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29.달날. 비

조회 수 320 추천 수 0 2022.09.12 23:43:02


비 내리는 대해리, 비 내리는 달골,

창 너머 사이집 서쪽 경사지를 내다보니

, 고라니가 여기까지 내려왔다.

콩과 식물 잎을 좋아하는 그는

덩굴 잎을 따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는 체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가 밝은 그의 귀를 넘지 못하였네.

어느새 움직임을 감지하고 얼른 달아나버렸더라.

비 내리는 밤이면 그들을 꼭 생각한다.

수련 잎을 죄 먹고 연잎을 톡톡 끊고 부들을 잘라놓은 고라니이나,

다듬어 놓은 실도랑을 파헤쳐 쌓아놓은 댐을 망가뜨리고

튤립 구근이며들을 죄 헤집은 멧돼지이나,

그들은 이 밤에 어디서 몸을 피하고 어디메서 뭘 먹나 궁금해지는.

적이었던 그들도 멧골에 같이 깃든 목숨이 되어 궁금해지고 걱정되는.

오늘은 고라니의 안부를 알아 고마웠네.

 

오전에는 공기질 측정을 위해 사람들이 다녀갔다.

교육청에서 해를 걸러 하는 일이다.

석면이래야 고추장집 보일러실 지붕과 그 앞의 작은 창고 지붕이 다이지만.

 

지난 한 주 내내 풀에 매달리고

그 여파는 비오는 멧골의 느린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잠이 잠을 먹고 잠을 키우고 잠을 낳고.

오는 주말이면 9월로 넘어가나 여름 일정 끝에 붙어

결국 올 여름 일정은 94일 해날까지 이어지는 셈.

다시 풀을 매고 베고 밀어야 할 테지.

한주도 안 돼 풀이 그리 자라는 게 아니라

손이 못 갔던 곳들을 더 하는.

6월 연어의 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하는 풀 정리가 아니면

때마다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서서히 해나가는.

 

21:30 편집회의.

출판사와 올해 내는 책(서평록)의 일정을 의논하다.

원고는 그만만 수정키로 했다.

일전에 출판사측에서 이번 원고를 보고 서평록을 한 권 더 내자고 제안했고,

이번 책에서 텍스트를 외서 중심으로 하였으니 다음 책은 국내서들을 다루기로.

이번 책은 여는 글 닫는 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빼기로.

좀 간결한 느낌으로 가는.

출판사도 다른 책 일정들이 밀려 11월은 돼야 디자인을 하게 될 듯하고

12월초 발간을 계획한다고.

제목이 숙제로 남았다.

좀은 건조하고 좀은 명료한 그런.

말랑말랑한 그런 제목 말고 말이다.

<책은 도끼다> <밤은 책이다> <읽다>, 그런 제목들 류랄까.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54 4월 물꼬stay 닫는 날, 2019. 4.21.해날. 맑음 옥영경 2019-05-20 17827
6653 2012. 4. 7.흙날. 달빛 환한 옥영경 2012-04-17 8312
6652 민건협 양상현샘 옥영경 2003-11-08 5029
6651 6157부대 옥영경 2004-01-01 4667
6650 가족학교 '바탕'의 김용달샘 옥영경 2003-11-11 4545
6649 완기의 어머니, 유민의 아버지 옥영경 2003-11-06 4489
6648 대해리 바람판 옥영경 2003-11-12 4479
6647 흙그릇 만들러 다니는 하다 신상범 2003-11-07 4453
6646 뚝딱뚝딱 계절학교 마치고 옥영경 2003-11-11 4421
6645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옥영경 2003-11-04 4388
6644 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옥영경 2003-11-08 4372
6643 출장 나흘 옥영경 2003-11-21 4246
6642 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08 4192
6641 2008. 4.26.흙날. 바람 불고 추웠으나 / 네 돌잔치 옥영경 2008-05-15 3766
6640 6월 14일, 류옥하다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9 3734
6639 6월 18일, 숲 속에 차린 밥상 옥영경 2004-06-20 3666
6638 123 계자 닫는 날, 2008. 1.11.쇠날.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8-01-17 3662
6637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2006-05-27 3628
6636 12월 9일, '대륙보일러'에서 후원해온 화목보일러 옥영경 2004-12-10 3536
6635 2007.11.24-5. 흙-해날. 맑음 / 김장 옥영경 2007-12-01 34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