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9.불날. 오후 비

조회 수 367 추천 수 0 2022.12.24 00:32:34


봄바람처럼 바람이 다사로운 오전이었다.

겨울90일수행 기간.

수행하고, 짐승들을 멕인다.

마지막까지 쓰던 닭장을 비운지도 오래.

제습이 가습이, 진돗개 두 마리만 함께 산다.

오늘 제습이 눈 똥은 어제 준 다시마를 그대로 내놨다.

(아이 키울 때 그의 건강을 살피는 일 하나는 똥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

계자에서 똥통을 비우는 일도 아이들 장 상태를 살펴보게 했던.)

하지만 가습이의 똥은 또 괜찮았다.

제습이가 역시 장이 약하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줘 보고 살피기로.

 

아침뜨락의 달못 가 배롱나무 가지를 감쌌다.

작년에 준한샘이 했던 것을 눈여겨보고 그리하다.

아래 굵은 쪽들에만 보온재를 가져다 감싸주고 철사를 두르고 펜치로 묶고.

제습이가 묶인 쪽 측백 두 그루도 역시 아래를 감았다.

제습이가 자꾸 휘감아 나무가 상처를 입는.

제습이의 목줄에 측백이 더는 다치지 않도록 감싸고 가는 철사로 고정하고.

그런데 철사 하나 감는 것도 손힘이 달린다. 펜치로 죄 주기는 했지만.

(나중에야 생각했네. 케이블타이로 할 수도.)

 

멧돼지가 뒤집어놓고 간 대나무 수로를 계속 그 상태로 버려두고 있었다.

대나무는 던져져있고, 댐처럼 몇 단으로 쌓았던 돌은 헤집어지고,

곁으로 엉뚱한 구덩이도 크게 파였고.

땅이 얼면 봄이 올 때까지 그렇게 있을 것이다.

얼기 전에 패고 정리하기로.

버려둔 공간이 아닌 정도로만 정리한. 어설프다.

오후에 인근 도시로 넘어갈 일이 있어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한.

그러나 안다, 때로 이 임시가 얼마든지 영구적 상황이 되기도 할 것.

고향을 떠나며 잠깐 있다 돌아갈 줄 알았던 6.25 피난민들처럼.

그래서 요새 내 삶은 임시가 없는 삶이라.

 

선풍기 기증: 박인수 샘과 최창숙 샘.

이번 학기 기술교육 현장이었던 곳에서 모둠방에 놓을 커다란 선풍기를 기증하다.

교실에 선풍기도 좀 틀고 그래요.”

안 팔리니까 주는 거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물꼬 같은 종류의 삶에(보편 혹은 다수의 삶이 아닌?) 썩 관심 있지 않은 분들이

그리하기 쉽지 않을.

고맙습니다!”

그동안 내 사수였던 기영샘께 감사인사로

등산양말을 열 켤레 사서 발목에 수를 놓아드렸네.

 

늦은 오후에는 무청을 데치고 바깥수돗가 빨랫줄에 척척 걸치다.

한해 내내 국을 책임져주는 먹을거리.

이러고 있으면 사람살이의 기본이 이런 것이려니 새삼 생각하게 되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874 119 계자 이튿날, 2007. 7.30.달날. 간간이 해 나고 옥영경 2007-08-06 1384
5873 117 계자 닫는 날, 2008. 1. 27.흙날. 눈발 옥영경 2007-02-03 1384
5872 11월 17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4-11-24 1384
5871 2011. 8. 6.흙날. 갬 / 14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11-08-24 1383
5870 2008. 5. 8.나무날. 흐릿 옥영경 2008-05-20 1382
5869 2005.12.20.불날.눈 빛나다 / 내가 장갑 어디다 뒀나 보러 왔다 그래 옥영경 2005-12-22 1382
5868 2005.10.20.나무날.맑음 / 같이 살면 되지 옥영경 2005-10-22 1382
5867 2008.12.26.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30 1381
5866 10월 14일 나무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04-10-28 1381
5865 2012. 6.23.흙날. 날은 어찌 그리 절묘했던가 / 시와 음악의 밤 옥영경 2012-07-04 1380
5864 2008. 4.30.물날. 맑음 옥영경 2008-05-16 1380
5863 4월 10일 해날 축축한 날 옥영경 2005-04-17 1380
5862 2008. 7. 6.해날. 맑음 옥영경 2008-07-21 1379
5861 2007. 9.29-30.흙-해날. 쨍 하더니 눅진해지다 / <안티쿠스> 휴간에 부쳐 옥영경 2007-10-09 1379
5860 7월 8일, 어른 없는 건 누구라도 좋다 옥영경 2004-07-19 1379
5859 7월 4일, 우리는 옥영경 2004-07-13 1379
5858 2008. 4.22.불날. 맑음 옥영경 2008-05-11 1378
5857 2007. 5.22.불날. 맑음 옥영경 2007-06-03 1378
5856 112 계자 여는 날, 2006.8.7.달날. 하늘이야 말갛지요 옥영경 2006-08-11 1378
5855 7월 15일 쇠날 맑은 가운데 반짝 소나기 옥영경 2005-07-21 137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