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는 먹구름이 좀 가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맑았고,
개학을 한 학교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짧은 방학을 아쉬워하며 학교들을 갔다고.
부모님은 괜찮았지만 오누이가 다 코로나19로 확진되어서 일주일 격리를 막 마치고
이제야 여유가 생겨 연락을 했다는 문자도 들어왔다.
‘이번에 쌤도 맘고생 많으셨을 거 같아 괜찮다고 말씀드리려고요^^’
모두 휘몰아치는 시간들을 보냈겠다.
이곳도 이제 좀 숨을 돌린다.
간밤에 올해 내는 책의 원고 2차 수정본을 보냈고,
오늘은 밀쳐두었던 170 계자 기록을 이어가다.
다저녁에 세 시간 들에 들어갔다.
도라지밭가 철쭉 울타리가 칡이며 덩굴에 뒤덮여 보이지 않았다.
울 밖의 경사지부터 풀을 베고,
철쭉 머리 위 덩굴들을 걷어내고,
철쪽 더미를 돌아가며 풀을 뽑다.
한 더미를 하는 데만도 두 시간이 족히 걸린다. 못다 했다는 말이다.
아직 두 군락이 남았다.
농기계 컨테이너 앞 무성한 풀도 뽑는다.
길가 풀에 묻힌 솔라등 둘레도 풀을 쳐내다.
풀을 베다가 생각한다.
그것들에 다 ‘잡아먹힌다’고 자주 말해왔다.
그들은 잡아먹으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저도 살려고 한 몸짓이었다.
저도 살려고 뻗고 나도 살려고 벤다.
오늘도 풀의 삶이 내 삶을 가르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