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4.물날. 맑음 / 썰매

조회 수 406 추천 수 0 2023.01.08 01:59:41


수행하며 아침을 열고,

화목보일러 앞 땔감나무를 정리하고,

171계자 통신 둘을 누리집에 올리고,

계자 글집 인쇄 상황을 확인하고,

사람을 맞아 낮밥으로 무와 콩나물을 넣어 한 밥을 간장양념과 내놓았다.

현철샘이 계자에서 쓰라고 무와 배추를 들여 주었고,

주전부리도 커다란 가마니로 내려주었다.

택배도 들어왔다.

류옥하다샘이 보내준,

샘들이 바깥해우소를 다닐 털신들과 아이들이 입술이며에 바를 바셀린들이었다.

계자는 물꼬 안에서만 준비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곳곳에서 마음이 닿는다.

어떻게 아이들이 좋지 않을 수 있겠는지.

 

오후에는 썰매를 타러갔다.

오가며 두어 차례 엿보았던 곳이다.

차로 10분 이동한 개울이었다. 넓었다.

볕 좋은 쪽으로 물이 흘렀으나

반대쪽으로는 얼음이 두터웠다.

썰매 위에 낚시용 간이의자를 붙인 소파급 썰매였다.

카약을 타면 그렇다. 거의 수면과 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보게 된다.

썰매가 또한 그랬다. 개울은 더 없이 너른 광야 같았다.

멀리 커다란 산맥처럼 산들이 이어졌다. 개울가 마른 풀들이 숲의 나무처럼 보였다.

위로 지나는 고속열차가 잦았다.

멀리 마른 낮달이 떠있었다.

썰매가 잘도 나갔다. 아이들이 얼마나 신날까...

 

저녁에 다시 그곳으로 갔다.

달이 높이 솟았다. 낼모레 보름인데, 달빛은 이미 휘영청 하였다.

얼음 위에 드러누워도 보았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아이들과 이곳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인가,

이동할 만할 것인가 가늠하는 중이다. 계자 때문이다.

학교 위 작은 저수지가 있으나

눈이 덮힌 그곳은 썰매가 잘 나가지 않는다.

말 그대로 빙질이 어떠냐가 문제.

내일은 저수지로 다시 가보아야겠다.

역시 차로 개울까지 아이들과 이동하는 건 무리가 따른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지만 여러 대가 두어 차례는 움직여야 한다면

좋은 조건은 아니다.

 

어제 171계자 부모님들과 못다 한 전화가 이 밤 이어졌다.

논두렁 한 분.

논두렁이신데 등록비를 다 내셨더라 하니,

그거 아빠가 보냈는데...”

모른 척하란다.

어제는 다른 논두렁분이 그랬다.

논두렁이십니다!”

등록비를 다 보냈다 하니 알고도 그리 했단다.

여름에 혜택을 받았는데 겨울까지 받으면 너무 많은 혜택이라고.

물꼬 사람들은 왜 그 모양이어요!”

다 부자 되긴 글렀다.

고마웠고, 찡했고, 그렇게 함께 해주는 마음들이 있어

이곳의 삶이 더욱 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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