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29.달날. 비

조회 수 334 추천 수 0 2022.09.12 23:43:02


비 내리는 대해리, 비 내리는 달골,

창 너머 사이집 서쪽 경사지를 내다보니

, 고라니가 여기까지 내려왔다.

콩과 식물 잎을 좋아하는 그는

덩굴 잎을 따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는 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가 밝은 그의 귀를 넘지 못하였네.

어느새 움직임을 감지하고 얼른 달아나버렸더라.

비 내리는 밤이면 그들을 꼭 생각한다.

수련 잎을 죄 먹고 연잎을 톡톡 끊고 부들을 잘라놓은 고라니이나,

다듬어 놓은 실도랑을 파헤쳐 쌓아놓은 댐을 망가뜨리고

튤립 구근이며들을 죄 헤집은 멧돼지이나,

그들은 이 밤에 어디서 몸을 피하고 어디메서 뭘 먹나 궁금해지는.

적이었던 그들도 멧골에 같이 깃든 목숨이 되어 궁금해지고 걱정되는.

오늘은 고라니의 안부를 알아 고마웠네.

 

오전에는 공기질 측정을 위해 사람들이 다녀갔다.

교육청에서 해를 걸러 하는 일이다.

석면이래야 고추장집 보일러실 지붕과 그 앞의 작은 창고 지붕이 다이지만.

 

지난 한 주 내내 풀에 매달리고

그 여파는 비오는 멧골의 느린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잠이 잠을 먹고 잠을 키우고 잠을 낳고.

오는 주말이면 9월로 넘어가나 여름 일정 끝에 붙어

결국 올 여름 일정은 94일 해날까지 이어지는 셈.

다시 풀을 매고 베고 밀어야 할 테지.

한주도 안 돼 풀이 그리 자라는 게 아니라

손이 못 갔던 곳들을 더 하는.

6월 연어의 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하는 풀 정리가 아니면

때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서서히 해나가는.

 

21:30 편집회의.

출판사와 올해 내는 책(서평록)의 일정을 의논하다.

원고는 그만만 수정키로 했다.

일전에 출판사측에서 이번 원고를 보고 서평록을 한 권 더 내자고 제안했고,

이번 책에서 텍스트를 외서 중심으로 하였으니 다음 책은 국내서들을 다루기로.

이번 책은 여는 글 닫는 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빼기로.

좀 간결한 느낌으로 가는.

출판사도 다른 책 일정들이 밀려 11월은 돼야 디자인을 하게 될 듯하고

12월초 발간을 계획한다고.

제목이 숙제로 남았다.

좀은 건조하고 좀은 명료한 그런.

말랑말랑한 그런 제목 말고 말이다.

<책은 도끼다> <밤은 책이다> <읽다>, 그런 제목들 류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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