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나선 오전이었다.

돔을 만드는 현장 한 곳을 다녀오다. 우리도 명상방을 그리 만들려 하니.

오래 연구한 이의 결실을 보는 기쁨이 컸다.

그쪽에서 콘크리트 바닥을 제안하다.

우리는 검토를 끝내고 데크를 깔기로 했던 건데

다시 계획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콘크리트 까는 게) 문제가 없다면야.

알아보기로 한다.

 

기술교육에서 오늘 중심은 생활용접.

배움에서 가장 큰 적은 두려움.

나는 늘 뭔가가 터질까 겁을 낸다.

컴퓨터의 자판만 해도 두드리면 되는데, 눌러보면 되는데,

잘못 누르면 뭔가가 터지기라도 할까 망설이던 그런.

다행히 지금은 두드리는 건 된다.

오늘은 겁만 잔뜩 집어먹고 파팍거리는 불꽃을 어쩌지 못해 안절부절.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어른 다섯의 좌담.

주제는 당신이 삶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음 걸음이 무엇인가를 묻는.

저마다 큰 욕심 없다는데,

들어보면 그것만한 욕심이 또 없다.

집 있고, 자식들 자리 잡고, 건강하고, 작으나 자신의 가게를 하나 운영하는 노후.

물꼬의 꿈을 전하기도. 좋은 세상에 기여하고프다는.

한 분이 그것에 대해 말했다.

저는 물꼬도 별로...”

마음에 안 든다 했다. 왜인지 물었다.

현실적이지 않은...”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물어보지 못하고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어갔는데,

맥락으로 보아 일반적이지 않은이라고 읽혔다.

현실이 무엇인가? 무엇이 현실인가?

생존경쟁에서 이길 길을 가는 거?

계산을 아무리 한들 우위에 설 수 없는 빤한 길을 우위에 서겠다고 믿고 가는 거?

애초에 그 경쟁에 서지 않기로 했다.

생은 보다 다양하다. 모든 삶은 수고롭다.

내 삶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비난 받을 일이 무언가?

대부분이 가는 길을 가지 않는 것이 비현실적인가?

중요한 것은 자신이 살고 싶은 그 뜻대로 사는가가 중요할.

돈이 중요하면 그리 살면 될 일이고,

또 다른 어떤 가치가 중요하다면 또한 그리 살면 될 일.

돈에 협조적이지 않은 삶을 살았으나

현실은, 누구에게나 현실이다

현실은 대개 가혹하고, 누구나 밥을 벌어야 한다.

그 밥을 덜 얻는 대신 세상에 기여할 혹은 더 충만한 삶을 향한다.

무엇을 위해 밥을 벌고, 어떻게 밥을 벌고, 어떻게 번 것을 쓸 것인가?

우위는 없다.

우리가 산 오늘, 이것이야말로 현실이라고 생각하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62 2021.10.19.불날. 정오께 한 차례 비 옥영경 2021-12-09 347
5961 2022. 2.14.달날. 비 살짝 / 나는 그대만을 위해 기도하지 않겠다(잊었던 8만 명) 옥영경 2022-03-24 347
5960 2022. 9.1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2-10-01 347
5959 2022.10. 3.달날. 흐리다 밤비 옥영경 2022-10-18 347
5958 2020. 7.30.나무날. 억수비 작달비채찍비 장대비 창대비, 그리고 갠 오후 옥영경 2020-08-13 348
5957 2020.11.25.물날. 맑음 옥영경 2020-12-24 348
5956 겨울 청계 여는 날, 2020.12.26.흙날. 흐리다 해 옥영경 2021-01-15 348
5955 2021. 4.15.나무날. 맑음 / 이레 단식수행 나흘째 옥영경 2021-05-13 348
5954 4월 빈들 닫는날, 2021. 4.25.해날. 맑음 옥영경 2021-05-14 348
5953 2021.12.18.흙날. 눈 옥영경 2022-01-08 348
5952 2022. 6. 4.흙날. 흐려가는 하늘 / ‘작은 약속을 위한 오직 한 걸음’ 옥영경 2022-07-06 348
5951 2022. 8. 1.달날. 비 / 학교 갈 준비가 되었는가? 옥영경 2022-08-08 348
5950 2022. 8.18.나무날. 맑음 / ‘우리끼리 계자’ 닫는 날 옥영경 2022-08-26 348
5949 2022.11.29.불날. 오후 비 옥영경 2022-12-24 348
5948 2023. 9. 8.쇠날. 맑음 옥영경 2023-09-28 348
5947 2023.12.27.물날. 맑음 옥영경 2024-01-07 348
5946 2020. 5. 8.쇠날. 맑음 옥영경 2020-08-07 349
5945 2020. 5.17.해날. 안개비 그치며 나온 해 옥영경 2020-08-10 349
5944 2020.11.22.해날. 흐림 / 아직도 겨울계자 공지를 올리지 못하고 옥영경 2020-12-23 349
5943 2021. 7.23.쇠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21-08-09 34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