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1.물날. 눈

조회 수 297 추천 수 0 2023.01.06 01:58:14


이른 새벽부터 싸락눈이 내리다 오후 눈비로 바뀌었다.

 

제습이가 드디어 집을 들어가게 될까?

학교에 호텔 캘리포니아를 지어주어도 오랫동안 들어가지 않던 그였다.

겨우 들어가는 집이 비좁은 그의 사랑채 흙집.

거기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도 오래였다.

아침뜨락으로 올리고 티피를 세워주었으나

아직 그곳에서 자지는 않는다.

이 겨울에 어쩌나 보니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수로로 내려가서는 남쪽 사면에 웅크려 볕을 쪼이는 그였다.

아무래도 문을 달아주어야 하나...

개는 본능적으로 집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단다.

개집에 문이 없거나 열려 있으면 드나들기 편하겠지 싶지만

그건 외부의 적이 쉽게 침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여

늘 긴장하게 된단다. 차라리 밖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익숙하게 해주어야지 뭐.

자주 맛난 것을 집안으로 던져주고는 한다.

그렇게 드나들다보면 들어가는 날도 오겠지.

집이 먹이가 있는 곳이 되면 호감이 생길 테고,

그러다 안정감을 느끼는 날도 올.

밥그릇을 아예 안으로 넣어줄까 하는 생각도 해보는 중.

꾸준히 먹이를 집안에다 주며 이라고 가르쳐볼 생각.

 

아들이 지난 15일 보내준 문자를 이제야 연다.

국무총리가 이태원 참사 생존 고등학생의 극단적 선택에 한 말이었다.

본인이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말이란 게 앞뒤 맥락에서 살펴야 할 것이라 그 전말을 잘 알지 못하나

정부의 생존자 지원은 충분했지만

희생자 의지가 약했거나 도움을 청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해석하기 충분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행태라.

광주에서, 병풍도 앞바다에서, 이태원에서,

살아남아 견딜 수 없는 이들이 있었을.

먼저 간 이들의 죽음을 자신 탓이라는 자책도 있었을 테고,

자신만 살아남아 미안했을 수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그들이 느꼈을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이라니!

어른들이 어른들 같지 않아 부끄럽다...

젊은이들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네...’

그리 문자를 보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과하는 어른, 위로하는 어른,

그리고 사태를 책임 있게 해결해나가는 어른이 없어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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