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20.흙날. 맑음

조회 수 370 추천 수 0 2022.09.03 01:41:10


올여름은 콩국수가 잦다.

백태를 불렸다 싹싹 비벼 껍질을 벗긴다.

너무 불렸다 벗기면 일이다.

삶아서 벗기려면 더욱 번거롭다.

20여 분 정도만 담갔다 싹싹 비벼 흘려보내기.

엊저녁 그리 벗겨 불려놓을 걸 삶아

아몬드와 깨를 더해 갈아서 콩국물을 내다.

 

비상, 비상!”

식구들을 불렀다.

달골 지하수 모터를 수리하러 나가기로 했는데,

시골 가게들이 으레 그렇듯 낮 5시까지는 하겠거니 하고 있다가

혹시 하고 전화 넣었더니, 이런! 3시까지라고.

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학교아저씨 기락샘 하다샘, 다 달골에 올려 보내

모터를 차에 실으라 하고 나는 나갈 채비.

그렇게 열심히 달려간 모터는 결국 수리가 어려웠다.

아래 탱크를 바꾸어야 했고 그러면 또 여기저기 문제가 생기고는 하더라,

그러느니, 18년 썼으면, 새 거 사서 다시 18년 잘 쓰기로.

 

 

09시까지 보내기로 한 원고(올해 출간하는 서평록)였는데,

마감을 넘겼다. 주말이 껴 있어 시간을 번 셈.

편집자가 달날 보시겠노라는 연락을 해온.

눈뜨자마자 교무실에서 원고를 보고 있었다.

낮밥을 차리러 가기 전까지 그렇게 후딱 오전이 지난.

프린트본이 있어서 더러 책방으로 가서 소파에서 보기도 하고.

모터를 새로 사와서 면소재기 기사가 와서 달기는 했지만,

하던 결대로 원고를 고치겠다고 교무실에서 내리 작업.

아직 달골 거처로 가지 못하고 있는.

 

한 부모님의 글월이 닿았다.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들의 근황과 함께

계자 마지막날 전화기로 옥샘의 "죄송합니다" 이 한마디가 어찌나 슬프던지...

최선을 다해 온 맘 다했을 그 시간이 코로나로 인해 죄송합니다 라고 마무리 지었던 그날이후로...

그 말 한마디가 문득문득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던 거 같아요...’

잘못한일 없는데 웬 사과이냐, 힘내시라, 그리고 속상해 하지 않으시길 바란다셨다.

울컥!

고맙다.

할 말을 찾지 못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날들이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034 2011. 3.16.물날. 꽃샘 이틀 옥영경 2011-04-02 1446
6033 108 계자 열 나흗날, 2006.1.15.해날. 달빛 고운 밤 옥영경 2006-01-19 1446
6032 108 계자 닷새째, 2006.1.6.쇠날. 꽁꽁 언 대해리 옥영경 2006-01-08 1446
6031 7월 22일, 새벽 세 시에 잠깬 아이들이 간 곳은 옥영경 2004-07-28 1445
6030 128 계자 사흗날, 2008.12.30.불날. 눈 옥영경 2009-01-07 1444
6029 2007. 9.14.쇠날. 비 / 포도따기 첫날 옥영경 2007-10-01 1444
6028 4월 8일 쇠날 뿌옇게 밝네요 옥영경 2005-04-15 1444
6027 4월 16일 쇠날, 황성원샘 다녀가다 옥영경 2004-04-28 1444
6026 2007. 6.18.달날. 맑음 옥영경 2007-06-28 1443
6025 2007. 3.24.흙날. 비오다 갬 옥영경 2007-04-09 1443
6024 7월 1일, 오늘은 무엇으로 고마웠는가 옥영경 2004-07-13 1443
6023 2008. 5.18.해날. 비, 저녁에 굵어지다 옥영경 2008-05-31 1442
6022 2007. 9. 7.쇠날. 갰다가 비 / 가지산 1,240m 옥영경 2007-09-23 1442
6021 2006.5.20-21. 흙-달날 / 밥알모임 옥영경 2006-05-25 1442
6020 2005.10.25.불날.흐림 / 늦은 1차 서류들 옥영경 2005-10-26 1442
6019 125 계자 여는 날, 2008. 7.27.해날. 맑음 옥영경 2008-08-01 1441
6018 2007.10.29.달날. 세상 바람이 시작되는 대해리 옥영경 2007-11-09 1441
6017 2006.4.20.나무날. 싸락눈 옥영경 2006-04-26 1440
6016 125 계자 사흗날, 2008. 7.29.불날. 맑음 옥영경 2008-08-04 1439
6015 2006.5.19.쇠날 / 110 계자, 못다 한 갈무리 옥영경 2006-05-25 143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