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금오산 현월봉 바로 아래 바위틈에 앉은 약사암에서
몸을 풀고 대배 백배로 아침을 열다.
5시 공중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범종각으로 가
서른셋 종을 울리다.
대웅전에서는 불자들이 새해 첫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07시 현월봉 해맞이.
구미 시민들 모두 다 모였나 싶더라.
새 학년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보였다.
기특도 하지, 새로 시작해 보려는 저 마음들이라니.
바람은 매웠고 눈길은 몹시도 미끄러웠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자꾸 넘어지고 있었다.
내 팔을 잡게 하고 같이 올라 그의 친구들 무리에 붙여주었다.
지나쳐오는 나를 그들이 불러 세웠다.
“이거요! 드릴 게 이것 밖에 없어서...”
찡했다. 초콜릿바였다. 새해 첫 선물.
고마움을 전하는 그 마음이 크게 기뻤다.
07시 34분에 뜬다는 해는 구름 너머에서 사람들 애를 태웠다.
08시쯤 신비하게, 마치 산 한가운데서 툭 나서듯 구름 속에서 해가 얼굴을 내밀다.
잠시 뒤 다시 사라진.
내려서는데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 애 하나가 털썩 주저앉아 있다.
“괜찮아요?”
친구들은 저 위에 있다 하고,
머리는 다 젖어 얼어붙었고, 손도 벌갰다. 옷도 허술해보였다.
같이 먼저 내려가 친구들을 기다리자고,
바로 아래 절집 공양간으로 가자 했다.
한참 뒤 친구들이 왔다.
몸을 녹인 그네가 떠나면서 다가와 귤 세 알을 내밀었다.
아...
고마워라. 고마움을 전하는 그 마음이 고맙기도 하여라. 새해 벌써 두 번째 받는 선물.
우리 아이들이 그렇다. 고마워하고, 그것을 어떻게든 표현하려는.
눈시울이 다 붉어졌다.
느지막히 산을 내려오는 길.
올랐던 사람들은 이미 다 내려간 듯 길은 비어있었다.
바람은 더욱 거칠었다.
바위 모서리에 새긴 마애불을 만나 얘기도 나누고,
누군가 정성을 돌탑으로 새겨 마을을 이룬 정원도 둘러본 뒤
걸음을 서둘렀다, 산 아래는 또 일상이 기다리니.
산 아래서 홀로 하산주도 마시고.
인근 도시에서 장을 보고
오는 걸음에 남석샘네 들러 원기샘이랑들 새해맞이 잔술.
기이하기까지 한 현 한국(정치) 상황에 대해 논하다.
결국 우리는,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늘 남는.
학교에 짐을 부리고 달골 오르니 자정이 다 되었다.
새해가 준비되었다.
계자를 준비할 주.
곧 우리 아이들이 들어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