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도로 시작한 아침, 내일 새벽에는 영하 8도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종일 영하였다. 한파주의보.

멧돼지며 밭이나 정원을 망가뜨리는 산짐승들이 야속하거나 밉다가도

비라도 많거나 눈이 무겁거나 이런 추위 닥치면

그것들이 또 걱정이 된다.

멧골 삶이 그런.

 

온실돔 작업 또 하루.

바람 많았던 아침이었으나 작업을 시작할 무렵인 10시께 잠잠해졌다.

원래 용접한 틀 위에 마루를 놓고 그 위에 얹으려던 것을

비용이며 다른 까닭으로 접고(온실돔 내부 바닥은 내가 직접 작업키로)

뼈대를 세웠고, 거기 폴리카보네이트(렉산) 씌우기. 이틀을 한 작업이었다.

오늘은 렉산을 내부에서 바깥 뼈대 쪽으로 고정하는 쇠막대를 대다.

2차 작업 때 길이가 길어 양 날개를 잘라서 온 파이프.

비계 설치돼 있는 결에

어여 올라가 온실돔 천장에 달아 늘어뜨리고 싶었던 일종의 드림캐처를 걸다.

얼마 전 제주 강연 갔을 때 업어온 것.

참을 내고 낮밥을 준비하고.

 

내일 와서 두어 시간 작업을 더 해야 한단다.

출입문 위 처마도 달아야 하고.

달골 해가 짧긴 하나 그래도 남은 작업이 두어 시간이라면 마저 하고 떠나면 좋으련만.

워낙 멀리서 오는 걸음이라.

그렇다고 여기서 묵는 것도 아닌.

하기야 다른 까닭이 있을 수도 있겠지.

작업 도구가 필요하다거나 하는.

 

저기요...”

학교아저씨가 바삐 부른다.

쓰시는 사택 된장집 연탄보일러에서 물이 샌다고.

방 안이 아니라 화덕.

거참, 절대 그냥 지나는 법이 없는 낡은 살림의 겨울이라.

날짜 상으로는 이달 마지막이 학교터 대부 계약 종료인데.

좀 더 참아주지, 화덕아!

어쩌나...

온수매트가 있어 당장 못 지낼 건 아니나

이 엄동설한에 하루인들 냉골로 어찌 지내려나.

결론은 나온 일. 바꿔야지!

일단 사태 파악은 돼야지.

문제는 일을 누가 하느냐는 것일.

 

겨울 계자 공지; 청소년 계자, 초등 계자.

낡은 학교터에서 하는 마지막 계자가 되리라.

계자도 계속되고, 같은 공간을 계속 쓰게는 되겠지만 변화가 있을.

지자체에서 새로 지을 계획까지는 당장 없지만 고치기는 할.

물꼬 역사의 또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그런.

사범대생으로 물꼬랑 만나 교사로 자리 잡은 지 몇 해가 흐른 화목샘이 선물처럼 붙고,

계자에서 교감 일을 해오던, 이제 교장 일을 맡음직한 휘령샘이 이번 계자도 무사히 함께하고,

자신을 성장시키며 새끼일꾼 자리를 잘 잡아가는 채성 형님이 당장 계자일꾼 합류를 알려오다.

아이들을 만나는 즐거움 못잖게 동료들과 같이 할 시간으로 또한 설레는 계자라.

 

묵어가기로 한 이가 한밤에야 들어오다.

너무 늦은 출발이었으니 도착도 그럴 밖에.

그의 고민에 이곳이 답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긴 걸음을 오가는 가운데 한 자신의 생각이 답일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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