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3.달날. 설핏 흐린

조회 수 324 추천 수 0 2023.02.24 13:50:17


명절에는 사람이 모이지 않아도 소식들이 모인다.

안부들을 전하는.

청년들의 입사 소식과 더불어 열아홉들 대입도 이곳에선 큰 소식.

11학년들이 벌써 기숙학원을 가 있다고도.

그 길 아닌 길을 가는 이들이 적지 않아도

대학은 여전히 다수의 길이다.

우리는 흔히 비슷한 생애주기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버린다.

한국사회는 특히.

그 길이 아니면 불안해하는.

누군가 합격하고 누구는 떨어질 것이다.

지금 합격했어도 우리는 끊임없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얼마든지 만날 테지.

분명한 건 제도권이 아니더라도 여러 활동이나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는 것.

다른 길이 있다고!

대표적으로 물꼬도 그런 공간.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했던 이들의 소식을 더러 듣는다.

오늘도 그 하나를 들었다.

10여 년 전 경쟁 교육에 반대하며 대학 입시를 거부했던 일련의 움직임이 도드라졌다.

학력 학벌 중심이 아닌 대안적 삶을 찾겠다고 했던.

30대가 된 그들.

긴 터널도 존재했을 게다.

함께 그렇게 선언했지만 다시 대학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사기업에 들어가거나.

때로 후회하기도 했을 게고

암담하기도 했을 게고

불안하기도 했을.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인가가 중요할.

당시 수능을 거부한 용기에 대한 찬사가 컸다.

하지만 수능을 치른 애씀도 또한 대단할지라.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다고 자신의 가치가 낮아지는 것도 아니고...”

10년 전을 돌아보며 입시 거부대열의 한 사람이 말했다.

그것을 들은 이가 말했다. 대학 거부가 자신의 가치를 높인 것도 아니라고.

그 말 안에는 혹 대학 거부만이 자신의 가치를 높였겠냐는 다소간 비난이 섞여 있었다.

잘난 체 할 것도 비난 할 것도 아닐.

대학을 갔건 입시를 거부했건

어디에 있든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결정하는 게 아니겠는지!

오늘 그대에게 하고픈 말은 이것이었다.


 

간밤, 올 겨울계자 한 부모의 문자를 늦게 받았다.

다녀간 뒤 근황을 전해온.

덧붙여 그가 물었다. 혹 이번에 크게 옥샘을 울게 한 이가 그 댁 아이였던가 하고.

이른 아침에야 답문자를 달았다.

반 년만에 본 아이가 반짝거림이 좀 바래져왔더랬다.

아이가 잃은 게 있다면 얻은 것도 있을 거라 말해주었다.

알게도 모르게도 아이들이 큰다.

부디 아이들이, 아이들로 웃는 날이 더 많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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