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다. 조용히 많이.
새벽 3시 달골에서 아래 계곡 곁으로 차를 내려두었더랬다.
신발이 빠질 만큼 눈이 쌓여있는 아침이었다.
고라니가 집 현관까지 다녀간 흔적을 남겨놓았다.
나무에서 툭툭 눈이 떨어졌다. 영상의 기온이었다.
다소 이른 듯도 하지만 봄눈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밤엔 녹지 않았던 부분들이 또 꽁꽁 언 길이었다.
마을에서 산허리를 걸어 올라왔네.
건진샘이 와서 가마솥방 가스 순간온수기를 고쳤다.
아주 물꼬의 전용 설비기사다.
면소재지의 그가 없다면 영동이나 김천에서 사람을 불러야 할 것이다.
(음... 설비도 직접 해볼 거나...)
몹시 추웠던 지지난주 밤 얼었다가 한낮에 해동되며 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더랬다.
그리 아쉬운 건 아니었다.
연탄난로 위 주전자 물을 가져다 설거지를 하면 되니까.
식구들끼리만 있는 작은 밥상이라면 으레 그리하는 데다
한겨울 찬물도 마다않는다.
지구를 지키는 위대한 일까지 아니어도 기후위기에 대한 작은 실천이고,
고백하면 작은 게으름이기도 한(겨우 밸브를 열 뿐인데).
오래 돼 눌린 고무패킹을 다시 끼워주는 게 쉽지 않았다.
살렸다.
얼마나 더 견뎌줄지 모르겠다는데, 자신이 할 만큼은 했다고.
자주 쓰지야 않지만 사람들이 들어와 설거지를 할 때면 있어야 할.
딱 한 해 더 살아있는 걸로.
빨래방 비닐하우스 천장이 터졌다.
빨래를 하는 공간은 아니고
백 명이 모여도 거기서 빨래를 다 널 수 있는.
비나 눈에도 여러 날 빨래를 걷지 않아도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처음엔 작은 부위였겠지.
이제는 아주 커졌다.
붙여서 쓸 수준은 넘었다. 매우 낡아 붙이는 게 소용도 없었을 테고.
15년은 됐지 싶다. 고맙다, 버텨준 시간.
아쉽기도. 한 해만 견뎌주지. 내년에는 건물을 새 단장하는데.
순간온수기도 빨래방도
다 겨울계자가 끝난 뒤 생긴 문제였다. 다행하여라.
비닐은 언제 씌우나... 씌우기는 하나?