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처럼 바람이 다사로운 오전이었다.
겨울90일수행 기간.
수행하고, 짐승들을 멕인다.
마지막까지 쓰던 닭장을 비운지도 오래.
제습이 가습이, 진돗개 두 마리만 함께 산다.
오늘 제습이 눈 똥은 어제 준 다시마를 그대로 내놨다.
(아이 키울 때 그의 건강을 살피는 일 하나는 똥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일.
계자에서 똥통을 비우는 일도 아이들 장 상태를 살펴보게 했던.)
하지만 가습이의 똥은 또 괜찮았다.
제습이가 역시 장이 약하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줘 보고 살피기로.
아침뜨락의 달못 가 배롱나무 가지를 감쌌다.
작년에 준한샘이 했던 것을 눈여겨보고 그리하다.
아래 굵은 쪽들에만 보온재를 가져다 감싸주고 철사를 두르고 펜치로 묶고.
제습이가 묶인 쪽 측백 두 그루도 역시 아래를 감았다.
제습이가 자꾸 휘감아 나무가 상처를 입는.
제습이의 목줄에 측백이 더는 다치지 않도록 감싸고 가는 철사로 고정하고.
그런데 철사 하나 감는 것도 손힘이 달린다. 펜치로 죄 주기는 했지만.
(나중에야 생각했네. 케이블타이로 할 수도.)
멧돼지가 뒤집어놓고 간 대나무 수로를 계속 그 상태로 버려두고 있었다.
대나무는 던져져있고, 댐처럼 몇 단으로 쌓았던 돌은 헤집어지고,
곁으로 엉뚱한 구덩이도 크게 파였고.
땅이 얼면 봄이 올 때까지 그렇게 있을 것이다.
얼기 전에 패고 정리하기로.
버려둔 공간이 아닌 정도로만 정리한. 어설프다.
오후에 인근 도시로 넘어갈 일이 있어 시간을 많이 들이지 못한.
그러나 안다, 때로 이 임시가 얼마든지 영구적 상황이 되기도 할 것.
고향을 떠나며 잠깐 있다 돌아갈 줄 알았던 6.25 피난민들처럼.
그래서 요새 내 삶은 임시가 없는 삶이라.
선풍기 기증: 박인수 샘과 최창숙 샘.
이번 학기 기술교육 현장이었던 곳에서 모둠방에 놓을 커다란 선풍기를 기증하다.
“교실에 선풍기도 좀 틀고 그래요.”
안 팔리니까 주는 거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물꼬 같은 종류의 삶에(보편 혹은 다수의 삶이 아닌?) 썩 관심 있지 않은 분들이
그리하기 쉽지 않을.
“고맙습니다!”
그동안 내 사수였던 기영샘께 감사인사로
등산양말을 열 켤레 사서 발목에 수를 놓아드렸네.
늦은 오후에는 무청을 데치고 바깥수돗가 빨랫줄에 척척 걸치다.
한해 내내 국을 책임져주는 먹을거리.
이러고 있으면 사람살이의 기본이 이런 것이려니 새삼 생각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