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줄기차게 내리는 바깥이었다.

 

윤지샘 표현대로 170계자 사람들이 딱 몸만 빠져나간 상황이었다.

여느 계자라면 아이들이 초벌청소를, 아이들을 보내고 샘들이 재벌청소를 할 것인데,

뜻밖의 상황으로 아이들은 갈무리모임과 갈무리글쓰기, 그리고 가벼운 낮밥을 먹고 떠났고,

샘들도 나눌 이야기에 더 집중키로 했더랬다.

정리야 남은 이들이 천천히 하면 되구요,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 의미 있겠다 싶습니다.”

정말 버스와 기차 시간에 맞춰 꽉꽉 채워들 나눔을 하고 떠났던.

계자 뒷모임으로 윤지샘과 지윤샘이 남았고,

그런 김에 그저 뒷마무리가 아니라 우리끼리 계자 56을 열기로 어제 결의하다.

청소는 물론이거니와

해건지기, 일수행(풀의 나라), 예술활동(꽃의 나라), 보글보글, 밤마실(밤의 나라), ()단법석[소리의 나라], 장작놀이(불의 나라), ...

나라들로 계자의 구색을 다 갖추기로 하였네.

 

깨고 싶을 때까지 잠을 채웠다.

계자에서 필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잠이 단연 으뜸일.

그건 일정이 빡빡하다거나 그런 문제이기보다

아이들의 노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주기 위한 노력들 때문이었다.

느지막한 아침에들 일어나 수행방에 모였다.

이번 일정에는 몸풀기로 팔단금을 익히기로.

대배와 호흡명상이 이어졌다.

 

늦은 밥상을 물리고 차를 달였다. 다담(茶談)을 하고.

여름 한가운데서도 좍좍 내리는 비를 내다보며 뜨거운 차가 잘 어울렸네.

계자 냉장고를 정리하고, 이불을 빨기 시작하고,

옷방 옷가지들 정리 돌입.

물꼬장터에 대한 원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샘들.

이쁜 게 너무 많아 물꼬장터에서 팔아 물꼬수익을 올리겠다나.

시간에 안 쫓기니 좋다고들.

여유 있는 호흡으로 공간들을 정리해나간다.

 

때마다 밥 짓고, 청소하고, 틈틈이 교무실 책상으로 달려와 계자 기록을 정리하고,

10시 출판사와 편집회의.

올해 내는 책은 아들과 함께 쓰는 서평록.

주제 한 꼭지를 더 더하면 어떨까 하는 게 앞전 회의였고

책을 골라 의견을 전해오기로 했는데,

이번 책을 1권으로 두고 2권을 쓰자는 출판사의 제안.

텍스트로 다루는 책이 한 권을 빼고 다 외서였는데,

국내서 중심으로 출판사와 저자들 간에 책을 같이 선정해서.

선생님, 다음 쓰시는 책이 물꼬 교육서니까, 그 작업하시면서 틈틈이 책 읽으시고,

출간은 어느 쪽이든 원고가 먼저 완성되는 대로 하시면 어떠실까요?”

그렇게 또 한 권의 책을 계약하게 되었네.

달골 기숙사 보일러문제로 기사 방문을 예약해두고,

9월에 열자는 한 도서관의 특강 요청에 메일로 답하고.

 

샘들이 속틀을 그리다, 자로 죽죽 줄을 그어.

애들 계자에서 그랬어야지!”

그런데 울퉁불퉁 줄도 의미 있고,

그런 데 시간 투여하지 말고 아이들을 더 많이 보라 하니 지금에야 그럴 수 있는.

이제는 커버린, 그래서 어른으로 함께 나눌 지나간 역사를 읊느라고도

, 우리들의 밤이 아주아주 또 깊어버렸네.

널널했더니 시간이 더 빨리 갔어요.”

계자 여독이 다 풀렸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물꼬 에너지를 또 수혈 받고 있어요.”

04시가 다 돼 잠자리들 가는 걸 보고 교무실에 들다.

사람 사이의 객관적 세월이란 참 무섭지.

지윤샘만 해도 십 수 년 지나 다시 왔어도 우리가 가진 두툼한 신뢰들이 있었으니!

넷이서 꾸리고 있는 우리끼리 계자를 우리끼리 매우 즐기는 오늘이었더라.

 

170계자를 마치고 돌아간 아이들은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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