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수행하고

사흘밤낮 경옥고를 달이는 중.

첫날은 재료를 준비하느라 보내고.

말이 72시간이지만,

그저 불이 꺼지지 않게 장작을 밀어 넣는 일에 불과하지만,

적당한 불이, 꾸준하게 아궁이를 지키는 일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다.

 

아침 7, 오늘은 보은 속리산 꼬부랑길을 목탁봉까지 걸었다.

정자에서 목을 풀고 소리도 하다.

길가 백팔번뇌를 하나씩 새긴 빗돌이 있었다.

다 걸으면 번뇌 백팔을 다 만날지도 모르겠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다행히 열 개만 있다 하고, 목탁봉까지 열을 다 볼 수 있었다.

한 자 한 자 소리 내 읽었다.

1. 탐욕(貪慾):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

2. 성냄(): 분노하는 것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된다.

3. 어리석음(): 객관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마음

4. 아만심(我慢心): 잘난 체 높은 체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5. 원한(怨恨):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

6. 위선(僞善): 겉으로만 착한 체 하거나 거짓으로 꾸미는 마음

7. 질투(嫉妬): (他人)이 잘되는 것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

8. 의심(疑心): (他人)을 믿지 못하거나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마음

9. 도취(陶醉): 무엇에 취한 듯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는 마음

10. 고집(固執):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우기는 마음

 

오전에는 한복공방에 가서 치마저고리를 마름질하였다.

오후에는 죽염을 만들 준비.

자른 대나무통에 굵은소금을 차곡차곡 다졌다.

쏟아지지는 않는가 거꾸로 뒤집어보고.

입구는 갠 황토를 발라 메웠다.

그리고 어제 만든 죽염용 불통의 철망 위에 차곡차곡 세웠다.

아래서 불을 지피면 대나무는 타고 죽염이 땅땅 뭉쳐 있을 것이다.

그것을 다시 빻고 같은 작업을 아홉 번 한다던가.

우리는 세 차례만 하려는데.

예상한 대로 일이 되긴 할 것인지...

 

마당에서 화롯불을 피워 철망을 깔고 가리비를 구워먹었다.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 상을 펴고 철퍼덕 앉아.

밤에는 지역 작은영화관에서 임순례 감독의 <교섭>을 보았다.

감독의 이름을 믿고 보러간.

2007년 분당샘물교회 교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 선교를 떠났다가

탈레반에 인질로 붙잡혔던 실화가 배경이다.

감독이 그 사건에서 무엇을 말할 것인지 듣고 싶었다.

예민한 문제를 그가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는 다루지 않았고, 말하지 않았다.

중동의 사막 풍경은 매혹적이었고,

괜찮은 배우들이 있었고, 그만큼 괜찮은 연기에 긴장감도 현장감도 좋았다.

상업영화로 익숙한 공식을 따르니 흥행도 그만큼은 할 수 있을 영화였다.

그러나

외교관을 앞세운, 자국민을 구하는 국가의 책임은 있는데,

정부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떠났던 국민의 책임은 없었다.

하여 서사는 얇고, 그래서 영화의 생명선은 가늘었다.

논란을 피했으므로 길은 안전했을지 모르나

할 말을 지니지 않았다면 감독은 무엇 하러 영화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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