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31.물날. 비

조회 수 340 추천 수 0 2022.09.14 01:59:09


비 덕이었다.

안에서 두어 가지 걸 것들을 만들었다.

 

학교에 있는 바깥해우소 벽에는

앉아 오줌 누는 사람’, ‘서서 오줌 누는 사람이라고 써 붙여

남자와 여자 쪽을 가리켜왔다.

그곳에 각각 걸어둘 그림을 그리다.

캔버스 1호쯤 되는 크기의 작은 나무판 둘 사포질.

거기 어린왕자와 앤을 그리다.(도안이 있었음)

그림도 단순했고, 채색도 간단한.

한 휴게소에서 그 둘을 한 짝으로 몇 만원에 판다는 말을 들었네, 하하.

저 아래 시커멓고 커다란 세계를 펼쳐놓는 이 해우소는

이제 그리 오래 존재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새 이름표를 단다. 그게 사는 자의 자세라.

낼모레 또 찾아올 멧돼지가 뒤집어놓은 도랑을 다시 고르는 일 같은.

이 낡은 학교터를 놓을 때까지 그리 살리라 한다.

 

사이집 툇마루 창에 걸 발 두 개.

다림질한 옥사에 민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

나비 도안을 그리고 흰색으로 먼저 물감을 먹여두었다.

번져가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나 궁금해 왔는데,

민화 그리는 미자샘이 기법을 가르쳐주었던.

다 그려놓고 선을 치는데,

아쿠, 서툴러서 좀 두꺼워졌네.

날지 못할 나비가 되는 듯한.

그래도 나비는 나비라.

 

비 내리는 제법 먼 길을 운전했다.

인척의 얼굴을 뵈러간 걸음.

여러 해 상담 내담자이기도 한.

어른들은 당신들이 잊히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것만으로도 쓸쓸함을 걷는다.

환한 당신을 보아 기쁘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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