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8.흙날. 맑음

조회 수 319 추천 수 0 2022.10.31 02:21:51


택견을 하는 오후.

올 가을학기(2022.9~2023.2) 달에 한 차례 낮 2시부터 6시까지 잡은 일정이다.

낮밥부터 같이들 먹다.

마침 칼국수가 있다며 들고 온 이,

그렇다면 수제비를 반죽해서 더하면 좋겠다.

감자와 호박도 좋은 이즈음.

큰 솥단지를 다들 비웠다.

 

안다는 것과 가르치는 건 다른 문제.

잘하는 이라도 수업 조직은 서툴 수 있는.

오늘 택견모임은 진행에 있어 역할을 잘 배분.

시작은 몸풀기로 물꼬에서 하는 해건지기 일부를 넣기로.

이 모임은 새로 뭔가를 익힌다기보다 모여서 몸다루기를 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의미를.

적어도 서너 시간 몸에 집중하니까.

그리고 그것을 통한 만남도 큰.

어수선한 날들을 지날 때는

뭔가를 주제로 사람들이 모이고 그것이 생각을 모으게도 하는 바.

수행방에서 진행하다 마당으로 나가 햇살 아래 움직이다.

바람도 몸사위를 돕다.

 

아침뜨락에 또 멧돼지 다녀가다.

그저 쫓아내려고만 말고 그들에 위한 연구가 필요하겠다 싶더라.

사람에게 밀린 그들이 어디로 가겠는가.

그들이 있다는 것이 산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면 기껍다.

 

한 선배의 생각을 듣는다.

삶은 자주 우리에게 허망하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한.

인류사에서 현자들이 고민했던 것도 바로 그 대목.

끊임없이 살고 죽고를 반복하는 생명체의 맹목성이 주는 허무를 벗어나는 길을 찾는.

왜 태어나 왜 살지? 왜 끊임없이 욕망이 솟지? 언제쯤 편해지는 거지?

답이 없다. 그래서 산에 들고, 반대로 모든 것을 다 가지려 달려가기도 하고.

그러나 외면하거나 도망치거나 다 가진다고 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공부한 바로는 맹목과 허무를 벗어나려면 우리가 집착하고 추구하고 꿈꾸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불교에서 공이라 한다. 그것을 알 때 비로소 허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전학자 고미숙의 말이었다.

? 자주 허망하고 자주 허무하다. 잘 모르겠다.

그런데 아는 게 있다. 허무할 시간이 없다는 거!

이러저러하다가, 그리 허무하다가 정말 허무해져버릴까 봐 나는 움직이는 쪽.

본인 삶은 성공적인가 하는 물음에 고미숙이 답한다.

성공이란 표현은 너무 빈약하다. 원하던 삶의 형식을 갖췄다는 점에서 나는 충만하다. 내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나의 정신적 자산이 나를 자유롭게 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가야할 길이다

적어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복을 주고 싶다

그리고 나는 지혜롭고 유머가 넘치는 노년을 살다가 죽음을 맞으면 좋겠다.”

맞다, 성공이란 말은 모자란다. 나는 충만하다.

내가 전인적 인간으로 다가가고 그것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뭐 대단한 걸 할 생각도 없고, 그저 나날을 잘 살아내려 한다. 그러다 끝날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곡기를 끊거나 산으로 들어가거나 죽음의 날을 선택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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