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3도의 아침.

햇발 퍼지자 얼른 싸락눈을 쓸었다.

얼어버리면 달골 오르내리는 길이 수월치 않을 것이므로.

설을 쇤 대처 식구들이 떠나고.

겨울계자를 끝내고 달고 온 독감으로 콜록거리는 기침이 온몸을 흔들고 있다.

 

명상을 물어왔다.

구두로 계약해놓은, 써야 할 책 한 권도 있어,

이곳의 일상이기도 하고 지금은 겨울90일수행 중이기도 하여

명상에 대해 생각을 더 해보기도 하는 때.

어느 스님의 말로 대답했다.

명상이란 청소와 설거지 같은 거라는.

밥을 먹었으면 설거지를 해야 또 먹을 수 있잖냐고.

살다 보면 너절해진다, 명상은 그걸 정돈하는 것 아니겠는지.

그러면 가지런해지고 다음 걸음이 되는.

명상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그리고 내게 나의 욕망이 있듯이 저 사람도 나의 욕망이 있다는 자각과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듯 저이도 그렇다는 이해심들로

타인을 향한 마음도 넓어지는,

결국 마음 넓히는 일이 명상 아닌지.

사는 일도 마침내 마음 키우는 일일.

알아차림을 어떻게 하는 거냐 또 물어왔다.

쉽다. 호흡 관찰이 최고라.

호흡이야 말로 절대적 현실 아닌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호흡이야말로 언제나 지금인.

하여 호흡명상, 호흡관찰을 권하다.

그것만 해도 시작이고, 어쩌면 명상의 끝도 그것일.

관심이 생기셨으니 이미 명상을 시작하신 것 아닐지요.”

어떤 일이란 게 그렇더라,

관심을 가지면 이미 접어든 것.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그런 것일.

무슨 대단한 성불을 바라겠는가,

그저 지금 평안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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