 부지런히 부엌을 닦고 또 닦던지.

, 그래서 (내가)밥짓는 게 그리 수월했던 갑다.

밥바라지가 그리 받쳐주면 계자에 쓰이는 힘이 절반은 준다 싶은.

학교아저씨도 말하지 않을 수 없네.

순간순간 필요할 때마다 부르면 어디선가 달려와 주는 짱가’(우리 세대는 아는데, 요새 사람들은 글쎄...)이셨다.

심지어 일정 뒷부분의 세탁기 고장으로 빨래까지 발로 밟아하셨던.

무엇보다! 우리 뒤에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이 170계자를 완성시켜주었나니.

 

계자 정리모임으로 남은 윤지샘과 지윤샘.

초등 아이였던 그들이 서른 전후반들이 되었다.

학생이었고 오래 내가 기댄 동지들이었다.

윤지샘은 역까지 샘 두엇 실어주느라 또 차를 끌었다. 오늘 하루 세 차례나.

사람들이 있을 땐 몰랐는데 공간이 이렇게 커서...”

사람들이 비운 공간이 그렇다.

하지만 북적이면 북적이는 대로 좋고, 이렇게 고즈넉해도 그것대로 또 좋은 이곳이라.

들어오며들 장을 봐왔다. 저들 먹을거리 저들이 준비한다고.

계자 뒷모임이기도 하지만 내일부터 우리끼리 계자를 열기로.

계자 뒷정리이면서, 수행하고 물꼬에 넘치는 여름일을 도울.

샘들이 밥을 하였네.

계자를 끝내고 밥상을 받는 저녁이라니.

나는 계자가 끝난 저녁에도 내려오는 눈꺼풀을 올리며 밥상을 차려왔다!

일곱 살에 처음 물꼬를 와서 언젠가 갓난쟁이 동생을 데리고 오겠다더니

정말 동생과 함께 물꼬를 다닌 24년차(10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물꼬 사람 지윤샘,

열세 살에 처음 물꼬에 와서 물꼬 15년차가 된 물꼬 사람 윤지샘,

그들이 자라 내게 밥을 해준다!

 

저녁 밥상에서도 계자 이야기가 이어진다.

56일을 하는 계절학교가 전국에 거의 없다고 들었다.

소화가 안 되는 거죠.”

역량이 안 되는 거예요.”

뒷심이 딸리니까.”

56일은 23일의 배가 아니란다.

이틀 친절하기는 쉽지만 그 이상은 어려운 일이라고.

첫날 이튿날로 가며 힘듦이 배씩 증가하는 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제곱으로 간다고.

이곳 계자는 24시간 전면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일,

샘들이 시간을 내기도, 일정을 해내기도 결코 수월치 않은.

샘들, 욕들 보셨다. 고맙다, 우리 같이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어.

훌륭한 샘들이 물꼬의 역량을 또 쌓아주고들 가셨네.

 

큰 산 하나 넘었다.

아이들이야 부모 품으로 갔으니 아무렴 여기보다야 나으리라.

부디 심하게 앓지들 마시라...

저들이야말로 참말 욕봤다.

애썼다. 이 불편한 곳을 그리 잘 누려주어 고맙다.

아이들 백인들 어려울까, 어른은 댓만 모아놔도 힘이 드는 걸.

벌써 그리운가.


부모님들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아이들 신나게 다 놀고 좋았는데 신경쓰셔서 그게 더 걱정이라고, 힘내라고 하셨다.

너무 염려 말라고, 지난번에도 감염된 적 있다고, 열은 높았는데 이틀 앓고 회복했다셨다.

마음이 쓰이시겠다고, 아이들도 샘도 크게 앓지 않고 지나가길 빈다고도 하셨다.

선생님들 참으로 고생 많으셨다고, 그래도 마지막날 이런 상황이 되었다는 걸 위로로 삼으며 되돌아오면 잘 살피겠다고

건강 잘 돌보라고, 감사하다고도.

아이가 양성인데도, ‘56일 안전하게 케어해주셔서 감사하다고도.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코로나 확진이 되어 마음이 쓰이실 것 같다고, 너무 염려 말라고, 잘 지나가기를 기도한다고, 선생님 

건강도 잘 챙기시라고도.

부쩍 어른이 되어 인터내셔널가를 부르고 있다고, 코로나땜에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건강히 지내시라고도.

, 죄송하고 고맙고...

유구무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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