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보내는 금오산의 밤.
그믐밤 아니어도 겨울90일수행 기간의 의미 깊은 한 밤.
현월봉 아래 약사여래상을 모신 약사암의 범종각에서
자정 스물여덟 번의 타종이 있었다.
(3계 28천을 다 깨우치게 하려는, 부처님을 대신하는 울림이라던가)
공중에 걸린 다리를 건너 종루에 이르러 종을 쳤다.
평소에는 굳게 닫혔다가
한 해 한 차례 새해 서른세 번의 종을 칠 때만 열린다고.
올해는 자정에도 치기로 했다지.
안녕, 나의 한 해, 우리들의 한 시절. 모두 욕보셨다!
(아, 또들 물으시겠다, 종교가 무어냐고. 특정 종교 없음. 범신교에 가까움.
아, 있다고도 말할. 자유학‘교’라고, 하하.)
해맞이를 산에서 할 거라 식구들과 어제 미리 가족모임을 하고,
한의원부터 들린 아침이었더랬다.
계자를 앞두면 몸을 어느 때보다 더 살피게 되는데,
등 쪽은 내 손이 닿지 않으므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골반통증을 한 스무 날 갖고 있는데,
자가치료로 나날이 좋아는 지고 있으나
역시 계자가 다가오니 노동 강도를 생각하면 몸을 더 다져놓아야 하는.
절집 식구들이 오가기야 하겠지만
깊은 산중에서 싱싱한 나물 반찬이 흔치는 않을 거라.
여러 날 전 주지스님께 전화를 드려 지고 갔으면 하는 것들 몇 가지 목록을 받다.
길 따라만 가면 될 어려운 걸음이 아니라 또 산에서 잘 거라
낮 두어 시나 되어 오르기 시작하였는데,
대혜폭포께서 비박을 하러 오르는 두 사람이 동행을 청했다.
예정대로라면 현월봉을 향한 주요 길을 따라 걸을.
그런데 성안으로 같이 오르자고.
하여 대혜폭포를 지나 계단을 오르자마자
길을 벗어나 성안으로 향했다.
아, 평지 같은 성안! 해가 가는 마지막 밤의 커다란 선물이었다.
물이 풍성했고,
몇 개의 연못이 빛나고 있었다.
벌써 저녁이 내렸고,
두 사람이 서둘러 터를 잡는 동안 잠시 같이 머물다 약사암을 향하다.
한 분이 어둔 길을 염려하여 아주 멀리까지 바래주었다.
절집에 짐을 내려주고 비박 준비를 하고 나면
한밤에 서로 마실을 오가기로도 하다.
하지만 호텔 같은 절집 공양간을 마다하지 않은 밤.
구들이 아주 따슨 한밤이라.
아, 물꼬에서는 간장집 마당 마른 잡초를 오늘에야 검다.
해는 안 넘겼네.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 수석보좌관님이 다녀가다.
물꼬에 전할 선물을 들고. 171계자 구성원들의 선물이 될 것이다.
물꼬의 2022년 마지막을 그리 장식해주시다.
고마워라, 물꼬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