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가 남악 전법원에서 홀로 정진하고 있을 때

암자 앞에서 회양대사가 기와를 갈기 시작했다.

끼익끽 내는 소리에 문을 열고 마조가 물었다.

왜 갈고 있냐고.

회양선사 왈, 기와를 갈아 거울을 만들련다지.

그걸로 어찌 거울을 만들 수 있겠냐 하자 회양선사가 응수한다.

이걸 갈아 거울을 만들 수 없다면, 앉아 있는다고 부처가 되냐고.

(이에 깨달음을 얻은 마조는 회양선사를 10년 모셨다.)

양명학의 왕양명의 말이었던가, 事上磨鍊(사상마련)이라.

자신의 맡은 바 일을 하면서 저를 연마하고 단련한다.

일을 하면서 자신을 연마해야만 비로소 강건할 수 있다.

일찍이 물꼬 교무실에서 붙여놓은 글귀도 다르지 않은 맥락이겠다; 하면서 힘을 낸다!

겨울90일수행 기간, 사는 것 위에(사는 것과 함께) 수행이 있다!

 

며칠 전 학교아저씨가 쓰는 사택 된장집 연탄보일러 화덕이 망가졌다.

학교 터 계약 종료를 한 달 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제법 큰 돈을 들이는 게 퍽 부담이다.

오늘은 물꼬의 잡다한 설비 일을 돌봐주는 건진샘이 면소재지에서 올라와 살펴보다.

화덕을 철거했다.

방에 온수매트가 있으나 그렇게 겨울을 날 수는 없다.

결국 물꼬가 교체하기로 한다.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을 가늠해보다.

학교아저씨는, 아직은 지낼 만하다고 하시지만 너무 늦지 않게 해결키로.

건진샘은, 온 걸음에 달골에도 올라 창고동 전체적으로 빼놓았다는 물이(동파를 막기 위한)

혹 남은 곳은 없나 확인해주시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놓친 한 곳 발견. 고마워라!

 

태양광 줄등이 왔다. 학교 본관 앞과 바깥 해우소 쪽 가는 길에 건 것 같은.

이런 것 하나도 인터넷에서 사는 일을 저어하니(그런 수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들이 챙겨주고는 한다.

하나는 온실돔을 감싸며 둥글게,

다른 하나는 아침뜨락 지느러미길에 늘어선 메타세콰이어를 따라 줄지어 걸었다.

나뭇잎들이 다 떨어져있으니 마을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윗마을로 가는 마을길에서도 환하게.

마을보다 추운 달골이 마치 더 따뜻하기라도 한 양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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