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셋째 주에 있는 집중수행을 당겨 이번 주에.

미리 다섯으로 꾸려진 이들이 신청한.

해서 그들을 위한 집중수행 혹은 어른계자(계절 자유학교)쯤이 될.

 

사람들이 오기 전 아침뜨락부터 들어 풀을 긁거나 눈에 걸리는 풀을 뽑거나.

아가미길 벽돌오솔길은 꼭 쓸어야 했다.

보는 곳은 할 수 없어도 발길 닿는 곳은 마른풀이 거치적거리지 않게.

햇발동에 들어 청소도.

엄마들이 모이면, 그래서 더 먼지를 쓸어야 할 것 같고,

또 어떤 땐 그래서 먼지를 이해하시겠거니 하고 덜 손이 가기도.

결국 몸의 움직임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그런 해석으로 타협한달까.

그래도 이불은 깔끔하게! 낡기도 낡았으나. 베갯잇은 꼭 새로 갈고!

 

서둘러 학교로 내려와 부엌에 들다.

보이는 먼지만 휘리릭.

결국 부엌곳간 먼지는 닦아주지 못하고 일정을 이어가네.

잔치국수와 콩국수와 열무국수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다

역시 흐린 날엔 따뜻한 국물이지.

멧골로 들어오는 낮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 구하셨네!”

없으면 없는 대로 하는 살림이라,

무가 있으면 좋겠기 오시는 편에 챙겨보라 했더니

인교샘이 황간에서 잠시 멈춘 버스를 붙들고

식자재마트까지 달려가 사온.

다섯 명이라 승용차로 오시겠거니 했는데.

 

잔치국수를 먹고 '물꼬 한바퀴'.

현재 학교터의 풍경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머잖아 새로 짓거나 고치거나.

그래서 더 애틋하게.

어떤 자리에서나 오직 지극하게 살 물꼬라.

사람의 일은 늘 변하고 우리는 다만 거기서 또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찻자리.

마음을 다하는.

우롱차와 홍차를 내다.

사람들이 챙겨온 먹을거리들이 좋은 다식이 되고.

감잎이 찻잔받침으로 자연을 대표해 들어오고.

 

일수행.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대신 머리는 젖지 않도록 밀짚모자들을 썼네.

윤지샘과 지윤샘이 잘 정리해둔 옷방 덕에

작업복들을 바로 잘 챙겨들 입고.

아침뜨락에 들다.

옴자 사이로만 긁은 풀들 버리기,

회양목 안의 남은 풀을 베고 긁고.

학교로 내려와 팥빙수를 내다.

이 여름의 마지막 팥빙수가 될.

 

손놀이.

옷감과 실과 바늘로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물꼬에서도 내 것이 있다.

책상, , 옷장, 이부자리, ... 바늘쌈지 같은 것.

내 목록에는 실과 천 조각들이 있다.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을 퍽 아낀다.

틈틈이 뭔가를 만드는 재료들이다.

오늘 동행하는 이들에게 그 꾸러미를 냈다.

뭐랄까, 인교샘과 보낸 세월에 대한 인사 같은 거랄까.

직물 관련 학과를 졸업했다는 연경샘은 잊은 감각을 되찾고,

정화샘은 자신의 색깔대로 기어이 광목매트를 만들고,

색깔을 잘 조합한 임진샘,

연결을 그리도 한다고 새로운 법을 보여준 은경샘,

비뚤게 시작하더니 어느새 좋은 땀 무늬를 내놓은 인교샘.

아주 밤새 할 기세들이라.

 

일단 밀치고 늦은 저녁상에 앉다.

살짝 마른 문어를 가늘게 채 썰어 볶아 놓은 칠절판.

황백 지단에 주홍빛 당근과 푸른 오이, 더하여 석이버섯.

밀전병을 조금 크게 부쳤더니 싸먹기 좋았네.

가져들 오신 해초샐러드도 같이 내고 몇 가지 마른 반찬류들도 상에 올렸다.

밥상을 차려내면 구성원들이 돌아가며 설거지를 하고.

 

다시 바늘과 실로 돌아갔다가

()단법석.

집단상담에 가까운 실타래가 이어지나 오늘은 가볍게.

하지만 은경샘의 사회로 돌아가며 자신의 고민거리들을 털기도.

 

01시께야 달골.

어라! 빛이 없는 어제오늘이었다. 대문 기둥 솔라등이 꺼져

칠흑이었네. 멧골다웠다.

늦었기도 하고 고단도 하여 다들 씻고 잘 수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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