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6.해날. 회색 구름

조회 수 313 추천 수 0 2022.11.05 11:45:23


학교에 있는 진돗개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 제습이가 아침뜨락에서 맞는 첫날.

멧돼지와 고라니를 막아보겠다는 방편으로

제습의 티피를 어제 완성했다.

이미 학교에 본채 호텔 캘리포니아와 사랑방 흙집도 가진 그이다.

밤새 낑낑거렸다.

이른 아침밥을 주고 산책을 시키다.

학교에 있을 땐 산책 나갈라 치면 꼭 응가를 했는데, 안 한다.

한동안 몸 흐름을 잡을 테지.

하루에도 몇 차례 그를 들여다본다.

 

학교아저씨가 달골 밭에 예초기를 돌린다.

봄 오면 밭으로 제대로 일구려한다.

사이집 마당 동쪽 가장자리 경사지 넝쿨을 쳤다.

편백 너머 낮은 돌담, 그 너머 철쭉이 늘어섰는데,

철쭉을 타고 넝쿨들이 엉켜있었다.

위에서 넝쿨을 자르기도 하지만 아래 경사지로 가서 낫으로 치다.

훤해져서 저 아래 큰길도 보이기 당황스러럽기까지한 시선이었더라니.

 

저녁답에 면소재지를 나간다.

소주병 650병이 실린 차였다.

바깥해우소 뒤란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던 병들이었다.

연어의 날에 가장 많이 나왔을 테고,

어른의 학교 일정 마지막날이면 곡주가 있었고,

더러 청년들이 모여들어 마시기도 했고,

식구들 모여 반주로도 들고,

학교아저씨도 날마다 드시고.

무슨 학교에서 이리 술병이 많아요?”

술 마시는 거 가르쳐요, 하하.”

빈병 판값을 믿고 바구니 가득 장을 보았더니

이런, 그 배가 되는 금액이었더라니.

 

밤에 들어온 전화.

온실돔(명상방) 바닥과

키낮은 단풍나무 하나 학교에서 아침뜨락으로 이전하려는 일을 의논해오던 현철샘이었다.

날마다 일찍 나서서 일하고 다니느라 정신없는데도

여기 일에 마음을 쓰는 그이다.

돔이 어찌 되었는가 상황을 묻고,

단풍나무 이전에 대해서도 의견을 더해오다.

단풍나무와 몇 나무들은 아무래도 봄이 오면 같이 옮기는 게 좋을 듯.

어차피 장비가 들어와야 할 것이니 그 참에 같이.

온실돔은 내일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남은 두 업체를 따져보고 견주는 중.

 

카톡을 공무 이외는 쓰지 않는 데다

삶터가 깊은 멧골이고 생활이 카카오서비스랑 멀어 어제오늘 사태의 심각성을 그리 몰랐는데,

어제 낮 330분께부터 카카오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다운되었더라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때문이라던가.

일상이 멈췄다는 하소연들.

카톡 12년 역사는 한 달 사용자가 약 5천만 명, 전 국민의 91.8%에 이르렀다했다.

국민 91.8%가 인터넷 이용자라 했으니 그들 대부분이 카톡을 쓰는.

그야말로 국민메신저.

독과점이어 더욱 문제가 된.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불났다고 이렇게 오래 서비스가 멈추나.

거대 플랫폼에 이토록 의존하고 있었다니!

당장 이곳도 다음메일로 하는 일들 있어 두어 가지 일이 삐걱거리는.

아직도 복구를 못했다는.

이쯤에서 문제제기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시사하는 바가 클.

어떤 결론들이 나올지 지켜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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