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5.해날. 눈

조회 수 410 추천 수 0 2023.01.18 23:58:41


종일 물을 마시고 있다

계자에서 독감을 얻었다. 절정의 밤은 지났다. 엊그제.

 

새벽녘 눈보라 휘몰아치더니 비로 변했다.

다시 정오께 두어 시간 가지런히 내리는 눈.

안부들을 물어온다.

괜찮다. 그제 아이들 보내며 죽었다가 어제 아침 잘 살아났다.

 

눈뜨자마자 몸을 잠깐 풀고 책상 앞.

오전 내내 계자 기록.

하루치를 기록하는 데 다섯 시간이 족히 걸린다.

더딘 글쓰기인가.

계자 중에는 그 환경에 둘러싸여 있어 더 속도감이 붙는 듯.


계자가 끝났으나 한동안 계자를 살 것이다.

그 준비에 계자 전 한 주를 온전히 다 쏟는다면,

계자를 마치고 한 주 역시 그 정리에 한 주를 바친다.

산더미 같은 수건을 빨고,

옷방에서 나와 산오름에서 아이들이 남긴 옷가지들을 빨고. 

이불과 베갯잇은 봄이 와야 빨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져가지 않은 반찬통, 남겨진 신발, 자잘하게 흘린 물건도 돌아다니고 있다. 

글집도 있고 챙겨가지 않은 그림도 있고.

여기서 이 아이가 앉아있었지, 저기서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아이들의 말소리가 아직 학교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아직 몸이 굼뜬데 아이들 풍경은 줄어들지 않은 속도로 펼쳐지고 있는 물꼬라.


정오께 두어 시간 눈이 내렸다.

얼른 차를 달골에서 아래 계곡 다리께로 내렸다.

계자 가운데 차를 끌고 왔다가 마지막 굽이길 얼음에 아주 혼이 났던.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하게 되더라도 일단 수상하면 걱정 없이 차를 내려놓기로.

 

식구들이 바삐 전해온 소식.

네팔 포카라에서 한국인 2명 포함 72명이 탄 항공기 추락사고.

안나푸르나 군락을 가려면 포카라에서 접근한다.

이착륙이 까다로운 곳으로 악명 높다.

2000년 이후에만도 네팔에서 350명 가까이 비행기와 헬리콥터 사고로 숨졌다고.

네팔에서 항공기 사고가 이토록 잦은 줄 몰랐다며

이제 나의 네팔 가는 걸음을 말려야겠다는 식구들이다.

여러 매체를 확인하니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있고,

생존자가 있다는 보도도. 아직 혼선.

탑승자들이 추락사고기의 72명으로 말해지겠지만

저마다 이야기를 가졌을 게고, 가족이 있을 게고, 하던 일과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떠난 이들을 위한 잠깐의 묵도.

 

한 벗의 문자가 들어와 같은 건으로 산을 타는 나를 생각한 것인가 했더니,

토롱라 패스에서 50대 한국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해서

옥선생 한국 있는 거 맞는가부터 확인했다나.

누리집에 들어와 봤다고계자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

산꾼이기도 하고 머잖아 또 히말라야를 간다 하니,

게다 트레킹기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를 내고 나니 네팔통으로들 알고 있는.

토롱라(5,416m)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다.

가이드 없이 홀로 트레킹 하다가 사망한 그는 옥가 아닌 김씨였다.

겨울철 토롱나를 홀로?

안나푸르나 서킷을 걷고 있었나 보다.

토롱라 페디에서 토롱나 5km, 토롱나에서 묵디나트 9km

그는 긴 오르막을 오른 뒤였을까, 지루한 긴 길을 내려오던 중이었을까.

영영 설산으로 들어가려한 것일지도 모른다.

부디 평안한 영면이기를.

살고자 한다면 겨울산은 홀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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