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조회 수 1168 추천 수 0 2006.01.02 12:32:00

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젊은 할아버지는 부산나들이 가셨습니다.
어머니 기제사라지요.
꼬박 두 해만의 걸음이시던가요.
형제분들과 나눌 말씀도 있나 봅디다.
밤,
남자 식구들이 모인 방에선 늦도록 웃음이 건너오고,
하다랑 저는 눈썹 하얘질까, 자정이 넘도록 도란거렸지요.

해갈이 하는 밤입니다.
버거운 한 해였지요.
"빨리 지나가야 돼요!"
물꼬의 올 해를 두고들 그러셨습니다.
몸도 말이 아니었고,
어느 쯤에선 살고 싶지 않을 만치 주저앉았더이다.
그런데,
힘에 겨워하는 동안 어느새 잊고 있었던 중요한 두 가지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훌륭한 스승들과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제 생의 안내자로 저를 둘러싸고 있던 당신들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 편이 있거늘 '내'가 무엇이 두려울 것이란 말입니까.
게다 숱한 손길들과 논두렁이 있는데 도대체 무엇이 걱정이더란 말인가요.
지난 열일곱 해, 얼마나 많은 기적이 우리에게 있었던가요.
그 기적을 일궈주신 안내자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겝니다.
또 다른 하나는
평화를 이루고 사는 일에
바깥의 힘을 끌어다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가 짖고
땅이 흔들려도 평화는 지속될 수 있지요.
존재 하나 하나는 이 우주에서 스스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잊기 쉬운 존재이므로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수행해야했던 것입니다!

그대를 둘러싼 그대의 거룩한 안내자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대만으로 충분하단 걸 깨달은 순간을 유지하시길...
오늘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내가 그러하듯 그대도 행복하길 정녕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934 4월 몽당계자 이튿날, 2010. 4.24.흙날. 맑음 옥영경 2010-05-10 1166
1933 2010.12.27.달날. 잠시 풀리는가 싶더니 오후 다시 언다 옥영경 2011-01-03 1166
1932 2012.11. 5.달날. 갠 듯하다 오후 흐리고 밤 비 옥영경 2012-11-17 1166
1931 2006.3.28.불날. 눈발 옥영경 2006-03-31 1167
1930 2006.5.7.해날.맑음 옥영경 2006-05-11 1167
1929 2006.5.10.물날. 비 옥영경 2006-05-11 1167
1928 2006. 9.25.달날. 참 좋은 가을볕 옥영경 2006-09-27 1167
1927 2007. 5.14.달날. 맑음 옥영경 2007-05-31 1167
1926 2011. 2. 4.쇠날. 맑은 입춘 옥영경 2011-02-23 1167
» 2005.12.31.흙날.맑음 / 잊고 있었던 두 가지 옥영경 2006-01-02 1168
1924 2006.10. 2.달날. 맑음 옥영경 2006-10-10 1169
1923 2007. 4. 1.해날. 앞을 가리는 황사 옥영경 2007-04-16 1169
1922 2009. 1.30.쇠날. 비 옥영경 2009-02-06 1169
1921 2011년 5월 빈들모임 갈무리글 옥영경 2011-06-09 1169
1920 149 계자 닫는 날, 2012. 1. 6.쇠날. 눈 옥영경 2012-01-13 1169
1919 2006.2.21.불날. 옥영경 2006-02-27 1170
1918 2007. 5. 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5-21 1170
1917 2008. 6.24.불날. 볕 쨍쨍 옥영경 2008-07-11 1170
1916 2012. 4.23.달날. 흐리고 바람 옥영경 2012-04-30 1170
1915 159 계자 닷샛날, 2015. 1. 8.나무날. 맑음 / 십이(12)지산 산오름 옥영경 2015-01-14 117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