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아침뜨락으로 제습이 밥을 주러 갔다.
대개 8시까지 같이 산책하고 논다.
앗! 제습이가 없다.
땅에 늘어뜨린 철사줄에 빈 캐러비너만 남겨져 있다.
어느 산짐승을 보고 마구 힘을 쓰는 한 순간 돌이건 나무조각에건 비너가 열렸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목에 걸린 쇠줄을 단 채 다닌다는 건데.
“제습아, 제습아!”
대답 없다.
맞은 편 동쪽 골짝쯤에서, 아니면 남쪽 골짝인가, 개가 짖는다.
제습이 목소리 같다.
“제습아, 제습아!”
다시 대답 없다.
아침뜨락 머리까지 가서도 불러보지만 없다.
혹 학교로 내려간 건 아닐까?
그렇다면 학교아저씨가 전화를 했을 텐데.
한참을 기다리다 돌아내려온다.
오전에는 마을 한 댁의 감나무밭에 가기로 했다.
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더는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다.
어느 댁에선가 묶어놓고 마을방송을 할 수도 있으리.
우선은 그리 믿어보기로 한다.
집으로 들어와 간단한 요기를 하고 나서기로 한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아...
제습이가 거기 나를 기다리고 있다.
주인이 뭐라고, 내가 뭐라고, 아, 그는 여기 있는가.
몸은 흙투성이가 되고 눈가에 피가 묻어있다.
숲을 헤맨 모양이다. 누구랑 한바탕 싸웠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티피에 데려다주고 묶어준 뒤 한참을 쓰다듬어주었다.
고맙고, 안쓰럽고, 대견하고...
저녁에 보자고 잘 일러주고 나섰다.
감나무에 올랐다.
어릴 적 외가의 감나무는 좋은 놀이터였다.
툭하면 가지 위에 걸터앉았더랬다.
하도 올라가 살다시피 하니
어느 날 할아버지가 거기 집(이라고 하지만 널판 두어 개 걸쳐준)을 만들어주셨고,
밥을 올려주기도 하셨다.
가지 끝의 익은 감을 따겠다고 팔을 뻗치다 그만 그 가지 툭 부러져
나무 아래 커다란 바위로 볼을 스치며 떨어진 일도 있었다.
달려와 아까징끼(빨간약; 머큐로크롬)을 벌겋게 발라주셨던 할아버지.
상처가 아물고도 오랫동안 볕 아래서 얼굴에 얼룩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
40년 전 이 세상 등진 할아버지...
10년도 넘어된 10월의 몽당계자야말로 잊힐 수 없는 감따기다.
이제는 대학도 졸업한 우리 김현진이,
감나무에 올랐다가 떨어져 퍽 엎어졌는데
나뭇가지가 눈을 피해 눈꺼풀 위 아래만 상처를 주었던 기적!
그리고 오늘 감나무에 올랐네.
나뭇가지 사이에서 자세를 잘 잡고 감을 따 내리고
가위로 꼭지를 따고,
깨진 것과 온전한 것을 가리고, 큰 것과 작은 것을 가려 컨테이너에 담았다.
깎아 곶감이 될 것이다.
기술교육이 있는 날.
현장에 일이 많아 농자재 개수를 세거나 짐을 쌓거나 옮기거나.
잠시 용접.
아, 강연으로 지난 한 주 빠졌다고
나는 다시 겁을 내고 있었다.
지난 시간만 해도 제법 각관을 이어 붙였건만.
결국 몸에 잔뜩 힘만 들어가고, 오늘은 접었다.
현장 사람들이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만두를 사와서 나눠먹었다.
한 도시는 그 도시가 가진 먹을거리로도 기억된다.
한 어른이 물었다,
엊그제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
주최 측이 없는 큰 모임인 경우 지자체가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게 행정이 하는 일이다.
간 게 잘못이란다.
이거야말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그가 말한다.
순간관람객이 1천명 이상일 시 정부와 지자체가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지 않나.
정치부재 정치책임이다.
일방통행로만 만들었어도!
곧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간다는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당신이 가족여행을 갔는데 사고가 났다. 그걸 여행을 간 당신 탓이라고 해야 하는가!
2022학년도 겨울 계절학교 미리안내.
기후위기의 엄중한 날들에도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온 자연의 이치가 고맙다.
올 겨울 일정은
현재 쓰고 있는 학교 터를 지자체에서 고치거나 새로 짓는 계획이 있어
‘낡은 학교에서 하는 마지막 계자’가 될 듯하다고.
11월 말 자세한 소식 올리겠다고.
11월 주요흐름도 안내하고;
택견, 설악산행 연중 프로젝트 6차 3박4일, 온실돔(명상방) 짓기, 제주 강연,
김장, 메주, 고추장 담기, 기술교육 따위들.
늦은 밤, 메일을 쓴다.
여의도정치가 얼마나 분주한지 헤아리면서도 오늘은 이곳 소식을 전하다.
물꼬 일을 지원해주고 계시는 어르신 한 분.
오늘은 외부강의를 다녀왔더니
사전 연락도 없이(아직은 물꼬가 임대해서 쓰고 있는 공간인데도)
오후 두어 시간 열 정도의 사람들이 우르르 다녀갔노라고.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계약 종료가 활자화되고
바로 이튿날 다른 기관에서 사람들이 몰려 다녀가고 하니 내몰린 느낌이 좀 있었다고.
"내가 우리 형한테 다 일러줄 거야!
니네 인제 혼날 줄 알아!"
그런 심정이랄까.
물꼬의 뜻을 전하고 이후 행보에 대해 힘을 실어주십사 도움을 청해 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