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피로가 남아있어서인지 컨디션이 좋지는 않게 느껴졌는데

그 순간에도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물꼬라 나쁘게만 느껴지지 않았다.’(윤지샘)

수행하며 가뿐해지더라는.

해건지기를 끝내고 콩나물국밥을 시원하게 먹는 아침.

 

일수행·1-먼지의 나라’.

오늘 하이라이트는 옷방에서 찾아 입은 몸빼+남방 조합.

옷을 맞춰있는 것만으로 분위기를 더 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즐거웠던 날.‘(지윤샘)

그 몸배는 어느 해 연어의 날을 오면서 초설이 사람들 일복으로 사들고 온. 앞치마도.

옷방에는 그런 기억들이 담겨있는 곳.

사람들이 와서 쓰기도 하지만

그곳은 아이를 키우는 세월동안 철이 바뀔 때마다 그 아이가 새 옷을 사는 대신 입고 살았던.

그 아이 댓 살 때 발레를 가르치며 신긴 발레 연습슈즈도 나왔다.

어떤 걸 정리한다는 건 한 시절을 보내주는 것이기도.

 

낮밥으로 단호박죽과 베이글과 잼을 냈다.

강낭콩 대신 병아리콩을 넣은 단호박죽.

물꼬에서 키운 단호박.

 

일수행·2 - 풀의 나라로 가서 잠의 나라로.

비가 묻어오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달골로 가자 했네, 쉬어도 거기 가서 쉬기로.

차에서 내리니 빗방울이 시작되었다. 오래 올 것 같지 않은 비.

고맙기도, 우리 그리 쉬어가라고.

풀일도 바빴지만 쉼도 중요했던 우리였다.

아이들 계자 이후 다시 엿새의 일정에 일수행을 함께하고 있으니.

좀 느긋하기는 하지만 시골살이 일이란 게 손도 많이 가야 하고 힘도 써야 하고.

햇발동에들 들었다.

거실에서 바닥에 누워 소파에 발을 걸치거나,

방석을 베개 삼고 무릎에 고이거나.

눈 감았다 뜨니 한 시간이 흘러버린.

기분 좋은 충전이었다고들.

베란다 아크릴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잠에 스며들었던.

빗소리 ASMR(*뇌를 자극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소리 또는 영상)도 최고였다은 윤지샘.

 

비 갠 아침뜨락을 걸었다.

물 먹은 풀들 사이 안개가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나무 숲이 꼭 파도치는 바다 같았다는 지윤샘.

눈에 가득 담고 돌아가서도 종종 떠올리면서 힘내야겠다고 생각했다지.

 

저녁밥상에는 꽃게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새우와 마른꼴두기가 들어간 게국지,

그리고 지금 쏟아지고 있는 가지, 그리고 어제랑 맛이 다르게 무친 우리 밭의 도라지.

더하여 쑨 도토리묵.

 

예술활동-꽃의 나라’.

플라스틱 꽃을 한 송이씩 칠하는 것도 나누는 대화들이며도 평화로웠다고.

좋은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함께하는 건 정말 큰 행복인 것 같고,

많은 순간 이런 느낌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잘 받아들이면서 살고 싶다‘(지윤샘)

 

일수행·3-먼지의 나라’.

끝날 것 같지 않은 옷방 정리였다.

마감이 있어야 끝이 난다, 지윤샘 말처럼 오늘은 기필코 끝내자 한 날.

우리끼리 계자에서 어떻게 보면 메인이었던 일을 끝내서 속이 시원하고,

물꼬장터 물건까지 추려놓아서 너무 뿌듯했다.‘(윤지샘)

엄청난 상자더미였으나 차곡차곡 넣기만 해도 널널해지는.

정리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꼈다고들. 다 했을 때의 희열도 컸던.

 

하루재기.

낮잠 자라고 내려준 비도 소중하고, 물꼬에선 소중한 것들이 가득하다.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지윤샘)

돌아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생각이... 신경이 자꾸만 쓰인다는 지윤샘.

다음 일은 다음 걸음에!

여기선 또 여기를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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