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0.해날. 맑음

조회 수 382 추천 수 0 2022.11.23 03:02:43


일상을 견고하게 살기!

그리고 그것을 기록한다.

 

이즈음 이 골짝은 감을 따고 깎는 일에 모두 매달린다.

곶감으로 돈을 사는 집이 적잖다.

모두 동시에 일을 하니 서로 살펴줄 수 없으나

우리 같은 경우는 감 농사를 짓는 게 아니니

짬을 내 손을 좀 보탤 수 있는.

사흘 거들었다지만 어제오늘은 오전 반나절을 도왔다.

곶감은 감 자동박피기로 깎아 건조기에서 1차로 말린다.

거기서 다 말리기도 하지만

감타래에 걸어 다음 과정으로 바깥바람을 쐰다.

오늘은 감 자동박피기로 깎은 감을

기계가 놓쳐 붙어있는 감껍질을 깎다.

일을 마치고 대파와 상추와 배추와 쪽파를 얻어오다.

달골에서는 기숙사 뒤란 축대의 마른풀을 사흘째 뽑고,

부엌에서는 대처 식구들에게 보낼 반찬을 마련하고,

한 주를 먹을 찬을 만들다.

쪽파는 다듬어 김치를 담고,

배추쌈으로 먹으라고 준 것을 겉절이.


그리고 감잼을 졸였다.

다 홍시이면 좋을 걸, 아직 다 익지 않은 부분도 마저 긁어 넣었다.

아쿠, 떫은맛이 강하다.

좀 숙성시켜보려.

떫은맛도 그것대로 한 맛이 있긴 하다만.

병에 넣지 않고 일단 솥단지에 그대로 둬본다.

이런 날은 대개 밤 10시가 다 돼, 더러 자정에도 부엌을 나서지만

요즘은 늦은 시각까지 그리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해서 몇 시간을 내리 옴작거려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가마솥방 불을 껐다.

 

간밤에 할로윈 전야라고 이태원에 젊은이들이 넘쳤고,

압사 사고가 있었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이태원동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려 경사지에서 한 사람이 넘어지자 줄줄이 쓰러졌다는.

세상사에 소식이 더딘 삶은

주요한 사안들을 그리 전해오는 바깥 사람들의 인사로 듣는다.

오랫동안 홍보된 행사라는데, 10만 명이 모였다는데,

좁은 골목이었다면 일방통행로로 만든다든지 그런 통제 방식은 어려웠을까...

사망자 154.

숫자를 쓰면서 이 숫자로만 죽은 이들을 말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마음 한켠 혹시 물꼬 인연 누구의 이름은 없을까 마음 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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