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당장, 평화롭기! >


학교 동쪽 동산을 채운 낙엽송에도
산을 내려오던 단풍이 닿았습니다.
대해리가 빚어놓은 찬란한 가을빛,
그대에게도 부칩니다.

마음 어지러운 구월을 보냈더라지요.
짓기 시작한 달골 아이들집이 빚어내는 문제들이며
보내야할 여러 서류에다
자잘한 갈등이 큰 소용돌이를 만들다 급기야
말도 안 되게 서로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일까지,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되며 날이 갔지요.
이 산을 넘으면 다음 산,
게다 망망대해까지 놓여있기도 하단 거야
어디 생을 다 살아봐야 아는 일이더이까.
참 힘에 겨운 구월이었더이다.
그런데 그 초가을을 잘 넘기게 해준 비밀 하나 있다지요.

한 사람에 대한 깊은 분노로 치닫고 있던 어느 아침,
지금 '이 순간' 내가 평화로울 수 없다면
내가 앞으로 누리겠다는 평화가 다 무슨 소용인가 싶데요.
어려울 때 평화로울 수 없는 평화가 도대체 무슨 평화일 수 있느냐 말입니다.
"지금 그럴 수 없다면…."
그리고 '당장 평화롭기'에 들어갔습니다.
내게 평화가 모자란다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아무리 노력한들 어찌 가능할 지요.
지금이 지옥이라면, 다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평화로워졌습니다.
바로 그 평화 때문에 쌓인 문제들에 짓눌리지 않고
하나 하나 풀어나갈 수 있었고,
복된 가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좋은 세상을 바라며 무언가를 해왔지요.
지금 이 순간도 숱한 뜨거운 영혼들이 그리 살아가고 있을 겝니다.
제 곁에 있는 동료들처럼.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지치고 말던 가요.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서,
일상에 치이며 그만 잊어버려서 그랬던 걸까요?
그 일을 밀고 가는 힘,
자신의 행동을 삶 속으로 되가져갈 수 있는 내적인 힘,
바로 평화가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디다.
힘은 돈이나 권력에 있지 않지요.
뛰어난 무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마다요.
오직 평화, 평화가 힘입니다!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인간이란 게 이렇게 형편없는 존재였나 절망하거나
누구를 업신여기고 싶은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생을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미움을 사면 미워하라고 내버려둬 봅시다.
바보라 하면 좀 바보가 되지요, 뭐.
내 입에 들어가는 밥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잔소리에 돌아볼 것 없습니다.
닥친 문제들, 마음에서 이는 것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죽지 않고 살 바에야 우린 뭔가를 해야겠지요.
어느 날엔 문제가 나동그라지든 내가 죽든 결판이 날 테지요.
문제는 평화로울 수 있는가 입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해결할 뿌리니까요.

'평화를 진실로 바란다면, 지금 이 순간 그대는 평화롭다' 하데요.
그대,
지금, 당장, 평화로우소서!

(2005.1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874 2006.3.4.흙날. 맑음 / 달골 햇발동에 짐 들이다 옥영경 2006-03-05 1296
873 2006.3.3.쇠날. 맑음 옥영경 2006-03-04 1075
872 2006.3.2.나무날. 맑음 / 민들레에 사과 요구를 하다 옥영경 2006-03-04 1150
871 2006.3.1.물날. 맥없이 녹는 눈 옥영경 2006-03-02 992
870 2006.2.28.불날. 눈 옥영경 2006-03-01 1140
869 2006.2.27.달날 / 잡지 '민들레'를 읽고 옥영경 2006-02-28 1437
868 2006.2.27.달날. 맑음 옥영경 2006-02-28 1059
867 2006.2.26.해날.갬 / 풍물특강 닫는 날 옥영경 2006-02-28 1161
866 2006.2.25.흙날. 흐리다 빗방울 / 풍물특강 사흘째 옥영경 2006-02-28 1196
865 2006.2.24.쇠날. 맑음 / 풍물특강 이틀째 옥영경 2006-02-27 1095
864 2006.2.23.나무날. 맑음 / 풍물특강 여는 날 옥영경 2006-02-27 1064
863 2006.2.22.물날. 눈 내리다 멎다 옥영경 2006-02-27 1451
862 2006.2.21.불날. 옥영경 2006-02-27 1168
861 2006.2.20.달날. 옥영경 2006-02-27 1065
860 2006.2.18-9. 새밥알 준비모임 옥영경 2006-02-27 1090
859 2006.2.17.쇠날. 옥영경 2006-02-27 1055
858 2006.2.16.나무날. 옥영경 2006-02-27 1044
857 2006.2.15.물날. 비였다가 눈이었다가 옥영경 2006-02-16 1223
856 2006.2.14.불날 / 2005학년도에 있었던 일련의 갈등에 대해서 옥영경 2006-02-15 1444
855 2006.2.14.불날. 비 사이 다사로운 바람 옥영경 2006-02-15 15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