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계자 뒷모임이자 수행모임이었던 우리끼리 계자 56을 마치고 쓴 갈무리 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그게 아니라면 한글 프로그램이 잡아주었거나).

 

 

--------------------------------------------

 

 

박윤지:

170번째 계자가 끝나는 날, 아침부터 정신없이 지나가는 위급상황에 정말 자연스럽게 생각의 끝은 물꼬에 남아야겠다였다.

계자 종료와 동시에 몸과 짐만 빠져버린 물꼬.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옥샘과 지윤언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삐 움직이시는 

삼촌,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서 뜻밖의 우리끼리계자를 시작했다. 일단 물꼬에 계자 후 정리가 안돼 있어서 청소&정리가 

우선이었고, 물꼬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물꼬에 남은 목적이랄까...)

우리끼리계자는 여느 계자와 똑같다. 속틀도 만들고 해건지기, 때건기기, 여러 나라들을 거쳐 끝으로 하루재기. 조금은 

여유롭고 새소리, 풀벌레소리가 더 잘 들리는 계자.

옥샘께서는 우리라서(윤지윤; 윤지와 지윤) 일도 되고, 수행도 되고, 쉼도 휴식도 된다고 해주셨다. 옥샘한테 그런 존재가 된

것 같아, 너무 벅차기도 하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유대감에. 우리 모두의 거리가 한 뼘 더 가까워진 

듯하다. 다음엔 옥샘께 위로도 되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생각한다.

지윤언니는 십여 년 만에 만났는데 원래 내 언니였던 것 같다. 윤지윤. 이번 물꼬에서 내 최고의 수확이다. 생각도 가치관도 

취향도 말도 안 통하는 데가 하나도 없었다. 10여 년의 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지만, 한 순간의 힘이 더 클 수도 있구나 싶은.

지윤언니를 못만났던 10년 이상의 시간 지윤언니랑 같이 보낸 2주의 시간.

언니도 좋다면 앞으로 더 끈끈하고 좋은 사이로 오래오래 보고 지냈으면 한다. 마음 맞는 사람 만나기가 요즘 너무 어려운데

물꼬라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건가... 아무튼 좋다.

물꼬에 남아보니 알겠다. 삼촌이 안에서 얼마나 움직이시고 애쓰시는지 정말정말 감사하다.

날씨도 완전히 예술이었던, 절묘했던 우리끼리 계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행복했다.

안녕히 계세요. 곧 언니랑 또 올께요.

 

최지윤:

하루하루를 잘 쓴다는 것. 지난 5일이 그런 시간이었다. 쫓기듯이가 아니라 정말 순간순간 알차게 보냈다. 밖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물꼬에서는 기대되는 일이라는 것도 참 신기하다. 오늘은 어떤 것을 마주하게 될까, 그 안에서 

뭘 느끼게 될까, 하면서 아침이... 약간 오바해서 설렌다.

옷방정리를 한 것도 성취감이 있다. 정리를 하는 중에 만난 기억들, 사람들, 그 시절들. 그냥 구석에 담긴 채 가지고만 있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정리해주며 들여다봐야 의미가 있다. 돌아가서 집에 있는 짐들 역시 정리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명상을 하는 것, 함께 풀을 뽑는 것(몸을 쓰는 것이란 소리...), 밥을 나누어 먹는 것, 물꼬에서는 일상인데, 밖에서는 의식적으로 

시간과 큰 마음을 내서 해야 한다.

온통 일상으로 돌아가서 해야겠다는 것들의 다짐과 부담만 가득한테, 다시 생각을 고쳐야겠다. 할 수 있는 만큼 부담이 되지않게 

실천하자!

오랜만에 온 물꼬에서 회복하고 간다. 내 뿌리가 여기에 있었지! 하니까 위로도 받고. 든든하게 그 자리에 있어주는 옥샘

사랑해요. 삼촌, 고맙습니다

윤지와 함께여서 더 든든하고 가득찬 시간이었다. 또래 친구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삶을 

대하는 태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순간순간 그런 게 나눠지고 또 잘 맞아서 행복했다. 이 시간을 함께 보낸 건 참 기적같다

정리하고 싶은 것도(곳간!!) 많고 함께하고 싶은 것도(바느질, 뜨개질!!) 많은 데, 옥샘 말대로 날이 오늘만 있는 게 아니니

또 잘 지내다 돌아와야겠다.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하고 맛있는 삼시세끼를 잘 챙겨먹은 열흘이었다.

고맙습니다, 옥샘.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082 5월 19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5-05-22 1251
6081 5월 20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5-22 1234
6080 5월 21일 흙날 흐리더니 개데요 옥영경 2005-05-27 1226
6079 5월 22일 해날 아주 잠깐 저녁 비 옥영경 2005-05-27 1212
6078 5월 23일 달날 흐리다 갬 옥영경 2005-05-27 1073
6077 5월 24일 불날 옷에 튄 물도 금방 마르네요 옥영경 2005-05-27 1347
6076 5월 25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5-27 1223
6075 5월 26일 나무날 맑음, 봄학기 끝 옥영경 2005-05-27 1309
6074 103 계자, 5월 27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5-29 1416
6073 103 계자, 5월 28일 흙날 벌써부터 찌는 옥영경 2005-06-02 1351
6072 103 계자, 5월 29일 해날 짱짱한 날 옥영경 2005-06-03 1391
6071 5월 29일 해날 옥영경 2005-06-03 1308
6070 5월 30일 달날 맑음, 찔레꽃 방학 중 옥영경 2005-06-03 1255
6069 5월 31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6-03 1364
6068 6월 1일 물날 흐리다 밤새 대차게 내리는 비 옥영경 2005-06-03 1321
6067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051
6066 6월 3일 쇠날 말짱한 하늘 옥영경 2005-06-04 1476
6065 6월 4일 흙날 흐리다 개다 옥영경 2005-06-06 1271
6064 6월 5일 해날 덥네요 옥영경 2005-06-06 1336
6063 6월 6일 달날 의심없는 여름 옥영경 2005-06-09 122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